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창업기술원 유광호 원장, “스타트업의 질적 성장을 고민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메타(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 대학교 재학 시절 21살이라는 나이에 창업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역시 하버드 대학교에 재학 시절 창업을 선택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도 대학교를 다니다가 창업해 성공한 사례로 유명하다. 이처럼 열정과 도전이라는 패기로 무장한 젊은 스타트업이 던진 아이디어는 전 세계를 대표하는 IT 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다.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끊이지 않는 아이디어로 세상을 혁신한다. 그 아이디어의 원천은 비상한 ‘괴짜’들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솟아난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기업들의 사옥은 모두 캠퍼스로 불린다. 단독 빌딩이 아니라 넓은 정원 부지에 건물들이 흩어져 있다. 고층 빌딩 하나 없는 모습은 마치 대학교 캠퍼스와 같은 분위기다. 이처럼 대학교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오로지 취업 하나만을 바라보는 분위기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세상 속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스타트업의 창업을 뒷받침한다.
국내 대학교들도 창업을 꿈꾸는 청년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인프라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에 IT동아가 창업선도대학을 향해 노력하고 있는 동국대학교의 창업기술원 유광호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0년 이상 창업보육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IT동아: 동국대 창업기술원 소개를 부탁한다.
유광호 원장(이하 유 원장): 동국대 창업기술원은 대학생과 대학원생, 교원, (예비)창업자 등에게 창업에 필요한 교육부터 사업화 지원 등을 제공하고, 선순환 구조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999년 창업지원단을 출범하며 중소기업청(現 중소벤처기업부)으로부터 서울창업보육센터(BI 사업)로 신규 지정받았고, 2004년 산학협력단을 출범하며 지원을 활성화했다.
이후 2009년 일산 바이오메디캠퍼스에 BMC 창업보육센터 설립, 2011년 중소기업청 창업선도 대학 육성사업 주관기관 선정 이후 2018년까지 8년 연속 선정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2019년 대학 내 여러 조직으로 분산 운영하고 있던 창업 지원, 보육 및 교육 기능 등을 전담하는 '창업원'을 출범했으며, 2022년 지금의 창업기술원으로 조직을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대표적인 국내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초기창업패키지’, ‘예비창업패키지’, ‘생애 최초 청년창업 지원 사업’ 등을 주관기관으로 운영한 바 있다. 현재 ‘창업교육센터’, ‘창업진흥센터’, ‘창업보육센터’, ‘BMC창업보육센터’ 등을 운영 중이다.
또한, 창업 유관기관, 지역사회 등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며, 지역 내 창업 거점대학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IT동아: 동국대가 창업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다. 각 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을 만나 인터뷰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유 원장: 하하. 열심히 노력할 따름이다. 다만, 최근 들어 창업보육에 대한 방향성을 조금씩 조정하고 있다. 창업기술원은 창업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창업 이후 성장하는 과정에 더 집중하고자 한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그동안 우리나라는 창업을 지원하는 데 있어 양적 지원에 힘썼다. 정부, 지자체, 대학, 공공기관 등을 통해 매년 스타트업 몇 개가 창업했고, 예비창업자 몇 명에게 창업 교육을 진행했는지 숫자를 우선했다. 창업 인프라를 먼저 갖춘 해외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창업 생태계 확장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로부터 약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동국대 창업기술원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창업지원단 출범은 자그마치 1999년이었다. 한 해에 수십, 수백 개 스타트업이 창업했다는 수치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수십, 수백 개의 스타트업 중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만큼 중요한 것은 성장입니다
IT동아: 음… 아이를 낳는 것만큼, 아이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유 원장: 맞다. 잘 키워야 한다. 예비창업자에게 창업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나면, 어떻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이에 동국대 창업기술원은 창업보육뿐만 아니라 기술 이전, 기술지주회사 설립 후 투자 연계, AC/VC와의 네트워크 등에 집중하고 있다. 펀드 조성 및 직접 투자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다 끈끈한 산학연 협력을 지향한다. 동국대가 보유한 기술, 특허 등을 스타트업에게 연결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 또는 제품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자금과 인력을 연결하고자 한다.
