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유 “뇌파 측정 기술로 정신건강 관리에 기여” [혁신스타트업 in 홍릉]

한만혁 mh@itdonga.com

[IT동아 한만혁 기자] 뇌파는 뇌 신경세포가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만들어 내는 전기적 파동을 말한다. 뇌파를 측정하고 분석하면 수면 상태, 스트레스 정도, 감정 변화, 몰입도, 의식수준 등 뇌 활동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뇌파를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나의 신경세포가 만드는 파동이 극히 미세한 탓이다. 우리가 손목에서 느끼는 맥박의 1/8000~1/5000 수준이다.

홍승균 브레인유 대표는 뇌파를 연구하면서 개발한 뇌파 측정 및 모니터링 기술을 기반으로 환자 마취 심도를 측정하는 의료기기 CAI와 수면 상태를 추적하는 슬립에이드를 선보였다. 물론 이제 시작이다. 뇌파 관련 기술을 좀 더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자 기술 및 제품 개발,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 정신 건강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라며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있다”고 말한다.

뇌파 측정 기술로 창업한 홍승균 브레인유 대표 / 출처=IT동아
뇌파 측정 기술로 창업한 홍승균 브레인유 대표 / 출처=IT동아

자연스럽게 이어진 뇌파 연구

홍승균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뇌에 관심이 많았다. 제약회사 연구소에 재직할 때도 정신 건강 분야를 주로 맡았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뇌에 대해 연구할 기회가 자주 주어졌다. 자연스럽게 뇌에 대해 좀 더 깊이 파고들었다.

보통 뇌를 연구하는 분야는 크게 뇌 영상과 뇌파 측정으로 나뉜다. 뇌 영상에 대한 연구는 활발한 반면, 뇌파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래서 홍승균 대표는 뇌파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고, 뇌파 측정 기술과 이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게 됐다. 이 기술이 브레인유의 제품과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핵심 기술이다.

현재 브레인유는 국내외 특허 12건을 보유하고 있다. 출원 중인 특허와 지식재산권, 상표권까지 포함하면 70건이 넘는다.

환자 마취 상태 측정, CAI

홍승균 대표는 처음부터 의료기기에 도전했다. 제일 어려운 영역에서 먼저 인정받으면 브랜드 가치도 올리고 기술력도 검증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브레인유 마취 심도 측정기 CAI / 출처=브레인유
브레인유 마취 심도 측정기 CAI / 출처=브레인유

브레인유가 처음 선보인 제품은 마취 심도 측정기 CAI다. CAI는 수술 중인 환자의 뇌파를 측정해 마취 깊이와 상태를 숫자로 보여주는 의료기기다. 마취 상태가 너무 깊으면 심혈관 질환 환자나 고령의 환자는 심장, 혈관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반대로 마취 상태가 얕으면 수술 중간에 깨어날 수 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1만 명 이상이 경험하는 현상으로, 신체적으로는 이상 없지만 트라우마 등 정신적인 문제를 겪을 수 있다. CAI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의료기기다.

CAI는 크게 센서, 본체, 앱 3가지 파트로 나뉜다. 센서는 이마에 부착해 전두엽 영역의 뇌파를 감지한다. 본체는 뇌파의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하고 노이즈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앱은 뇌파를 분석하고 의식수준 변화 등 다양한 지표를 보여준다. 의식수준은 0~100으로 구성되며 숫자가 클수록 깨어 있는 상태다. CAI 기준으로 40~60이 적당한 마취 상태다.

