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리하베스트 [1] 리너지 가루 앞세워 업사이클링 대표주자로
[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코리아는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함께 ‘2023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코리아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각각의 스타트업이 지금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 중인 문제를 조명합니다. 이를 해결하도록 여러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재활용(Recycling)에서 더욱 발전한 개념이다. 재활용은 기존에 있던 것을 관리해서 '다시 쓰는' 개념이다. 그래서 소재도, 결과물도 일정하다. 반면, 업사이클링은 소재에 기술을 더해 성질을 바꾸고, 아이디어를 반영해 '새로운 가치를 가진 결과물을 만드는' 개념이다. 그래서 활용 가능한 소재도, 만드는 결과물의 범위도 아주 넓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지금까지 버리거나 낭비하던 자원을 슬기롭게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점에서 업사이클링은 주목 받는다.
업사이클링이 만든 가치와 효용이 알려지자 세계 곳곳에서 이 기술을 다루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저마다 다른 아이디어와 기술도 선보인 수많은 업사이클링 기업 가운데에서도, 민명준 대표가 이끄는 스타트업 ‘리하베스트’가 거둔 성과는 유독 돋보인다. 인류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식품 부산물의 업사이클링’의 성공 사례를 여러 개 만든 덕분이다.
식재료를 가공할 때, 식품을 만들 때 생기는 식품 부산물의 양은 매년 기하급수처럼 늘어난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당 식품 부산물을 매일 572kg씩 만들고, 이를 연간 집계하면 3,000만 톤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식품 부산물은 대부분 쓰레기로 처리되기에 환경부담금을 내고 폐기한다. 식품과 자원 낭비, 환경 오염과 비용까지. 인류에게 사중고를 안기는 셈이다.
민명준 대표는 식품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서 이 악순환을 무너뜨릴 생각을 하고, 2019년 리하베스트를 세웠다. 그가 주목한 것은 맥주·식혜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이었다.
보리부산물 업사이클링, 대체 식품 원료 ‘리너지 가루’ 선보여
곡물로 맥주나 식혜를 만들고 나면 부산물로 '보리부산물(이하 BSG, Barley Saved Grain)'이 남는다. BSG에는 곡물의 풍부한 영양 성분이 상당 부분 남는다. 그럼에도 식품 부산물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는 BSG를 비용을 들여 폐기했다. 리하베스트는 BSG의 수거와 전처리, 건조와 살균, 대량 생산화 등 업사이클링 기술을 고도화한 끝에 대체 분말 식품 ‘리너지 가루’를 완성한다.
리너지 가루는 밀가루뿐만 아니라, 제분 가루 전반을 대체 가능할 정도로 쓰임새가 다양하다. 빵과 과자, 시리얼과 음료 등 어떤 식품으로든 만든다. 기존 제분 가루와 맛이 거의 같고 영양 성분은 더 많이 가졌다. 리하베스트는 최근 세운 공장에 새로운 공정과 설비를 도입, 리너지 가루를 건강 기능성 식품의 원료로 활용할 준비도 마쳤다.
같은 양의 리너지 가루와 밀가루를 비교하면, 리너지 가루가 단백질은 평균 2.5배, 식이섬유는 20배 이상 많다. 그럼에도 칼로리는 10% 적다. 퀴노아 가루, 귀리 분말 등 다른 기능성 식품의 원료와 비교해도 리너지 가루의 장점은 두드러진다. 재료가 식품 부산물, 그냥 버리던 BSG이기에 싼 값에 가져오면 되므로 원가 경쟁력도 탁월하다. 리하베스트는 2025년까지 리너지 가루의 생산 비용을 고급 밀가루의 70%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그러면 제분 업계에 비용 절감과 업사이클링이라는 장점을 가져다줄 것이다.
민명준 대표는 리너지 가루를 가장 탁월한 ‘넷 제로(Net Zero, 탄소 배출량 저감 활동) 만족 수단’으로 소개한다. 예를 들어, 식품 기업이 리너지 가루를 1kg 활용하면 탄소 배출량을 11kg, 물 사용량을 3.7톤, 식품 부산물을 3kg 각각 저감 가능하다. 넷 제로를 만족하려고 식품 원료를 다시 고르고 제품의 생산 설비와 유통 구조를 개량하느라 비용을 쓰지 않아도 된다. 리너지 가루를 쓰는 것만으로 훌륭하게 넷 제로를 만족한다.
리너지 가루는 제분, 식품 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새로운 가치를 전달한다.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은, 영양소가 많으면서 맛도 좋은 새로운 식품 영역을 개척한 덕분이다. 물론, 기존의 식품 영역에서도 활약한다. 이미 우리나라의 한 유명 김치 기업이 제품의 식이섬유 함유량을 늘릴 목적으로 리너지 가루를 활용 중이다. 리하베스트가 리너지 가루로 만든 식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반응을 살핀 결과 긍정 반응은 90% 이상, 재구매 의사는 94% 이상 나왔다.
리너지 가루 고도화, 해외 진출 성과 차근차근
리하베스트의 이름을 식품 업계에 알린 것은 리너지 가루로 만든 에너지 바 ‘리너지 바’였다. 이 제품은 간식으로, 단백질 보충원으로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크라우드펀딩에서 목표 모금액을 3,140% 이상 초과 달성하는 성과도 냈다. 제품으로 이름을 알린 민명준 대표는 기능성 식품 원료인 리너지 가루를 국내외 여러 기업에 보급해서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전달하려고 한다.