IT동아: 어떤 의미인지 이해했다. 그저 학문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모습의 대학교가 아닌, 산업계와 학계, 연구 분야가 하나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것 아닌가.
유 원장: 그래야 한다. 대학교는, 교육은 아무래도 공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스타트업, 기업은 사적인 영역이다. 서로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전혀 다른 두 영역을 잘 연결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보는 숙제다. 그런데, 서로 섞이기 어려운 것을 하나로 만든다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웃음). 매일 늦은 시간까지 회의와 토론은 일상다반사다. 그럼에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2022년까지 누적 투자 유치 393억 7,600만 원, 기업 매출 4,462억 7,700만 원, 고용 창출 4,280명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지원한 기업 수는 3,763개에 달한다.
제조 창업자를 위한 시설도 마련했습니다
IT동아: 지난 2022년에는 제조 창업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메이커스페이스 사업’에도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 원장: 맞다. 지난 2022년 중기부가 추진하고 창업진흥원이 전담하는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사업 주관기관(전문 랩)’에 선정되어, 올해 2월 ‘동국대 메이커스페이스 이지 랩(E²GEE Lab)’을 개소했다.
이지 랩을 통한 제조창업 지원을 위해 ‘FACT Moving’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FACT Moving 전략은 ‘Finding(인재 발굴)’, ‘Application(지식/기술 적용)’, ‘Creation(창의적 제품 생산)’, ‘To the world(글로벌 유통판매)’의 지속적인 추진을 의미한다. 제조 청년창업가 육성, 제조 창업을 위한 온/오프 융합 기술 구현, 미래창의 제조 구현, 국내 외 유통 체계 다변화 체계 통합 구축 체계 등을 뜻한다. 제조창업 프로그램 운영, 시제품 제작 지원, 3D 스캔 지원, XR을 활용한 제품 검증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전문 랩 역할을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IT동아: 인터뷰 전, 이지 랩을 둘러보니 한쪽 벽면을 디스플레이로 꽉 채운 가상스튜디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유 원장: 최근에는 XR 가상환경 실감 기술을 활용한 가상스튜디오도 구축했다. XR 가상스튜디오를 통해 제품 기획 및 사전 검증 단계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도록 지원한다. 아직 완성하지 않은 제품을 가상공간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해 사전에 테스트하고 체크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효과적인 의사결정, 신속한 아이디어 구체화 등을 지원할 수 있다.
특히, 원활한 XR 가상스튜디오 기술 지원을 위해 메이커스페이스 사업의 가상 시제품 검증 시스템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가상 융합 기술 개발 기업 ‘디지포레’와 협력하고 있다. 디지포레는 사용자가 제품 개발을 위한 초기 스케치 목업이나 디자인 목업 과정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WebXR 솔루션 ‘XR 메이커 스튜디오(Maker Studio)’를 개발하고, 활용 교육 및 솔루션 고도화를 제공했다. 3D 스캔 데이터나 직접 제작한 3D 캐드 데이터를 변환해 XR 메이커 스튜디오에 업로드하면, 3차원 가상공간에서 제품의 입체 구조, 각 파트 간 결합, 재질 변경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3차원 가상공간에 여러 명이 동시에 접속해 단계별 3D 목업 데이터를 검증할 수 있어 디자인 및 양산 전문가를 초대해 의사결정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외에도 제품 홍보 및 판매처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가로 4.8m x 세로 2.7m의 몰입형 커브드 LED를 설치해 XR 메이커 스튜디오와 연동되는 ‘XR 라이브 커머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구축한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요구사항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아, 메이커스페이스는 이용에 제한이 없다. 동국대 학생을 비롯해 누구나 신청하면 장비를 대여해 사용할 수 있다. 이지 랩 홈페이지에서 사용 날짜와 시간, 원하는 장비 등을 결정해 신청하면 된다. 비교적 사용하기 쉬운 보급형 장비는 무료로 제공하며, 산업용 장비를 필요로 할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도 연결해 준다.
동국대 창업기술원은 창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스타트업의 질적 성장을 지원해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창업 스타 기업을 육성을 위해 정진하겠다. 이 자리를 빌려 창업 생애주기 맞춤형 지원 체계를 통해 창업기업의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 선순환 창업 생태계 구축에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