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희 경기콘텐츠진흥원 원장, "콘텐츠 업계에 공공의 역할 중요··· 퇴임 후에도 기여할 것"
“지난 2년 사이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인 공감대가 크게 바뀌었다. 퇴임 이후에는 민간 전문가로서의 경력과 공공 기관장으로의 경험을 모두 살려, 우리나라 인공지능 산업과 교육 환경에 기여해 볼 생각이다”
지난 2021년 7월 부임한 민세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의 임기가 이번 달 마무리된다. 민 원장은 MIT 센서블시티랩 연구원, TED 펠로우, 서울디자인재단 서울라이트 총감독, 구글 아트&컬처 작가 등의 경력을 가진 거친 데이터 시각화 및 인공지능 전문가며, 실무 전문가의 시선으로 경기콘텐츠진흥원을 이끌어왔다. 지난 2년간 공공기관장으로서 민 원장이 걸어온 족적, 그리고 앞으로 인공지능 전문가로서 다시 그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들어보고자 경기콘텐츠진흥원을 방문했다.
콘텐츠에서 공공기관의 역할 분명··· 공적 영향력 늘려야
민 원장이 이끈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001년 설립된 경기도 산하 기관으로, 경기도 내 문화 및 예술 콘텐츠 산업과 기술 집약적 중소기업의 창업을 지원하고, 산학연관의 협력 체제를 구축해 지역문화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민 원장 이전에는 주로 행정 전문가들이 기관장을 지냈으나, 민 원장이 처음으로 민간 전문가 자격으로 기관장을 맡아 화제가 된 바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장을 부임하기 전과 임기를 마무리하는 지금의 생각은 어떻게 다를지 물었다. 민 원장은 “민간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 하면서 민간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공적 영역의 벽을 느껴왔다. 시각 콘텐츠 미디어 아트만 보더라도 공공기관은 공원이나 문화유산 등 일반 기업이 접근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술 기반의 일을 해오다 보니 기술과 자원을 공공화하는 일도 해보고 싶었다. 콘텐츠 제작자에게 인공지능용 자원을 대여하는 등의 시스템을 말이다”라고도 말했다.
물론 임기가 마무리되는 지금 시점에서는 조금 더 보편적으로 접근했다고 말한다. 민 원장은 “공적인 영역에서 사업을 추진하긴 해도, 일반 기업과 다르게 1천400만 도민과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가능한 세금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분배되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해외 네트워크 쌓지 못한 점 아쉬워
민 원장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이름을 날린 전문가다. 그런 만큼 해외 기관과의 협력도 구상했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그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민 원장은 “개인적으로 콘텐츠진흥원이 국내는 물론 해외 기관과도 연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쉽지 않았다. 시기만 괜찮았다면 충분히 가능했었던 부분이라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작년 12월에 출범한 동부경기문화창조허브를 바탕으로 소기의 성과는 남겼다. 동부경기문화창조허브는 기존에 세 개 권역으로 나눴던 경기콘텐츠진흥원을 네 개 권역으로 나누기 위해 출범한 센터다. 현재 동부 센터는 여주 지역 기반의 로컬크리에이터,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산업 성장을 위해 지역 관광지나 특산물 등과 관련된 지역 밀착형 콘텐츠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호스피탈리티 산업은 호텔이나 관광 등 환대 서비스를 뜻하는데, 해당 사업에서의 역량 확보를 위해 일본의 여러 지역 도시와 소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비주류 콘텐츠의 경계 허물고 불균형 해소하겠다는 목표는?
