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AI로 소상공인 혁신 돕는다…넥스트페이먼츠 개발팀 이야기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스타트업人’은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스타트업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무슨 일을 할까?’라는 궁금함을 풀고자 합니다. 많은 IT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데, 정작 해당 인재는 그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예를 들어, 같은 부서, 같은 직함을 가진 구글의 인재와 페이스북의 인재는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요?

이번에 스타트업人으로 소개할 기업은 스마트 상점 기술 스타트업 ‘넥스트페이먼츠’입니다. 넥스트페이먼츠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펴는 스마트 상점 기술보급 지원사업에 참여,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유용한 각종 기술과 기기를 개발해 공급합니다. 그간의 성과를 앞세워 상생형 스마트 상점 기술보급 지원사업의 주관기관으로도 선정됐습니다.

넥스트페이먼츠 이상현 CTO
넥스트페이먼츠 이상현 CTO

이처럼 스마트 상점 솔루션으로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고 있는 넥스트페이먼츠는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차세대 스마트 상점 기술 연구에도 한창입니다. 키오스크와 스마트 POS, 테이블 오더 등 스마트 상점 기술으로 수집한 상권과 소비자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서 경영 효율을 높일 요긴한 정보로 만드는 기술입니다.

시간대별 매장 방문자의 나이와 성별과 인기 상품을 분석해 시기별, 유행별 운영 전략을 짜는 것이 사례입니다. 테이블 오더와 배달의 주문 수를 분석해 메뉴의 가격을 조절하는 것, 매장 내 소비자의 동선을 토대로 인테리어를 설계하는 것, 주간이나 월간 제품 판매량을 토대로 식재료와 소모품을 자동 주문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차세대 스마트 상점 기술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하는 넥스트페이먼츠 이상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나 스마트 상점 기술 개발자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넥스트페이먼츠 연구소에 마련된 스마트 상점 기술 쇼룸
넥스트페이먼츠 연구소에 마련된 스마트 상점 기술 쇼룸

IT동아: 넥스트페이먼츠에선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이상현 CTO: 넥스트페이먼츠의 CTO로서 넥스트페이의 스마트 상점 솔루션 개발 관련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 모션 캡처, 모바일 개발 분야에서 일을 하다 지광철 대표와 연이 닿아 넥스트페이먼츠에 합류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인공지능 중에서도 컴퓨터 비전 관련 개발에 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컴퓨터 비전을 통한 모션 인식으로 3D 댄스 영상을 만들어 주는 솔루션을 개발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때 쌓은 비전 분야 전문성을 스마트 상점 솔루션에 응용하고 있습니다.

IT동아: 차세대 스마트 상점 기술에 인공지능이 어떻게 활용되나요?

이상현 CTO: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먼저 결제단에서 키오스크를 통한 고객 유형 분석에 활용됩니다. 키오스크에 탑재된 카메라가 컴퓨터 비전으로 매장 방문자의 나이와 성별을 분석해서 그 유형의 고객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추천합니다. 반대로 어떤 유형의 고객들이 주로 어떤 제품을 주문했는지 정보를 수집해서 소상공인들이 이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다든지, 매장 운영 전략을 조절하는 데 사용할 수 있고요.

최근에는 노약자, 장애인 등 디지털 약자들의 키오스크 사용성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는 ‘베리어 프리(Barrier-free)’ 기능에도 컴퓨터 비전이 활용됩니다. 저희 ‘베리어 프리 AI 키오스크’에 현재 이용자 눈높이에 맞춰 키오스크의 높낮이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기능이 구현돼 있습니다. 향후에는 이용자 연령대에 맞춘 UX를 도입하는 기능도 개발 중입니다. 예를 들어 노약자가 키오스크를 이용하려고 하면 이를 인식해서 글자 크기를 키우고, 조작 단계를 좀 더 줄인 맞춤형 화면이 표시되는 방식입니다.

넥스트페이먼츠의 AI 키오스크
넥스트페이먼츠의 AI 키오스크

또 하나는 비전을 활용한 유동 인구 분석 솔루션이 있습니다. 매장 내 설치된 카메라로 매장 내에 머무는 사람들의 숫자나 동선을 파악하는 솔루션입니다. 이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매장 내 상품 진열이나 동선 설계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죠. 물론 수집되는 정보들은 모두 개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익명화해서 처리하므로 개인정보를 침해할 여지도 없습니다.

