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디아블로4’도 어디서나 플레이, 에이수스 ROG ALLY
[IT동아 김영우 기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콘솔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은 정말로 다양하다. 하지만 게임의 품질이나 다양성 면에서는 역시 PC가 으뜸이다. 하드웨어 성능이 가장 우수한데다 플랫폼 자체가 개방적이라 개발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휴대성이 좋은 편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PC 게임을 즐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게이밍 노트북을 이용하더라도 ‘아이폰’이나 ‘닌텐도 스위치’ 같은 플랫폼에 비하면 휴대가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 수년 사이에 휴대용 게임 콘솔 형태의 UMPC(초소형 PC), 혹은 PC 기반의 휴대용 게임기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어졌고, 이번에 출시된 에이수스의 ROG ALLY(엘라이) 역시 그 중의 하나다. 특히 ALLY는 게이밍 PC 분야의 강자 중 한 곳인 에이수스의 제품 답게 높은 성능과 휴대성을 동시에 확립했으며, 윈도11 운영체제를 기본 탑재해 우수한 호환성까지 갖췄다. 많은 준비를 거쳐 개발된 티가 난다. 과연 얼마나 잘 만들었을 지 가늠해보자.
스팀덱보다 가벼운 무게, 다양한 게이밍 부가 기능 갖춰
ROG ALLY의 외형이나 크기는 밸브의 스팀덱을 비롯한 기존의 PC기반 휴대용 게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무게는 608g으로 닌텐도 스위치(398g)에 비하면 확실히 묵직한 편이지만 스팀덱(669g)에 비하면 가볍다. 무게 배분이 잘 되어있어 체감 무게는 수치에 비하면 가볍게 느껴진다.
곳곳을 살펴보면 게이밍 기기 개발 경험이 많은 에이수스의 감각이 느껴진다. 전반적인 배튼 배치 및 구성은 엑스박스 컨트롤러와 비슷하지만 본체 후면에 사용자가 직접 기능(특정 키, 단축키 등)을 지정할 수 있는 2개의 추가 버튼(M1/M2)을 달았다.
그리고 일반 데스크톱 화면 인터페이스와 게임 전용 화면 인터페이스를 전환할 수 있는 아머리 크레이트(Armoury Crate) 실행 버튼, 원하는 편의 기능을 모아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커맨드 센터 버튼을 단 점이 눈에 띈다. 그 외에 좌우 방향 스틱 주변에 다양한 색으로 빛나는 RGB LED를 달았는데, 이는 요즘 나오는 게이밍 PC나 게이밍 주변기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디자인 요소다.
외장형 그래픽카드 추가로 성능 강화도 가능
본체 상단에는 USB 타입-C 포트가 달려있다. 여기에 전원 어댑터를 연결해 본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으며, HDMI 변환 케이블을 통한 화면 출력도 가능하다. 그리고 타입-C 허브를 연결해 키보드나 마우스를 비롯한 다양한 주변기기의 활용도 할 수 있다. 쓰임새가 많은데 비해 포트가 1개 밖에 없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요즘 타입-C 규격 허브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니 아주 큰 단점은 아닌 것 같다.
USB 타입-C 포트 옆에는 기능 확장용 포트도 달렸다. 여기에 에이수스의 외장형 그래픽카드 겸 기능 확장 액세서리인 ‘ROG XG 모바일(별매)’의 연결을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ROG ALLY의 성능이 최대 지포스 RTX 4090급으로 향상되며, USB 포트나 SD카드 리더, 유선 랜, HDMI 등의 다른 부가 기능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어지간한 데스크톱 못지 않은 성능과 기능을 가지게 되므로 ROG ALLY를 아예 PC 대용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라면 참고할 만하다.
그 외에 유선 이어폰/헤드폰 연결용 오디오 출력 포트, 그리고 저장공간 확장을 위한 마이크로SD카드 슬롯도 갖췄다. 그리고 내부에는 최신 와이파이 규격인 와이파이6E 기능, 그리고 블루투스 5.2 기능을 품고 있다. 요즘 나오는 모바일 기기답지 않게 유선 이어폰/헤드폰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이 반갑다.
