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포넷제로]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스텝포넷제로] 2022년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스텝포넷제로(Step for Net-Zero)’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탄소 저감을 실천하는 캠페인 및 인증이다. 스텝포넷제로는 환경, 경제, 사회,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탄소중립에의 참여를 독려한다. 또한, 각 분야 전문가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탄소중립 또는 탄소 저감 방법을 제안하고 적용 중이다. 친환경 포장재 전문 플랫폼 칼렛스토어와 ESG 경영을 실천하는 50여 개 기업이 함께하고 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택배. 우편물이나 짐, 상품 따위를 요구하는 장소까지 직접 배달해 주는 일을 뜻한다(출처: 네이버 사전). 나를 대신해 누군가 내 짐을 옮겨준다는 편리함은, 일상 속에서 즐겨 이용하는 대표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 처음 택배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1992년 6월 한진이다. 당시 ‘파발마’란 브랜드로 1호 소화물 일관수송업 허가를 취득하면서 시작했다. 이후 대한통운, 현대택배, 우체국 등이 차례로 택배 서비스를 선보였고, 1990년대 중반 홈쇼핑 출범, 통신판매업 성장 등과 맞물리며 성장을 거듭했다. 1995년 약 1035만 상자였던 택배 물량은 1999년 7900만 상자로 늘어났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빠르게 성장한 TV 홈쇼핑과 급격하게 늘어난 인터넷 쇼핑몰은 택배 물량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기폭제였다. 2000년대 초반 1억 상자를 돌파한 택배 물량은 2012년에 접어들면서 14억 개를 넘어섰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확산한 비대면 문화도 불을 지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9~10% 정도 증감하던 택배 물량은, 2020년 33억 7300만 상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1% 기까이 폭증했다. 2020년 기준 국민 1인당 연평균 택배 서비스 이용 건수는 65.1회(2000년 2.4회, 2021년 70.3회)에 달했으며, 같은해 여론조사에서 '택배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면 생활은 굉장히 불편할 것 같다'고 답변한 사람은 82.2%를 기록했다.
이제 택배는 버릴 수 없는 일상 속 서비스다. 주문하면 바로 가져다 주는 당일배송, 총알배송, 로켓배송 등에 이어, 전날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신선식품을 배송해 주는 새벽배송까지 등장했다. 택배로 옷을 사 입고, 필요한 생필품을 구매하며, 장을 본다.
택배 물량 증가와 함께 늘어난 포장 쓰레기
택배 서비스는 일상에 편리함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 하나가 숨어 있다. 늘어난 쓰레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소비를 선호하면서 일회용 포장재 등의 사용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2’에 따르면, 택배 포장재 등 '폐지류 기타'는 2021년 대비 21.1% 증가했다. 또한, 택배와 배달음식, 식품·제품 등 포장에 사용되는 '폐합성수지류 기타'는 59.9% 늘었고, 식품 포장 등에 사용되는 '발포수지류'는 27.2%, 택배 포장재 등 '폐지류 기타'는 21.1%, 재활용 품목으로 배출하지 않는 음식 포장 용기류나 비닐류와 같은 '가연성 기타'는 13.7% 등으로 나타나며 전체적으로 급증했다.
손톱처럼 작은 제품도 소위 ‘뽁뽁이’로 불리는 완충재를 가득 채운 상자에 담는다. 더 빠른 속도로 배송하기 위해 경쟁하기 시작한 택배 업체가 배송 과정에서 택배 상자를 옮기며 파손되지 않도록 취한 조치다. 신선식품을 새벽에 배송하기 위해 사용하는 스티로폼 상자, 냉장용 포장재, 아이스팩, 보냉용 비닐 등도 이중삼중으로 싸맨다. 이를 통해 일반 가정에서 신선한 식품을 얻을지 모르겠지만, 산처럼 쌓이는 포장 폐기물도 덤으로 받는 셈이다.