홍승균 대표는 국산 기술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 출처=IT동아
홍승균 대표는 국산 기술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 출처=IT동아

CAI는 기존 마취 심도 측정기의 단점도 개선했다. 센서의 민감도나 반응성, 기계적인 안정성을 강화했고, 작은 크기와 직관적인 UI로 편의성을 높였다. 홍승균 대표는 “무엇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는데 의의가 있다”라며 “의료기기의 경우 대부분이 수입산인데, 그중 하나를 국산화했다는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CAI는 식약처를 통해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고, 안전, 건강, 환경 및 소비자 보호 등 유럽연합(EU) 이사회 지침을 준수해 CE(Comunaut Europenne) 인증도 획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은 올해 신청했으며, 내년에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CAI는 현재 유럽,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

정확도 높은 수면 상태 추적, 슬립에이드

브레인유는 뇌파 감지 기술을 기반으로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헬스케어 기기 슬립에이드(SLEEPade)도 선보였다. 슬립에이드는 크게 단말기와 앱으로 나뉜다. 단말기는 뇌파를 측정하는 센서와 뇌파 신호를 처리하는 증폭기 기능을 수행한다. 크기는 작지만 정밀한 뇌파 측정을 통해 스마트워치보다 정확한 수면 추적이 가능하다.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슬립에이드 / 출처=브레인유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슬립에이드 / 출처=브레인유

잠들기 전 이마에 붙이면 뇌파를 수집하고 전용 앱을 통해 수면 시간이나 수면량, 수면 진입에 걸리는 시간, 깨어난 시간, 수면 패턴 등 수면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가속도 센서와 모바일 기기 마이크를 통해 뒤척임이나 코골이도 측정한다. 수면 데이터는 일간, 월간, 주간으로도 정리해 준다.

이외에도 수면 제어에 도움이 되는 ASMR도 제공한다. ASMR은 사용자가 잠이 들면 자동으로 꺼진다. 수면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알람 기능도 지원한다. 기상 시간을 맞춰 놓으면 30분 전부터 음악이나 알람을 울려 얕은 잠 상태에 있다가 서서히 깨어나도록 돕는다.

홍승균 대표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일상으로 확대하고자 만든 것”이라며 “기존 수면 추적 제품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 사용자 스스로 수면 습관을 바꾸는데 도움이 된다”라고 소개했다.

뇌파를 이용해 정확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 출처=IT동아
뇌파를 이용해 정확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 출처=IT동아

자금 문제 딛고 사업 전개 박차

브레인유는 CAI와 슬립에이드를 통해 연 매출 10억 원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사업 전개가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이었다. 첫 매출을 올리기까지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병원 출입이 어려워지고 수술 수가 줄면서 사업 전개가 순탄하지 않았다.

이때 의료, 바이오,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홍릉강소연구특구를 통해 투자금을 유치했다. 사업 특성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병원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홍릉강소연구특구와도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었다. 덕분에 투자 유치를 비롯해 인적 네트워크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홍승균 대표는 사업 전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하면서 뇌파 연구 기술과 관련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홍승균 대표는 뇌파 측정 및 모니터링 기술을 기반으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 출처=IT동아
홍승균 대표는 뇌파 측정 및 모니터링 기술을 기반으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 출처=IT동아

마취 심도 측정기의 경우 내년에는 동물에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동물의 경우 마취 상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종이 많아 표준화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하드웨어와 알고리즘을 좀 더 고도화하면서 발전시키고 있다. 마취뿐 아니라 다른 영역으로의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른 기기와의 연동을 통해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의 환자 감시 장치 등 사용처를 넓히고자 한다.

슬립에이드의 경우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일정 기간 데이터를 취합 후 적절한 수면 시간, 수면량, 숙면 방해 요소 등을 개인별로 제안하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기술적인 개선은 물론 스트레스, 집중력 관리 등의 기능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른 기업과의 협업도 논의하고 있다. 실제로 집중력 기능 부분은 산소발생기 제조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승균 대표는 “2025년까지 제품 및 서비스 출시 로드맵을 정해놓은 상태”라며 “매년 2~3개씩 새로운 기능과 제품을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사람 대상 제품을 동물까지 확대하고, 병원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일상생활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뇌파 측정 및 모니터링 기술을 기반으로 일상에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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