풀HD급 120Hz 화면, 게이밍 최적화 UI도 갖춰
화면은 7인치 크기의 풀HD(1920x1080)급 터치스크린을 달았다. IPS 기술이 적용된 패널이라 시야각이나 색감이 양호하다. 무엇보다 HD급 패널을 단 스팀덱 대비 정교한 화면을 감상할 수 있는 점, 그리고 일반적인 화면(60Hz)에 비해 2배 더 부드럽게 움직이는 12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것이 장점이다. 고주사율의 화면은 잔상이나 입력 지연을 최소화하는 데도 유용하므로 게이밍 기기에 적합하다.
기기 전원을 켜면 윈도11 운영체제가 부팅한다. 일반 PC에 탑재되는 윈도11과 완전히 같기 때문에 기기의 형태만 빼면 그냥 PC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다만 마우스나 터치패드가 없으니 화면을 직접 터치하거나 오른쪽 방향 스틱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인 후 RB/RT 버튼을 눌러 클릭을 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처럼 화면에 키보드를 띄워 글자를 입력해야 하므로 처음 접하는 사용자는 다소 어색할 수도 있다.
이게 불편하다면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해서 이용하는 방법도 있고, 화면 우측 상단에 있는 아머리 크레이트 버튼을 눌러 게임 패드에 최적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이 상태에선 현재 시스템에 설치된 게임 및 게임 관련 서비스(스팀, 게임패스, 에픽게임즈 등)가 라이브러리 형태로 표시되며, 게임패드의 방향키 및 선택 버튼을 눌러 편하게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ROG ALLY를 구매했다면 일반 데스크톱 인터페이스 대신 아머리 크레이트 인터페이스를 주로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할 것이다.
휴대용 게이밍에 최적화된 프로세서 탑재, 최신 아키텍처에도 대응
내부 성능도 흥미롭다. 가장 흥미로운 건 역시 시스템의 두뇌인 프로세서다. 휴대용 게이밍 기기를 위해 AMD에서 특별히 개발한 ‘라이젠 Z1(RYZEN Z1)’ APU(CPU+GPU 통합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다. 이는 라이젠 7000 시리즈 CPU에 적용된 ZEN4 아키텍처, 그리고 라데온 RX 7000 GPU에 적용된 RDNA3 아키텍처를 품고 있다. 전력 효율이 중요한 휴대 기기에 탑재하기 위해 다소의 성능 조정을 하긴 했지만, 적용된 아키텍처 자체는 최신 PC용 CPU 및 GPU에 탑재되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참고로 글로벌 시장에서 ROG ALLY는 라이젠 Z1(6코어 12쓰레드, 클럭 3.2~4.9GHz)를 탑재한 기본 모델, 그리고 라이젠 Z1 Extreme 버전(8코어 16쓰레드, 클럭 3.3~5.1GHz)를 탑재한 고성능 모델로 나눠 팔린다. 한국 시장에는 라이젠 Z1 Extreme을 탑재한 고성능 모델만 출시되었으며 이번 리뷰에서 이용한 제품 역시 고성능 모델이다. 그 외에 16GB의 LPDDR5 메모리, 그리고 512GB의 NVMe(PCIe 4.0) 기반 SSD를 탑재하고 있다.
윈도11 탑재로 우수한 게임 호환성 실현
ROG ALLY를 이용하며 느낀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게임 호환성이 우수하다는 점이다. 스팀덱의 경우, 윈도가 아닌 리눅스 기반의 전용 운영체제인 ‘스팀 OS’를 탑재했다. 여기에 호환 기술을 더해 윈도용 게임을 구동했기 때문에 호환성이 완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사의 게임 플랫폼인 스팀용 게임을 구동하는데 최적화 되어있어 그 외 플랫폼(게임패스, 에픽게임즈, 배틀넷 등) 기반의 게임을 구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ROG ALLY의 경우, 윈도11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어 대부분의 윈도 기반 게임을 구동하는 데 장벽이 거의 없다. 물론 하드웨어 디자인 상, 게임패드가 아닌 키보드나 마우스를 주로 이용하는 게임을 하는 데는 조작 상의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게임 자체를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의미다. 그리고 요즘 나오는 PC 게임은 게임 콘솔 버전과 동시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게임은 대부분 게임 패드 조작에 무리가 없다.
어지간한 게임은 무리 없이 구동 가능한 성능
성능 역시 만족스럽다. 참고로 ROG ALLY는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성능’ 모드, 최대 성능을 이끌어내는 ‘터보’ 모드, 그리고 배터리 소모 및 냉각팬 소음을 최소화한 ‘조용’ 모드를 비롯한 3가지 작동 모드가 있다. 배터리 이용 상태에선 성능 모드로 구동하지만 외부 전원을 연결하면 자동으로 터보 모드로 전환된다(수동 전환도 가능).
