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향해 달리는 글로벌 시장, 어째서?[K비즈니스 가이드]

김영우 pengo@itdonga.com

80억 인구가 기다리는 글로벌 시장은 무한한 기회의 땅입니다. 본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KOTRA)는 K팝, K뷰티, K푸드 등의 뒤를 이은 새로운 K트렌드의 등장을 응원하기 위한 공동기획, ‘K비즈니스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KOTRA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경제 정보 포탈인 ‘KOTRA 해외시장뉴스’에 최근 올라온 소식 중, 주목할 만한 것을 소개합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용어에 대한 해설,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덧붙여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자 합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참고: ‘2023 글로벌 ESG 동향 (2023. 7. 28. KOTRA)

요약: 기후변화 및 코로나19를 비롯한 세계적인 재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ESG 경영이 필수 덕목으로 자리잡고 있음. 이미 미국, EU(유럽연합), 일본, 동남아시아, 중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ESG 기반의 정책을 다수 선보이고 있으며, 기업들 역시 ESG에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

[IT동아 김영우 기자]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탄소의 배출을 억제하고, 이미 배출된 탄소를 제거해 순 배출량을 0로 만드는 ‘탄소중립’, 버려지는 물건을 가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링’ 등의 용어는 이미 익숙합니다. 여기에 더해 직원의 채용이나 관리에 있어 성별이나 인종 등의 차별을 두지 않는 ‘다양성 존중’, 그리고 부패 및 뇌물수수, 자금 세탁 등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투명경영’ 등의 개념 역시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요소를 모아 하나의 개념으로 표현한 단어가 바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입니다. 재무적 성과를 넘어, 환경 친화성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까지 반영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는 의미죠.

ESG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단지 우수한 상품을 공급하는 ‘좋은’ 경영을 넘어, 지구와 지역사회, 그리고 소외된 이웃까지 보듬는 ‘착한’ 경영을 추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 어느 국가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또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이더라도 ESG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ESG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또 기업들은 ESG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KOTRA에서 발표한 ‘2023 글로벌 ESG 동향’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잘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것이 EU에서 작년 2월 발표한 공급망실사법(CSD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입니다. 이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을 기업의 생산활동에 투영하기 위한 실사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모든 공급망에 관련한 납품·협력기업의 인권과 환경에 대한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ᅠ문제 발견시 시정하고 해당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글로벌 기업들은 ESG를 준수하기 위해 협업하고 있습니다. ESG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협의체인 이니셔티브(initiative)도 다수 조직되고 있지요. 자동차, 제약, 철강, 의류 등 다양한 분야의 이니셔티브가 등장했으며, BMW, 혼다(Honda), 폭스바겐(Volkswagen), 나이키(Nike), 갭(GAP) 등, 이름만 들어도 다 알만한 유력 기업들이 여럿 참여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ESG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평가제도를 운영하는 기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친환경성, 다양성, 공정성 등의 다양한 ESG 관련 이슈를 설정, 해당 기업이 이를 잘 지키고 있는지를 평가합니다. 블룸버그(Bloomberg), 클라리티 AI(Clarity AI), 에코바디스(EcoVadis), 무디스(Moody's), MSCI, S&P 글로벌(S&P Global),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 등의 시장 조사 기관이 대표적인 사례죠.

커피 찌꺼기를 이용해 재창조된 업사이클링 제품들 / 출처= 커피베이스
커피 찌꺼기를 이용해 재창조된 업사이클링 제품들 / 출처= 커피베이스

그렇다면 각국 기업들은 어떤 방법으로 ESG를 실천하고 있을까요? 우선 ESG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친환경 관련 서비스, 그 중에도 업사이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눈에 띕니다. 네덜란드의 커피베이스(Coffeebased)는 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업사이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커피 찌꺼기를 수거한 후, 이를 이용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창조합니다. 비누, 화분, 커피잔, 메모장, 노트 등의 제품 종류도 다양하지요.

