마트부터 편의점, 온라인까지…일상 파고든 식물성 대체 식품
[IT동아 권택경 기자]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한 대형 마트. 이곳의 간편식 특화 매대에는 비건 간편식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매대 한 칸을 할애한 코너에 대체육을 활용한 떡갈비, 볶음밥, 주먹밥, 만두, 텐더 등 다양한 제품이 자리 잡고 있다.
식물성 대체 식품을 어렵게 찾아 먹어야 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주요 대형마트를 비롯한 주요 유통채널에서도 이러한 식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특히 국내 대표 식품업체들이 새 성장 동력으로 식물성 대체 식품 시장에 주목하고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런 변화를 앞당겼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식품 브랜드 ‘플랜테이블’ , 풀무원은 지속가능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을 통해 식물성 대체 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풀무원 지구식단은 브랜드 출범 1년 만에 매출 약 430억 원을 달성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그중 식물성 간편식은 전년 동기 대비 55.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인기가 좋은 제품인 식물성 직화 불고기 매출은 143.3%나 성장했다.
플랜테이블도 브랜드 출시 이후 10개월간 20%의 월 평균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2월에는 세븐일레븐과 협력해 도시락, 김밥, 삼각김밥 등 간편식 제품군을 편의점을 통해 선보이기도 했다.
신세계푸드도 대체육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2021년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한 뒤 신세계푸드는 햄, 소시지 등 가공육 형태 제품뿐만 아니라 샌드위치, 베이커리 등에도 대체육을 활용한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베러미트는 특히 이마트를 비롯한 계열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베러미트의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마트 내 베이커리 매장을 통해 선보인 베러미트 활용 베이커리 제품군은 누적 판매량 22만 개를 넘어섰다. 지난 7월 출시된 ‘베러미트 피자빵’은 출시 1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 1만 2000개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를 통해서도 지난 7월 베러미트 대체육을 활용한 샌드위치, 포카치아, 수프 등 식품 3종을 선보이며 출시 2주만에 누적 판매량 10만 개를 기록했다.
온라인 판매도 강화했다. 그간 팝업스토어와 기업간거래로만 판매하던 식물성 런천미트인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캔’를 지난 2월 마켓컬리에서 선보인 걸 시작으로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들도 온라인 커머스를 통해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대체 식품 전문 기업 HN노바텍은 지난 4일부터 쿠팡에서 ‘FUSCA 식물성 고로케’ 기획 판매를 시작했다. HN노바텍이 시중에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제품을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FUSCA 식물성 고로케’는 HN노바텍의 해조류 기반 대체육 향미 소재인 ‘ACOM-S’를 활용해 고기 맛을 낸 크로켓 제품이다. HN노바텍 측은 쿠팡을 시작으로 온라인 판매처를 늘려나간 뒤, 향후에는 오프라인 판로도 확보할 예정이다.
이렇게 식물성 대체 식품이 주요 유통망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된 건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을 중심으로 채식문화 저변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플렉시테리언은 평소 채식 위주 식단을 유지하되 간헐적으로 육식도 병행하는 ‘느슨한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CJ제일제당이 자체 몰인 CJ더마켓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플랜테이블 만두 구매자 80% 이상이 고기 만두도 함께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성 대체 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대다수가 엄격한 채식주의자는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
실제 국내 2030 채식주의자 4명 중 3명은 플렉시테리언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조미숙 교수팀이 올해 2월 20~39세 성인 남녀 11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라고 응답한 59명 중 76.3%가 플렉시테리언으로 나타났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