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그라스메디 “의학의 힘으로 반려동물 삶의 질 높인다”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반려인은 반려동물이 늘 건강하기를, 함께 오래 살기를 원한다. 그래서 반려동물의 건강을 주기마다 점검하고 좋은 사료와 잘 듣는 약을 먹인다. 칫솔과 샴푸 등 갖가지 관리 용품을 써서 반려동물을 보듬는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보육 스타트업 ‘그라스메디’의 최진식 대표와 서영준 CTO도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반려인이다. 공중보건의로 일하던 최진식 대표는 의료 취약 지역에서 봉사하던 중 한의사인 서영준 CTO를 만난다.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았다. 버려진 고양이를 거둬 키우는 점, 상처 입은 고양이를 치료할 약을 개발하려는 점이 그랬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힘을 합쳐 반려동물 의약품 제약 스타트업 그라스메디를 세우고 전문 브랜드 ‘자유펫’도 만든다. 목표는 의학 지식을 반영해 반려동물에게 가장 효과 좋은 약과 건강기능성 사료, 영양제를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의 반려동물용 약 대부분은 사람이 쓰는 약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부작용이나 오남용 문제가 자주 일어났다. 최진식 대표는 의학 지식을, 서영준 CTO는 한의학과 약학 지식을 각각 살려 반려동물에게 알맞은 특화 약과 관리 제품군을 만들려고 한다.
이들의 첫 브랜드인 자유펫은 반려동물이 아프지 않도록 돕는 상품이자, ‘그레이 존(질병에 걸리기 바로 전 단계)’으로부터 자유롭도록 이끈다는 의미다. 한약재 '자초'에서 뽑아낸 붉은 기름(자유)의 이미지도 반영했다.
그라스메디 자유펫 보습제 ‘레드 허니밤’은 강아지나 고양이의 발바닥에 보습막을 만들어준다. 반려동물의 만성 습진, 알러지 때문에 일어난 증상 전반을 완화하는 스틱형 밤 제품이다. 기술 특허 성분을 함유한 연고형 보습제 ‘시코니딘’도 선보였다. ‘수분 보충 미스트’와 ‘샴푸’도 있다. 모두 반려동물의 피부와 털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친환경 오가닉, 비건 소재로 만들어졌다.
업계 최초로 개발한 ‘자유펫 턱드름 키트’도 주목할 만하다. 고양이 턱드름을 제거할 때, 지금까지는 대부분 헥시딘 소독약을 썼다. 하지만, 이 소독약은 고양이 턱드름의 성분인 기름을 지우지 못해 제거 효과가 낮았다. 반면, 자유펫 턱드름 키트는 고양이의 턱드름을 제거하기 쉽게 녹인 다음 뽑아내는 구조라서 제거 효과가 좋다.
강아지·고양이 전용 치약과 칫솔의 면면도 독특하다. 치약은 반려동물의 치주염을 완화하는 원료의약품 성분 '옥수수 불검화 추출물'로 만들었다. 그라스메디는 자체 실험을 거쳐 치약이 고양이의 충치, 염증 균을 없애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강조한다. 식물성 소재이기에 고양이가 양치하다가 먹어도 몸에 해를 입지 않는다. 그라스메디는 소형견과 고양이의 치아, 구강 구조를 고려해서 칫솔모를 가로로 길게 배열하고 칫대를 굴곡지게 설계했다. 덕분에 반려동물 양치 시 사각 지대 없이 골고루, 편리하게 닦는다.
이어 그라스메디는 건강기능성 사료와 영양제 브랜드 ‘수플담’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숲을 담은 건강기능간식이라는 의미다.
재미있는 점은, 수플담을 우리나라 전국 팔도 각지에서 나오는 특산물과 약용 한약재로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반려동물에게 필수인 활성 비타민도 포함했다. 이름은 전국 팔도의 지역 전화번호를 따라 지었다. 그래서 제품은 총 여덟 개다. 물론, 제품마다 특성과 효능이 다르다.
첫 제품은 그라스메디의 고향인 경북의 지역 전화번호(054)를 딴 ‘오사스틱’이다. 경북 문경의 약돌돼지로 만드는데, 이 돼지는 육질이 부드럽고 필수 미네랄과 셀레늄 등 반려동물의 몸에 좋은 유효 성분을 많이 품은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풍기 인삼, 당귀 등 면역력을 높이는 한약재도 넣었다. 서영준 CTO는 이 제품을 ‘고양이판 경옥고(자양강장제)’로 소개한다.
