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해도 연봉 주는 구글, 꿈의 직장 甲일까?
무료 식사, 무료 마사지, 무료 진료… 이제는 사망보험 혜택까지?
구글의 파격적인 직원 복지 정책이 또 화제에 올랐다. 지난 2012년 8월 8일(현지 시각), 북미 경제지 포브스는 구글이 사망한 직원의 유가족에게 10년간 매년 연봉의 절반을 지급하는 정책을 실시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배우자는 고인의 주식을 전량 양도받으며,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만 19세가 될 때까지(대학생이 되면 만 23세까지) 매달 1,000달러의 학자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파격적인 특혜다.
구글 인력관리책임자(CPO) 라즐로 보크(Laszlo Bock)는 “매우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고인이 잠시나마 머물렀던 회사 입장에서 살아남은 유가족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나온 결과”라며, “유가족들이 직면할 어려움을 해결해 줄 실질적인 해결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망복지’ 정책은 지난 2011년부터 공식 실시됐다.
이 정책이 특별한 이유는 아무 조건 없는 순수한 혜택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직원의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복지 정책을 실시한다.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 장기간의 출산 휴가와 탁아소를 운영하는 것, 무료 식사와 무료 마사지를 제공하는 것 등 이 모두가 해당 직원의 능률을 올려 궁극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얻는 데 목적을 둔다. 그러나 직원 사망 후에 제공하는 복지는 회사에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 보크는 “(이 정책으로 인해) 구글이 얻는 이득은 없다”라며, “유가족들을 돕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구글 직원이라면 근속 연수나 직급 등에 상관 없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기본 복지라는 점이다. 현재 3만 4,000여 명에 달하는 구글 임직원들이 모두 혜택 대상이라는 뜻이다. 반면 일정한 자격이 필요한 복지 정책의 경우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전세계 언론들과 네티즌들은 “역시 구글이다”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구글 입사를 희망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 이쯤 되면 구글을 명실공히 최고의 ‘꿈의 직장’이라고 불러도 될 것만 같다.
글쎄, 너에게만 꿈의 직장이겠지
하지만 구글에 입사한 모두가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채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밖으로 보여지는 구글의 이미지와 내부에서 경험한 실제의 차이가 너무 큰 탓이다. 구글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근무하는 대기업이기에, 관료주의적인 경향이나 인간미 없는 근무 환경이 실망스럽다고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2008년 구글 인사팀이 퇴사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퇴사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문제는 연봉이다. 자신이 회사에 벌어주는 금액보다 연봉이 턱없이 낮다는 것. 실제로 구글의 급여는 실리콘밸리의 동종 업계보다 다소 낮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구글로 직장을 옮기는 사람들 대부분이 연봉 삭감을 감수한다. 대신 늘어난 직원 복지로 보충하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구글의 직원 복지는 언론에 알려진 것만큼 크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Stephen’이라는 네티즌은 “연봉을 깎고 구글에 입사했지만 이사비용마저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라며, “전 직장인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받았던 복지보다 한참 부족했으며, 심지어 자가보험조차 없었다”고 불평했다. ‘Ben’이라는 네티즌도 “구글이 순이익 2%를 직원 급여로 더 쓴다면 훨씬 행복해질 것”이라며, “어떤 면에서 구글은 짠돌이 같다”고 말했다. 반면 “구글 직원은 돈이 아니라 꿈을 좇는 사람들”이라며 구글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구글 특유의 복잡한 입사 절차가 싫었다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다. 구글의 입사 절차는 지원서를 낸 순간부터 최종 합격에 이르기까지 4~6개월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심사숙고해서 사람을 뽑으려는 구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입사자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긴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교육 과정이 부실해 입사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Luqman’이라는 네티즌은 “입사 후 6달간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이 때문에 9개월간 업무 성과가 나빠서 상관에게 혼났다”라며, “야근을 하지 않는다면 승진은 꿈도 못 꿀 분위기”라고 고백했다.
이 밖에 “공짜 저녁을 먹기 위해 일거리도 없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임원진들이 워낙 단단히 버티고 있어 승진이 힘들다”는 귀여운 폭로(?)도 있었다. 사실상 여타의 기업들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구글은 좋은 직장이 분명하지만 모든 사람이 만족할만한 꿈의 직장은 아니다. 구글로 대표되는 ‘놀이터 직장’은 사실 허상일지도 모를 일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