또다른 네덜란드 기업인 스톤사이클링(Stonecycling) 역시 흥미로운 업사이클링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이들은 건설 및 철거 현장에서 발생하는 건축 폐기물을 이용, 벽돌을 만들고 있지요. 단순히 친환경을 강조하는 것 외에 상품성에도 신경 쓴 것이 눈에 띕니다. 폐기물로 만든 벽돌이긴 하지만 20가지의 다양한 색상으로 제공되며, 품질이나 미적 감각도 우수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버려지는 나무젓가락을 가공해 만든 가구 및 생활도구 / 출처 = 찹벨류
버려지는 나무젓가락을 가공해 만든 가구 및 생활도구 / 출처 = 찹벨류

캐나다의 찹벨류(ChopValue)도 흥미로운 ESG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밴쿠버에 거점을 둔 이 기업은 버려지는 나무젓가락을 수거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창조하고 있습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나무젓가락이 800억개에 이른다는 것에 착안해 업사이클링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네요. 제공하는 제품은 책상, 서랍장, 선반 등의 가구, 그리고 도마와 같은 생활용품까지 다양합니다. 사용했던 젓가락이라 하여 위생 문제를 걱정하는 고객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수성 수지 코팅 및 고온 가열들의 철저한 멸균∙항균 처리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친환경 외에도 경영 환경 개선을 통해 ESG를 추구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독일의 엔지니어링 기업인 지멘스(Siemens)는 한때 분식회계 및 공금횡령, 뇌물 등의 스캔들로 인해 2008년 11월 법원에서 100억 유로에 달하는 벌금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후 지멘스는 경영진의 준법 경영 업무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정을 만들었으며, 기업 윤리 강화를 위해 친환경, 규정 준수, 노동 표준 보장을 위한 원칙과 의무를 규정했습니다. ESG 경영 위반을 직원 여부와 무관하게 신고할 수 있는 채널도 운영을 시작했죠. 이를 통해 지멘스는 2022년, CDP 기후변화 부문 A-등급을 획득했으며,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산업 대기업 부문 선도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ESG 평가 기관인 에코바디스에서 70점을 획득해 전체 평가대상 기업 중 2% 내에 드는 등, ESG 우수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친환경과 소비자들의 기호를 절묘하게 연동시켜 ESG 행보에 성과를 낸 기업들도 있습니다. 미국의 식품 업계들은 그 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철강이나 화학과 같은 이른바 ‘굴뚝산업’의 책임만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연구진이 2021년 9월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축산업을 비롯한 전 세계 식품산업 전반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세계 배출량의 35%에 해당하는 약 173억 톤에 달합니다. 특히 이 중 약 60%가 육류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타이슨푸드와 스미스필드푸드에서 선보인 대체육 기반 제품 / 출처= Raised and Rooted, Pure Farmland
타이슨푸드와 스미스필드푸드에서 선보인 대체육 기반 제품 / 출처= Raised and Rooted, Pure Farmland

이에 미국 식품업계에선 육류의 사용량을 줄이고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한 대체육의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타이슨푸드(Tyson Foods)나 스미스필드푸드(Smithfield Foods) 등, 미국의 대표적인 육가공 업체들이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죠. 이들은 특히 치킨너겟이나 소고기패티와 같은 전통적인 인기 제품을 식물성 단백질 기반의 대체육으로 제조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있습니다.

유제품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초바니(Chobani), 펩시코(Pepsico), 다농(Danone), 네슬레(Nestle)를 비롯한 대형 식품업체들은 콩이나 귀리, 견과류 등에서 추출한 대체 유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귀리를 원료로 제조한 오트밀크(Oat milk)는 인기가 높습니다. 이러한 대체육, 대체유 기반의 식품은 마케팅 방법 역시 ESG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의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탄소 라벨링’을 제품 겉면에 표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외의 친환경 마크, 동물성 성분이 없음을 강조하는 비건(Vegan) 마크 등을 표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마케팅이 실제 소비자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023년 1월 존스홉킨스대에서 발표한 ‘환경 라벨링에 따른 패스트푸드 메뉴 선정 영향 조사’에 따르면, 피실험자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높은 영향(High climate impact)’ 라벨이 붙은 소고기버거 대신 비소고기 함유 메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 비율은 라벨링 없는 메뉴에서 음식을 선택하는 대조군 대비 23% 더 높았습니다. 이러한 ESG 관련 라벨링을 통해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한 식품 선택을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전의 친환경, 다양성 존중 같은 개념이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에 불과했다면, 이제 ESG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한 필수 덕목입니다. 각국 정부 역시 ESG 관련 제도를 다수 선보이고 있으며, 무엇보다 ‘착한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의식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대한민국의 기업인이라면 꼭 염두해야 할 사항입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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