리하베스트는 2022년 11월, 경기도 화성에 리너지 가루 생산 공장을 세웠다. 생산 규모는 월 80톤으로, 업사이클링 소재 업계에서 가장 큰 수준이라고 한다. 세계 업사이클링 소재 기업들은 소량의 소재로 한정된 수량의 제품을 만든다. 반면, 리하베스트는 공장을 준공한 덕분에 국내외 대기업에 업사이클링 원재료를 원활히 납품 가능할 정도의 생산 역량을 갖췄다.
오비맥주와 서정쿠킹, 바네하임브루어리와 플래티넘크래프트, 칼리가리 브루어리 등 우리나라 기업과 맥주·식혜 부산물의 공급 계약도 맺었다. 이들 기업은 식품 부산물의 처리 비용을, 리하베스트는 업사이클링 원재료 구매 비용을 각각 줄인다. 나아가 리하베스트는 밀기울, 홍삼과 생약박(부산물), 파인애플 등 다양한 업사이클링 소재의 공급 계약을 타진 중이다.
업사이클링 소재를 확보하고 가공 기술의 연구 개발을 마치면, 리하베스트는 리너지 가루를 포함한 업사이클링 제품 전반의 생산 규모를 더욱 늘릴 예정이다. 2,000평 규모의 제 2 공장을 2024년에 세우고, 리너지 가루뿐만 아니라 새로운 업사이클링 제품이자 고부가가치 제품 ‘대체 지방’을 만들 예정이다. 참기름 부산물, 맥주박 등에서 지방을 뽑아내 만드는 제품이다.
이 공장을 토대로 리하베스트는 우리나라 제분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나아가 세계의 대체 식품 시장에 도전한다. 이미 동남아시아 맥주 제조사들과 업무 협약을 맺고 여러 사업 모델을 실험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맥주 회사와 손 잡고, 현지에 최초의 업사이클링 기업을 세울 계획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베트남 하노이 맥주(HABECO), 빈펫(Vinh Phat)도 리하베스트의 파트너 대열에 합류했다. 푸드업사이클 협회, 오비맥주의 모회사 에이비인베브(AB InBev)의 도움을 받아 미국과 유럽 진출도 시도 중이다.
도전 과제는 ‘소비자 인식 개선’과 ‘업사이클링 시장 주도 전략’ 확보
리너지 바와 리너지 가루. 식품 부산물 업사이클링의 모범 사례를 만든 리하베스트지만, 민명준 대표는 아직 기업을 개선할 여지가 많이 남았다고 말한다. 더 큰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풀어야 할 도전 과제도 찾았다고 말한다.
그가 밝힌 리하베스트의 도전 과제는 업사이클링을 보는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업사이클링은 환경 문제를 완화하고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아주 큰 가치를 발휘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아직 소비자들은 업사이클링과 재활용의 차이를 잘 모른다. 업사이클링의 장점을 잘 모른다. 게다가, 리하베스트가 활동하는 식품 산업은 기존의 기술이나 인식을 바꾸기 어려운 보수적인 시장이다. 스타트업이 가치를 증명, 인정 받고 수익을 내기에 아주 어려운 부문으로 꼽힌다.
민명준 대표는 오비맥주, CJ 등 국내외 대기업과 협업하며 소비자에게 다가가 인식을 개선하려 한다. 이미 이들 대기업과 쿠킹 클래스 개최, 캐릭터와 신제품 공동 연구 개발 등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알릴 여러 사업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그는 ‘업사이클링 시장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주도할 책임’도 느낀다고 한다. 업사이클링은 수 년 전만 해도 소비지와 시장 모두에게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러다 리하베스트와 오비맥주의 CV 사례를 포함, 세계 각국의 업사이클링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업사이클링의 인지도를 악용해서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만 쓰려고 한다. 업사이클링 소재와 기술의 연구 개발에는 소홀하고, 재활용 기술을 조금 개량만 해서 상품을 판매하는데 집중한다. 민명준 대표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버리던 것에서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업사이클링의 효용을 제대로 알리려 한다. 책임감을 갖고 이 시장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주도하려 한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는 함께 성장할 ‘인재 모집’이다. 리하베스트는 업사이클링 시장을 만들고 일굴 인재에게 줄 보상안을 튼튼히 마련했다며, 관심과 능력을 가진 인재들의 지원을 당부했다. 함께 도전 과제를 해결하고 매출 증대와 스케일업의 과실을 나누자고도 덧붙였다.
업사이클링 소재의 활용 범위 넓혀 새로운 가치를 세계로
리하베스트는 사업의 범위와 활동 영역·국가를 넓히는 가운데, 새로운 업사이클링 소재와 활용 방안을 꾸준히 궁리한다. 최근 민명준 대표는 업사이클링 소재가 가진 풍부한 식이섬유를 활용해 건강 식품을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나라 한 대기업이 이를 눈여겨보고 과립형 식이섬유, 숙취해소제 등을 함께 만들자고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형 병원도 노년층의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도울 식이섬유 상품을 공동 연구 개발하자는 제안을 줬다고 한다. 세계 규모 식약 기업과도 이 주제를 논의 중이다.
리하베스트는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성장하도록 도운 일반 소비자에게 보답할 제품도 곧 선보인다. ‘Ver.B’라는 서브 브랜드를 만들고 7월부터 건강 기능성 간식을 판매한다. 업사이클링 소재를 활용해 칼로리는 낮추고 식이섬유와 단백질 함유량은 높인 간식이다. 우리나라 전통 간식에 업사이클링 소재의 건강 요소를 더한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 선보일 예정이다.
민명준 대표는 “국내외의 다른 업사이클링 스타트업과 교류하고 협업 범위를 넓히면서 동반 성장하겠다. 이들 파트너와 함께 무에서 유를 만드는 업사이클링의 긍정 효과를 우리나라에, 나아가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