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포넷제로] 종이테이프는 재활용할 수 없나요?
[스텝포넷제로] 2022년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스텝포넷제로(Step for Net-Zero)’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탄소 저감을 실천하는 캠페인 및 인증이다. 스텝포넷제로는 환경, 경제, 사회,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탄소중립에의 참여를 독려한다. 또한, 각 분야 전문가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탄소중립 또는 탄소 저감 방법을 제안하고 적용 중이다. 친환경 포장재 전문 플랫폼 칼렛스토어와 ESG 경영을 실천하는 50여 개 기업이 함께하고 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매일 아침 출근길에 집을 나서면 집 앞마다 쌓여 있는 택배를 확인할 수 있다. 국가물류 통합정보 센터에 따르면, 2000년만 해도 국민 1인당 2.4건에 그쳤던 택배 이용 건수는 2021년 70.3건으로 폭증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53.8건)과 비교하면 30.7% 늘어난 수치다.
소비자가 집에서 편리하게 필요한 물건을 받을 수 있는 택배는 의외의 문제를 야기했다. 늘어난 포장 쓰레기다. 그나마 종이 박스는 분리배출을 통해 재활용할 수 있지만, 문제는 테이프다. 종이 박스를 포장하기 위해 박스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테이프는 처치 곤란인 경우가 많다. 간혹 파손 방지를 위해 박스 모서리까지 칭칭 감은 테이프는 떼어내기도 벅차다.
이에 여러 업체들이 기존 플라스틱, 비닐 테이프를 종이테이프로 대체했다. 그리고 ‘종이 박스와 함께 버려도 괜찮다’, ‘종이테이프는 재활용할 수 있다’ 등의 문구로 알렸다. 재활용되는 종이 박스처럼 종이테이프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지난 2022년 12월, 한국소비자원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종이테이프도 상자에서 제거한 후 분리배출해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 중인 종이테이프 중 환경성 표시·광고를 하는 종이테이프 25개 제품을 선정해 조사한 결과 22개 제품(88%)은 재활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개 제품(76.0%)은 온라인 광고에 '박스에 부착된 상태로 재활용', '분해되는 종이로 재활용 가능' 등의 잘못된 방법으로 안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그린워싱’이다. 그린워싱은 'Green'과 'White washing(세탁)'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의미한다. 기업이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축소시키고, 재활용 등 일부 과정만을 부각시켜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정리하자면, 재활용할 수 없는 종이테이프를 재활용 제품, 친환경 제품인 것처럼 광고하고 판매했다는 뜻이다.
종이는 재활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사람들은 흔히 종이는 재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맞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모든 종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종이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물과 약품을 섞어 섬유입자로 풀어야 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풀어낸 섬유 입자를 다시 종이로 가공한다. 하지만, 오염된 종이나 영수증, 코팅지, 합성수지 등은 섬유 입자로 풀어내기 어렵다. 재활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종이 빨대가 여기에 해당한다. 플라스틱 빨대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이유와 함께 플라스틱 빨대 사용 전면 금지 시행으로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종이 빨대를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한번 사용한 종이 빨대는 재활용하기 어렵다. 음식물이 묻고 눅눅해지는 점, 부피가 작은 점 등 여러 이유 때문에 대부분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소각장에서 태워진다. 재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빨대처럼 생각되지만, 결국 일회용 종이 쓰레기인 셈이다.
종이테이프도 마찬가지다. 종이테이프는 점착면을 보호하고, 사용할 때 잘 떼어지게 하도록 처리하는 박리제와 점착제를 코팅한다. 그래서 재활용 시 물에 녹지 않고 이물질로 남아 재활용 효율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종이테이프를 종이 박스에 그대로 붙여서 배출하면 재활용할 수 없는 일반 쓰레기일 뿐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종이테이프를 상자에서 제거하라는 이유다.
종이테이프를 재활용할 수 있다면?
다만, 그렇다고 모든 종이테이프가 재활용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박리제, 점착제를 분리할 수 있으면 된다. 이에 대한 기준도 있다. ‘종이 점착테이프 및 종이 점착시트(EL103:2012)’다. 종이를 지지체로 하는 제품과 테이프, 시트용 박리지 원지 제품의 환경표지 인증이다.
스텝포넷제로의 ‘리펄프 테이프’가 여기에 해당한다. EL103 인증을 획득한 리펄프 테이프는 PE 라미네이팅을 하지 않고, 상온의 물에서도 용해(수해리, 水解離)된다. 이를 통해 종이로 재활용하는 리펄프 과정에서 펄프 잔유량은 95% 이상을 만족한다. 이외에도 테이프 생산 과정에서 유기용제를 사용하지 않아, 대기 오염 물질도 배출하지 않는다.
리펄프 테이프를 판매하는 칼렛스토어의 권영삼 대표는 “종이 박스의 재활용을 저해하는 일반적인 테이프와 달리 리펄프 테이프는 환경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지역환경오염 감소 및 자원순환성 향상에 도움되는 제품”이라며, “특히, 2025년부터는 해외 수출을 위해 원재료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일반 테이프를 사용해 수출할 경우, 예상하지 못한 환경분당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때문에 100% 리펄프할 수 있는 친환경 테이프 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