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 응용 스타트업, 구글과 손 잡고 글로벌 진출한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앞으로 1~2년 사이 쏟아져 나올 AI(인공지능) 응용 앱들 중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나아가서는 글로벌 시장도 선점하는 앱도 나올 겁니다. 그 흐름에도 우리도 함께 할 거라 믿습니다.”
1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열린 ‘창구 프로그램 5기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권륜환 펫페오톡 대표가 AI 기반 앱 서비스의 미래를 낙관하며 한 말이다. 펫페오톡은 AI 기반 반려동물 CCTV 서비스 ‘도기보기’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구글코리아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창구 프로그램'의 성과와 참여 기업을 소개하려는 취지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펫페오톡과 함께 뷰티 큐레이션 앱 ‘잼페이스’를 서비스 중인 작당모의, 인공지능 기반 알약 카운팅 앱 ‘필아이’의 메딜리티가 참여했다. 구글코리아 측은 최근 AI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해 AI 기술을 적극 활용 중인 스타트업을 이날 초청했다고 밝혔다.
펫페오톡의 도기보기는 스마트폰 공기계를 CCTV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AI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행동을 감지했을 때만 녹화하는 게 특징이다. 권륜환 펫페오톡 대표는 “차량 블랙박스처럼 녹화된 영상만 봐도 반려동물의 행동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을 다 보는 대신 타임 랩스로 확인하거나, 경로나 히트맵, 그래프 등으로 정보만 확인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작당모의의 잼페이스는 퍼스널컬러 진단, 피부 타입 진단, 화장품과 피부 상성을 확인하는 기능 등에 AI를 활용 중이다. 윤정하 작당모의 대표는 “처음부터 AI를 활용하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아닌, 이용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AI를 사용하게 된 경우”라며 “피부를 64가지 타입으로 나눠 진단하거나, 12만 개 화장품과 전성분과 피부 사이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데 AI를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메딜리티의 필아이는 스마트폰으로 알약을 촬영하면 비전 AI가 숫자를 대신 세주는 서비스다. 박상언 메딜리티 대표는 “약국 조제실에서 알약 개수를 세는 일은 약이 처방전대로 올바르게 조제되었는지 검수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며 “지금까지 손과 눈에 의존해왔는데 이를 비전 AI 기술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스타트업으로서 AI를 적용할 때 겪은 어려움도 털어놨다. 윤정하 대표는 방대한 데이터를 AI에 학습해야 하는 점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그는 “기존 모델로 예상했던 결과가 안 나오면 개선하거나, 모델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스타트업에게는 힘들다. 한정된 인프라와 한정된 인력으로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박상언 대표는 “글로벌 23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보니 정말 다양한 상황이 존재한다. AI가 예외 상황에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데 이용자들이 원하는 결과의 정확도는 99.999% 이상이다. 정확도를 유지하려면 결국 데이터셋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륜환 대표는 AI 분석을 위한 정보 수집에 이용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저항도 어려움 중 하나로 꼽았다. 권 대표는 “AI 로직으로 사람은 녹화하지 않고 반려동물만 녹화함에도 꺼림칙하게 느끼는 분들이 있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름의 해법도 제시했다. 그는 “약관을 잘 보여주거나 안심하라는 말을 하는 것보다 서비스를 이용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그런 불편한 감정보다 더 크게 와닿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더라. 보안도 당연히 신경 쓰겠지만 더 가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극복 중이다”라고 말했다.
AI 기술 발전과 개선을 위해선 인력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고 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권륜환 대표는 “흔히 우수한 개발자 한 명이 10명분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수한 AI 개발자는 100명의 몫을 해낼 수도 있다”며 AI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경험시키거나 조기교육 하는 것도 우리나라 AI 인재 풀을 넓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제언했다.
박상언 대표는 “개발 인력 부족도 문제지만 인프라도 문제다. 컴퓨팅 파워를 이용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윤정하 대표는 “모두 틈새 버티컬 분야를 공략하는 회사다 보니 카테고리마다 특수성이 있을 것”이라며 “잼페이스의 경우 주관적 데이터, 뷰티 분야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부분도 어려움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모두 앞으로 AI가 실생활 여러 분야에서 더욱 밀접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정하 대표는 “스타트업은 각각의 영역에서 고객들이 생각하는 불편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며 “AI로 불편을 해결하는 사례가 늘면서 AI가 생활 속 깊숙이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언 대표도 “앞으로 AI를 안 쓰는 분야를 찾기가 더 어렵게 될 것”이라며 “기술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인간이 가진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AI 기술이 해야 할 역할이다”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5기를 맞은 창구 프로그램은 구글코리아가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과 함께 국내 스타트업들의 성장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4기까지 참여 스타트업의 앱 신규 다운로드는 140%, 매출 62%, 개발사 팀 규모 41%, 해외 진출 비율 69%가 늘었고,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180억 원에 달했다고 구글 측은 밝혔다.
올해는 지난해 80개 사보다 20개 사가 늘어난 100개 사로 대상을 확대했다. 참여 스타트업들에게는 최대 3억 원의 사업화 자금과 서비스 성장, 해외 진출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제공된다.
이날 참여한 기업들도 구글 창구 프로그램을 통한 글로벌 진출에 가장 큰 기대를 드러냈다. 윤정하 대표는 “동남아, 특히 베트남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데,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들의 마케팅 조건이나 그에 따르는 멘토링을 제공받을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상언 대표는 “한국에서는 모르는 약사님이 없을 정도지만 미국에서는 침투율이 아직 10%대라며 “북미에서는 여전히 잘 알 수 없는 앱일 수 있지만 구글과 함께 일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