민세희 원장은 취임 당시 ‘비주류 콘텐츠의 경계를 허물고, 지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겠다’라고 말했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 목표는 충분히 달성되었을까? 민 원장은 “경기도는 31개 시군 간의 격차가 상당하다. 문화의 보편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격차를 줄여나가야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명소인 연천군 재인폭포 주상절리를 배경으로 한 ‘오르: 빛 재인폭포’ 역시 민 원장이 추진한 사업 중 하나다. 민 원장은 “재인 폭포를 알리고,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는 목적으로 시각 콘텐츠 사업을 추진했다. 이런 사업은 공공에서만 추진할 수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또 인지를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앞으로도 이런 사업을 통해 다양한 경기도 내 지역 문화 콘텐츠를 부흥하려는 시도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 작지만 단계적으로 실현해
민 원장은 IT전문가 출신이어서 디지털 전환에도 목소리를 냈다. 다만 기관 특성상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민 원장은 “공공기관은 보안이나 절차 등으로 인해 빠르게 디지털 전환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가능한 부분부터 조금씩 디지털화를 시도했다. 올해 사업설명회는 처음으로 가상인간을 활용해 설명회를 진행했고, 인공지능 기술로 게임 제작을 지원하거나 기술 도입을 제공하려는 시도도 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민세희 원장이 직접 기획한 2022 콘텐츠 디지털 전환 축제도 디지털 전환의 움직임으로 꼽았다. 민 원장은 “작년에 경기도 수원화성 일대에서 경기도가 준비한 콘텐츠 종합선물세트라는 콘셉트로 2022 콘텐츠 디지털 전환 축제를 진행하기도 했다. ‘쿠키’라는 이름으로도 부르는데, 쿠키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여태껏 시도해 본 적이 없는 미디어 기술 기반의 미디어 아트 콘텐츠를 내세운 축제로, 낯설지만 독특한 시도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라고 설명했다.
중소 미디어 콘텐츠 산업, 기술 지원 절실해
독립영화, 웹드라마로 양극화된 미디어 콘텐츠 제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K콘텐츠 영화·영상물 제작지원 사업, 경기도 음악 기업에 공연 비용 및 영상 제작 비용 등을 지원하는 음악 비즈니스 활동 지원, 발매 못한 음원의 제작 및 유통을 지원하는 더 넥스트 빅 송 등도 민 원장의 뜻이 담겨있다. 민 원장은 “K콘텐츠의 발전을 위해 영상, 음악, 애니메이션 분야의 사업을 지원했다. 영상의 경우 전통적인 영상뿐만 아니라 신기술 기반 영상, 기술 기반의 영상들을 꾸준히 지원해 경기도 내 중소기업들의 기술력 함양에도 도움을 주려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기술에 관한 전문가의 시각도 덧붙였다. 민 원장은 “경력 자체가 기술 제작 쪽이다 보니, 콘텐츠 제작에 기술 도입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노동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고, 그래야 사람들이 덜 일하고도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문화 산업에는 중소, 고급, 대자본 콘텐츠가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결과물은 우수한 품질을 맞춰야 한다. 중소 콘텐츠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콘진 등의 기관이 기술을 투입해 경쟁력을 높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퇴임 후 민간·공공 경력 살릴 것··· 인공지능도 다시 집중
오는 7월 12일이면 민 원장은 다시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퇴임 이후 민 원장이 구상하고 있는 목표는 본래 경력인 인공지능 관련 사업이다. 민 원장은 “우선 재직기간 사이에 생성형 AI가 큰 주목을 받은 만큼, 과거에 진행했던 생성형 AI 프로젝트 프랙시스(praxis.ai)를 다시 시작해 볼 예정이다”라면서, “인공지능 분야 이외에도 사회 공헌 측면에서도 고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은 민간이었고, 경콘진을 통해 공공 분야의 경력도 갖게 됐다. 이 두 곳의 경력을 모두 살려서 기술 기반 아카데미 같은 교육이나 미디어 산업 환경 개선 등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민세희 원장은 공공기관장으로 지낸 경험, 그리고 2년 간 함께해 온 임직원들에게도 한 마디 남겼다. 민 원장은 “공공기관에 나 같은 민간 경력자가 부임한 것은 특이 케이스다. 행정적인 부분에서 어려운 점은 분명 있었는데, 이런 부분까지 모두 포용해야 실력 있는 경력자들이 공공기관을 이끌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면서, “ 경기콘텐츠진흥원 전 직원들이 어여삐 여겨주신 덕분에 잘 마무리를 짓게 됐다. 경직되지 않은 유연한 근무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했고, 이렇게 형성된 질서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이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