지난 2021년, 한국환경연구원이 발간한 ‘팬데믹 관련 환경인자 및 현황 분석 기반 환경 정책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 사용 증가'라고 답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쓰레기·폐기물·자원순환 문제는 악화했다'라고 답변한 응답자도 49.3%에 이른다.
친환경 포장,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이처럼 소비 패턴의 변화와 생활폐기물 발생 등으로 인해 환경에 대한 인식은 바뀌었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로 2018~2019년 3순위였던 '쓰레기 문제'는 2020~2021년 1순위로 올라섰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친환경 행동 변화수준이 높게 나타난 항목은 '재활용품을 잘 구분해 배출하는 노력'이 72%의 선택을 받았고, '1회용품 소비 자제'는 55.8%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소비자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유통 포장재 재사용이 환경보호에 도움 된다’는 의견에 89.7%로 대부분 동의했다.
‘그린슈머’라는 말도 등장했다. 자연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인 그린슈머는, 친환경적인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이들은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 가격 등 표면적인 구매 기준 이외에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려해 제품을 구매한다. 이른바 가치소비다. 조금 비싸더라도 제품의 원료와 생산방식, 포장재 등을 고려한다는 뜻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인식 변화에 발맞춰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사뿐만 아니라 제품을 옮기는 물류/택배 기업 등 업계도 변화하고 있다. 친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 경영(Social), 지배구조 개선(Governance)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는 ESG 경영을 추구한다. 재무적 지표로만 기업을 평가했던 이전과 달리 비재무적 혹은 무형의(intangible) 가치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이에 따라 종이 테이프, 종이 가방, 종이 포장재, 친환경 비닐봉투 등 친환경 포장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친환경 포장이란, 재활용 또는 재생할 수 있는 재료로 생산한 포장재를 사용해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법으로 포장하는 것을 뜻한다. 포장재로 주로 사용되던 비닐, 플라스틱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석연료를 줄이고, 이를 소각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이는 곧,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탄소 중립, 탄소 저감, 저탄소 운동과도 맞물린다.
친환경 포장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친환경 포장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환경표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환경표지제도는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과 비교해 ‘제품의 환경성’을 개선한 경우, 해당 제품에 로고(환경표지)를 표시해 구매자에게 환경성 개선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이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도록 유도해 환경개선을 이끌어내는 자발적 인증제도다.
제품의 환경성이란, 재료와 제품을 제조, 소비, 표기하는 전 과정에서 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 등을 배출하는 정도 및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정도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를 뜻한다. 환경표지제도는 지난 1979년 독일에서 처음 시작해 현재 유럽연합(EU), 북유럽, 캐나다, 미국, 일본 등 50여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2년 4월부터 시행 중이다.
예를 들어 보자. 용도와 성능, 기능 등이 거의 같은 택배용 비닐봉투 2개가 있고 가정하자. 이중 환경표지를 인증한 비닐봉투가 있다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이 낮다는 뜻이다. 즉, 친환경 비닐봉투다. 참고로 친환경 비닐봉투는 대부분 ‘EL 606(포장재, 재활용한 폐재를 50% 이상 사용)’, ‘EL 724(생분해성수지제품, 생분해 합성수지를 70% 이상 사용한 제품)’, ‘EL 727(바이오매스합성수지제품, 바이오매스에서 유래한 탄소 함량 40% 이상인 제품)’의 환경표지 인증기준을 만족한 제품이다.
최근 EL 606 친환경 택배봉투를 선보인 칼렛스토어의 권영삼 대표는 “친환경 비닐봉투와 같은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친환경 제품은 일반 제품 보다 무조건 비싸다는 편견도 깨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성능과 기능적인 부분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평범한 비닐봉투로 보이지만, 재활용한 수지를 사용하고(EL 606),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매스를 이용하는(EL 727) 친환경 비닐봉투의 사용은 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발걸음의 시작”이라고 설명한다.
친환경 제품을 도입하려는 기업의 노력과 친환경 제품을 확인하는 소비 문화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