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러마인드 “현대인의 지친 마음 달래는 기술로 글로벌 시장 공략” [스타트업in과기대]

권택경 tk@itdonga.com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에 입주공간과 멘토링, 네트워킹, 사업화 지원을 제공하며 그들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스타트업in과기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보육센터를 보금자리로 삼아 도약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의 얘기를 전합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보건복지부의 2021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은 전체 27.8%로 나타났다. 성인 4명 중 1명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다. 질환 수준까지는 심해지지 않더라도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불안, 무기력, 좌절감 등 부정적 감정으로 조금씩 마음이 곪아가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쟁이 치열한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트레스를 이유로 스타트업 대표가 직을 내려놓는가 하면, 번아웃 증후군이 전염병처럼 퍼지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이런 정신건강 문제의 해법 중 하나로 명상에 주목한다. 마음챙김(Mindfulness)이 대표적이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을 때 썼다는 불교 명상법의 일종인 위파사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명상법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구글처럼 조직 차원에서 마음챙김을 권장하기도 하고, CEO들이 나서서 마음챙김의 전도사가 되기도 한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나 빌 게이츠도 마음챙김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애플워치에 ‘마음 챙기기’가 기본 기능으로 들어가 있는 것도 이들이 ‘마음챙김’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잘 보여준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마음챙김을 돕는 명상 앱을 개발해 조 단위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을 일구기도 한다. 캄(Calm), 헤드스페이스(Head Space)가 대표적이다. 국내에도 이들처럼 명상 앱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꿈꾸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베러마인드다.

최예신 베러마인드 대표 / 출처=IT동아
최예신 베러마인드 대표 / 출처=IT동아

스타트업 베러마인드를 창업한 최예신 대표도 오랜 대기업 생활 끝에 좌절의 시기를 겪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마음을 돌본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

“직장 생활이 나이가 들수록 쉽지 않았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안 되겠다 싶어 명상센터를 찾아서 열흘간 묵언 명상을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제 삶의 행적, 내면의 욕망을 되돌아보게 됐고 앞으로 삶의 진로도 생각하게 됐죠.”

최예신 대표는 담마코리아 위빳사나 명상센터에서 묵언 명상 후 창업을 결심했다 / 출처=베러마인드
최예신 대표는 담마코리아 위빳사나 명상센터에서 묵언 명상 후 창업을 결심했다 / 출처=베러마인드

최예신 대표는 명상의 끝에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마음을 돌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후 베러마인드 창업에 나섰다. 최 대표는 베러마인드를 ‘마인드테크 스타트업’으로 정의한다. 마음을 돌보는 일 전반을 의미하는 마인드 케어(Mind Care)를 기술로 돕는 스타트업이란 의미다.

“직장 생활을 돌이켜 보면 저뿐만 아니라 불안해하거나 우울해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사회 전체로 봐도 정신적인 피로감, 고통,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고 가볍게는 잠을 못 자는 것부터 시작해서 심할 때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요. 이런 문제를 보면서 사업적 가능성을 떠나서 제 인생을 바쳐서 헌신할 만한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베러마인드가 내놓은 첫 결과물은 지난달 막 출시된 ‘명상 고양이(Meditating Cat)’라는 명상 앱이다. 최예신 대표는 “‘명상 고양이’를 ‘마음의 체력’을 기르도록 돕는 앱”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높은 체력과 면역력을 유지해야 감기에 잘 안 걸리는 것처럼, 마음의 체력과 면역력을 높게 유지해야 정신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냐한 명상 앱 '명상 고양이' / 출처=베러마인드
글로벌 시장을 겨냐한 명상 앱 '명상 고양이' / 출처=베러마인드

명상 고양이 앱에서는 구체적인 명상 방법에 대한 안내, 명상을 습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 등이 제공된다. 음성 안내에 따라 명상을 수행할 수 있는 가이드 명상을 통해 다양한 주제와 테마의 명상을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했다. 가이드 없이도 명상을 수행할 수 있는 이들을 위한 셀프명상 기능이나 하루에 언제, 얼마나 명상을 할 지 목표를 세울 수 있는 태스크(Task) 기능도 있다. 태스크 기능은 목표를 달성할 때 받는 스탬프 모으는 소소한 성취감으로 명상에 동기를 부여를 한다.

최예신 베러마인드 대표 / 출처=IT동아
최예신 베러마인드 대표 / 출처=IT동아

감정을 돌아보는 데 도움을 주는 감정 일기 기능도 있다. 매일 감정 상태는 어땠는지, 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기록하고 일기도 남길 수 있다. 이외에도 마음을 차분하게 할 수 있는 음악이나 백색소음을 제공한다.

아직은 명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향후에는 정신건강관리 영역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인공지능 및 인간 상담사를 이용한 카운셀링을 시작으로 테라피 기능도 차근차근 추가할 예정이다.

수면 유도 기기인 '슬리핑 캣' / 출처=베러마인드
수면 유도 기기인 '슬리핑 캣' / 출처=베러마인드

베러마인드는 앱이 아닌 기기 형태의 제품도 준비 중이다. 수면 문제를 겪는 이들을 위한 수면 유도 기기인 ‘슬리핑 캣(가칭)’이다. 얼핏 취침등과 알람시계를 합친 듯한 모습이지만 스피커와 사운드 센서가 달려있어 수면을 유도하고 수면 패턴을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먼저 스피커를 통해 수면 유도 효과가 있는 백색소음을 재생하고, 이용자가 잠에 들면 사운드 센서가 수면 중 발생하는 호흡 소리나 코골이, 이갈이 소리 등을 탐지해 수면 패턴을 분석한다. 수면 분석 결과는 연동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수면 패턴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 출처=베러마인드
스마트폰 앱으로 수면 패턴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 출처=베러마인드

시제품 개발을 완료한 슬리핑 캣은 현재 연말 양산 준비를 앞두고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마지막 담금질에 한창이다. 현재는 수면 품질 향상을 위한 조언을 제공하는 정도지만, 향후에는 수면 전문 병원과의 연계해 전문적인 치료로까지 이어질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빅데이터 전문가로 대기업 생활만 했던 최예신 대표는 베러마인드 창업을 준비하며 감정코칭전문가, 명상심리상담사, 에니어그램 상담사 등의 민간 자격증을 취득하며 명상 및 심리상담 전문가로 거듭났다. 하지만 창업은 여전히 그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다. 다행히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디딤돌 서비스, 예비창업 패키지 등 정부와 민간의 여러 창업지원제도가 큰 힘이 됐다. 현재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의 지원을 받아 과기대 창업보육센터에 터를 잡고 있다. 그는 “사업에 필요한 문서 작성법이나 홍보, 마케팅 방법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과 코칭 등 여러 방면에서 과기대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예신 대표는 “앞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케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글로벌에서 제일가는 마인드테크 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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