PC 시스템의 전반적인 게임 구동 성능을 측정하는 3DMark의 ‘타임 스파이(Time Spy) 모드를 구동해본 결과, 성능 모드에선 총점 2273점(그래픽 2051점, CPU 5894점), 터보 모드에선 총점 3030점(그래픽 2719점, CPU 8654점)을 기록했다. 전반적인 성능은 지포스 GTX 1050~1060 정도의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데스크톱 PC와 비슷하다. 다수의 온라인 게임을 높은 품질로 구동 가능하며, 최신 패키지 게임이라도 해상도나 그래픽 품질과 좀 타협하면 플레이 자체는 가능한 수준이다.
게임도 직접 구동해 봤다. 대부분의 게임은 초당 평균 프레임이 60 프레임 이상이라면 매우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며, 30 프레임 정도라면 큰 불편없이 그럭저럭 플레이가 가능하다. MMORPG인 ‘로스트아크’를 실행해보니 화면 해상도 1920x1080에 그래픽 품질은 ‘상’으로 자동 설정되는 것을 확인했다. 성능 모드에선 초당 30~40 프레임, 터보 모드에선 초당 40~50 프레임으로 구동되며 비교적 원활한 게임 진행이 가능했다.
최신 게임인 ‘디아블로4’도 구동해봤다. 화면 해상도 1920x1080에 그래픽 품질은 ‘중간’으로 자동 설정되었는데, 성능 모드에선 초당 40 프레임 전후, 터모 모드에선 초당 50 프레임 전후로 구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아주 완벽하진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오랫동안 게임 플레이를 하니 본체 상단의 통풍구에서 상당한 열기가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사용자의 손이 직접 접촉하는 본체 양측면이나 컨트롤러 주변은 아주 약간 따듯한 정도라 이용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냉각 관련 설계는 잘 갖춰진 것 같다.
전반적으로 만족도 높지만 ‘옥에 티’도
성능은 아주 만족스럽지만 배터리 유지 시간은 약간 아쉽다. 성능 모드 상태에서 디아블로4를 계속 플레이해보니 약 1시간 30분 즈음 후에 배터리가 5% 이하로 떨어지며 본체를 충전하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을 확인했다. 디아블로4와 같은 최신 게임을 구동하지 않는다면 좀 더 오래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고품질의 게임을 언제 어디서나 즐긴다는 제품의 콘셉트를 생각해 본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USB-PD 충전 기능을 지원하는 보조 배터리를 가지고 다닌다면 좀 더 제품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휴대용 기기의 경우, 게임을 하다가 잠시 중단했다가 나중에 다시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는 슬립(Sleep) 모드가 중요하다. ROG ALLY 역시 상단의 전원 버튼을 살짝 누르는 것으로 슬립모드에 들어갈 수 있으며, 전원 버튼을 다시 누르면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다. 다만 ROG ALLY의 슬립 모드는 아주 완전하진 않은 것 같다. 노트북의 화면을 열고 닫는 수준의 슬립모드라고 생각한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상당수의 게임은 중단했다가 슬립 모드를 해제해도 무리 없이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일부 게임의 경우는 오류가 발생해 플레이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는 ROG ALLY의 문제라기 보다는 윈도 운영체제의 절전모드가 완전하지 않은데다 대부분의 PC 게임이 휴대용 게임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된 탓이 크다.
높은 성능 및 호환성이 강점, 가격 경쟁력도 양호
에이수스의 ROG ALLY는 지금까지 게이머들이 그리던 희망사항 중 하나가 현실화된 제품이다. 물론 이전에도 PC 기반의 휴대용 게임기가 적지 않게 나오긴 했지만 ROG ALLY 만큼의 구성을 가진 제품을 찾기 힘들었다. 특히 밸브의 스팀덱과 비교한다면 성능이나 무게, 게임 호환성 등, ROG ALLY가 더 나은 점이 많다.
물론 다소 부족한 배터리 유지 시간, 아주 완벽하진 않은 슬립 모드 등,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장점이 더 많은 제품임은 확실하다. 2023년 7월 현재, 한국 시장에는 ROG ALLY의 고성능 모델만 출시된 상태이며 판매 가격은 99만 9,000원이다. 제품의 전반적인 구성을 생각해 본다면 괜찮은 가격대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