IT동아: 넥스트페이먼츠의 개발자가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상현 CTO: 아무래도 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 비전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면 도움이 되겠죠. 그리고 데이터를 분석해 점주들에게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저희 솔루션의 핵심 축이기에 데이터에 대한 관심도 필요합니다.

안드로이드 개발 역량도 중요합니다. 저희는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 포스까지 모두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존 포스(POS)는 윈도 기반 기기가 많다 보니 해외 시장 공략 등을 위해 다양한 OS에 대응할 필요가 있어 최근에는 멀티 OS 개발에도 우선 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넥스트페이먼츠의 안드로이드 기반 테이블 오더
넥스트페이먼츠의 안드로이드 기반 테이블 오더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역량은 인문학적 역량입니다. 저희는 개발실이나 연구실에만 머무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식당, 매장 등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기술 그 자체나 숫자에만 매몰되지 않는 게 중요해요. 예전에 스티브 잡스가 애플이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 위에 있다고 한 적이 있죠. 저희의 솔루션들도 그 가치를 실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예를 들어 넥스트페이먼츠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가 실제 현장에서 가성비 있게 쓸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건데요. 고도의 기술을 매장에서 충분히 접근 가능한 가용성 있는 장비로 구현하는 거죠. 그런데 기술에만 매몰되어서 소상공인들은 감당할 수도 없는 고비용 솔루션을 개발해서는 안 되겠죠.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도 라이다(LiDAR) 센서 없이 카메라만을 가지고 자율주행 기술을 훌륭하게 구현했잖아요. 라이다 센서를 쓰면 좀 더 쉽게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겠지만 그만큼 비용이 상승할 겁니다. 저희가 컴퓨터 비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컴퓨터 비전을 활용하면 카메라처럼 비교적 저렴한 장비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소상공인들도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 수 있는 거죠.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디지털 유통대전’에서 시연된 넥스트페이먼츠의 유동 인구 분석 솔루션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디지털 유통대전’에서 시연된 넥스트페이먼츠의 유동 인구 분석 솔루션

IT동아: 스마트 상점 솔루션을 개발하려면 상점 현장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도 필요할까요?

이상현 CTO: 실제 매장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포스는 무슨 역할을 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있다면 분명 도움은 되겠죠. 다만 어디까지나 플러스 요인이지 필수적인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건 ‘디지털 전환(DX)’에 대한 관심과 경험이라고 봅니다. 아직 아날로그에 머무는 영역을 어떻게 디지털 기술로 효율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기술이 소상공인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IT동아: 기술을 개발하며 어렵거나 힘들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상현 CTO: 넥스트페이먼츠는 획일적인 솔루션을 공급하기보다는 가게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공급하는 걸 추구합니다. 가게마다 운영 상황이나 성향, 환경이 틀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 가게는 어떤 게 필요하다, 저 가게는 어떤 게 필요하다. 그런 게 다 다릅니다. 가게마다 네트워크 환경도 다르고요. 이렇게 다양한 수요와 환경 대응해야 하는 게 개발자로서는 어려운 부분이죠. 하지만 현장에서 누구나 쉽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넥스트페이먼츠 이상현 CTO
넥스트페이먼츠 이상현 CTO

IT동아: 넥스트페이먼츠에 합류할 개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이상현 CTO: 지금 시장 상황에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넥스트페이먼츠는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바쁘지만 동시에 즐겁달까요.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어요.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자리 잡힌 회사라면 자기가 맡은 역할만 해도 그만이겠지만, 저희는 스타트업인 만큼 좀 더 진취적이고 모험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신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만 부합하면 어떤 아이디어도 자유롭게 제시하면서 자기 역량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IT동아: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있나요?

이상현 CTO: 현재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스마트 상점 기술에 접목하는 방안도 연구 중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면 데이터 분석과 이를 통한 효율적인 매장 운영 전략 설계를 소상공인들이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겠죠.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챗봇 형태로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나아가서는 ‘우리 가게 손님의 비율이 이러이러하니, 상품 구성을 이렇게 하고, 가격을 이렇게 하면 매출이 몇 퍼센트 오른다’라고 답을 제시할 수도 있겠죠. 이런 기술을 언젠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