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사실이라면, IT업계에 미칠 영향은?
[IT동아 남시현 기자] 국내 소재의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온상압 초전도체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초전도체(Superconductor)는 전도체로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과 반자성 효과가 일어나는 물질이다. 특히 초전도체는 물질이 초전도 상태일 때 내부에 있는 자기장이 외부로 밀려나는 마이스너 효과로 인해 강한 자성 위에서 공중으로 부양하는 특성이 있으며, 이를 응용해 산업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초전도체는 초고온, 초고압에서만 발현되기 때문에 상용화가 불가능하다. 반면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공개한 ‘LK-99’라는 물질은 127도 이하의 상온, 일반 대기압에서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고, 제조 방법도 납, 구리, 인회석을 가열해 새로운 결정 구조를 만드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어서 더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학회에서는 교차 검증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도 한 달 이후에 관련 설명회를 열겠다고 언급한 상황이다.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상용화된다면 IT업계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반도체, 대체되진 않지만 궁극적 혁신 가능
초전도체는 저항이 없기 때문에 전류가 이동할 때 에너지의 손실이 없고, 이론적으로는 전자기기에도 적용했을 때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저항으로 인한 발열도 극도로 줄어드는 덕분에 성능의 제약이 크게 완화되고, 이론상 최고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초전도체의 전류를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할 방법이 없어서 컴퓨터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 연구진은 2D 양자 재료를 사용해 단방향으로 전류가 흐르는 초전도체 특성을 발견했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할 경우 초전도체가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현재 기가헤르츠 단위의 컴퓨터 속도는 300~400배 빠른 테라헤르츠 속도까지 발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저항으로 인한 한계가 없어지므로 집적회로를 더욱 고밀도로 배치할 수 있게 되고, 에너지 효율도 나아진다.
초기에는 서버용 컴퓨터와 양자컴퓨터 두 분야에서 초전도체가 빠르게 적용될 것이다. 현재 서버용 컴퓨터는 일반 사용자용 컴퓨터의 수만 배 이상의 자원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전력 문제와 발열 등이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초전도체 기반의 컴퓨팅을 적용하면 발열 문제가 해결돼 소비전력이 크게 줄어들고, 또 컴퓨팅 성능의 고효율화로 인해 서버실 자체의 규모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아울러 양자컴퓨터 역시 획기적으로 상용화될 수 있다. 양자 컴퓨터는 양자 얽힘 현상을 활용해 극단적으로 빠르게 연산을 처리한다. 초전도체는 양자 비트를 생성하고 이를 제어하는 데 사용되며, 현재 상용화된 양자 컴퓨터도 극저온 초전도체를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활용하면 극저온을 유지할 필요가 없으므로 유지 비용이 크게 줄어들고, 보다 보편적인 조건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극단적인 컴퓨팅 성능 향상, 인공지능 등에도 영향
상온상압 초전도체로 인해 컴퓨터의 성능이 극도로 향상되면, 현재 컴퓨터를 활용하는 작업에 대한 진척도 빨라진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그래픽 카드의 연산 처리 성능을 활용해 개발한다. 만약 초전도체를 활용해 극도로 상향된 차원의 데이터 처리 장치가 등장하면 그만큼 인공지능 처리 및 개발도 빨라진다. 덕분에 스스로 생각하고 작동하는 인공 일반지능이 더욱 빠르게 등장할 여지가 생기고, 현재의 심화 학습이나 빅데이터 분석, 기계 학습 등이 고도로 발달한다.
그 결과 로봇 분야나 자율 주행 등의 인공지능 성능이 크게 발전하고, 의료나 환경, 과학 분야의 연구 개발 속도가 빨라진다. 특히 높은 민감도와 정확성을 가진 센서를 만들 수 있게 되어 거의 모든 산업에서 생산성이나 효율 등이 증가한다. 암호화 및 보안이나 통신 기술도 함께 발전하므로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컴퓨팅 환경도 조성할 수 있다.
초현실적 성능의 스마트폰, 전기차 등도 출현
당장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발견되더라도 현세대의 반도체를 대체하기는 어렵다. 오늘날 반도체 공정은 반 세기에 걸쳐 쌓아 온 결과물이며, 초전도체와 반도체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또한 제조 기술과 비용 문제, 안정성과 신뢰성 문제, 그리고 개발에 따른 환경 문제 등도 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효율적이라고 인정될 경우 빠르게 반도체를 대체하는 과정에 착수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일상생활까지 그 수혜가 이를 수 있다.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적용 분야는 컴퓨터나 노트북 등에 탑재되는 집적 회로다. 앞서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처리 속도는 빨라지고, 전력 소비는 줄어든다. 또한 밀도가 높아져서 성능이나 활용도가 크게 개선된다. 발열이 거의 없고 저장 용량은 대단히 큰 초고성능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초소형 증강현실 기기 등 새로운 차원의 제품이 등장할 수 있다.
또한 초전도체의 높은 전기 전도성을 활용해 에너지의 변환 체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충전 및 방전 과정이 최적화되고, 에너지 손실도 최적화된다. 또한 처리 장치의 전력 소비가 크게 줄어서 실 사용 기간이 훨씬 길어지고, 또 센서 기술 등과 결합해 에너지 소비가 최적화된다. 덕분에 지금처럼 매일 스마트폰을 충전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고, 또 스마트 워치나 전기차 등의 충전 속도나 효율도 대단히 발전해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직은 주장일 뿐, 업계 반응은 회의적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산업혁명 그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으며, 인류 전체에 수혜를 가져다줄 수 있는 물질이다. MRI의 비용이 엑스레이 수준으로 낮아진다던가, 자기 부상 열차가 활성화돼 교통 혁신이 가능해진다. 또 핵융합이나 입자가속기의 실현 가능성도 가속화하는 등 모든 산업 분야가 대 전환을 이루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십 년 간 많은 과학자들이 초전도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상온상압에서 완전한 초전도체는 등장하지 못했다.
게다가 상온상압 초전도체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악용해, 과거에도 여러 차례 조작된 논문이 게재된 사례가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이번 ‘LK-99’ 사례가 인류 차원의 획기적 전환점으로 기록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논란으로 끝날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