이어 8월에는 ‘삼삼스틱’이 나온다. 지역 전화번호 033, 강원도의 특산물인 화천 송어와 고양이의 관절 건강을 지켜줄 한약재를 섞어 만들었다. 이어 ‘삼일스틱’, 경기 이천의 현미·유기농 쌀과 닭고기로 만든 제품도 나온다. 이 제품은 반려동물의 피부 건강을 돕는다. 그라스메디는 이 세 제품 외에 나머지 다섯 가지 제품도 올해 안에 공개한다. 모두 지역 특산물과 한약재로 만든, 각기 다른 장점과 효능을 가진 제품이 될 전망이다.
그라스메디는 위에서 소개한 상품들을 만들 때, 발로 뛰면서 찾은 고급 재료만 쓴다. 그리고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들이 각자의 전문 역량을 살려 만든다. 재료 관리와 제조 방법 전반에 관여하고, 효능과 안전성까지 철저히 검증한 다음 내놓는다.
최진식 대표는 생명과학 전공 후 줄기세포, 피부질환 켈로이드를 연구하다가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의사 경력을 살려 강아지 아토피 치료제를 개발한 경력도 있다. 서영준 CTO는 한의사다. 천연물의 지표 물질을 분석해 이것이 반려동물의 유전자와 질병에 관여하는지 분석 가능한 역량을 가졌다. 박형준 연구소장은 의공학 박사로 반려동물에게 가장 알맞은 외형 제제를 만드는 데 힘을 싣는다. 약품 허가를 맡을 간호사 출신 RA(Regulatory Affairs, 제품 인허가) 전문가도 있고 수의사인 비상근 임원도 있다.
주요 재료인 한약재를 예로 들면, 한의사인 CTO가 한약재를 고르고 사서 서울 경동시장에서 직접 빻는다. 재료 관리와 제조 공정은 전문가가 맡고, 상품이 나오면 의사인 대표와 수의사인 비상근 임원이 독성을 평가한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천천히, 우직하게 제품을 검증한 다음에야 판매한다. 그래서 그라스메디는 창업 후 4년이나 지났음에도 제품군을 소수만 운영한다.
그라스메디의 임직원들도 여기에 동의하고 힘을 싣는다. 이들이 공유하는 철학은 ‘원 라이프, 홀 테라피(One Life, Whole Therapy)’다. 소중한 생명이자 하나뿐인 반려동물의 생명을 지키고, 전생애주기에 걸쳐 건강하도록 돕자는 의미다. 사람이 먹는 약을 적당히 조합한 것이 아닌,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따라 가장 알맞은 효능을 내는 전용 약을 만들어 제공하려 한다.
그래서 그라스메디는 출범 후 여러 가지 도전 과제와 부딪혔다. 우선 반려동물 의약품을 만드는데 쓸 유용한 신규 물질을 찾아야 했다. 신규 물질로 의약품을 만드는 절차인 파이프라인의 종류와 갯수를 모두 늘려야 했고, 이를 원료의약품으로 만들 기술도 개발해야 했다. 의약품 생산과 단가 조절, 판매 등 숱한 어려움을 해결한 다음, 불모지나 다름 없는 우리나라 반려동물 전용 의약품 시장을 만들고 넓히는 과제를 풀어야 했다.
도전 과제를 풀려고 그라스메디는 서울바이오허브,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손을 잡았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정책을 주관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그라스메디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반려동물 약품 제조 절차 전반을 도왔다. 첨단 기술의 이전, A 벤처스와 같은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육성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경희대학교 화학과도 그라스메디와 함께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 생산 방법을 공동 연구 중이다.
파트너 기관, 반려인의 손을 잡고 그라스메디는 차근차근 성과를 쌓는다. 올 4월 시드 투자금 유치 후 순조롭게 성장해서 6개월 만에 2022년 전체보다 많은 매출을 거뒀다. 우수한 R&D 역량을 발휘해 TIPS 지원사업도 수행한다. 이를 토대로 자유펫과 수플담을 아우르는 상위 브랜드를 만들어 반려동물 용품 종합 기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굳힌다.
나아가 그라스메디의 목표는 반려동물 제약 산업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이에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쌓은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반려동물용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를 만드는 한편, 우리나라 최초로 국내 고양이(코리안 숏헤어)의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환경을 분석해 최적화 프로바이오틱스를 만든다.
이 성과를 토대로 반려동물을 위한 의약 규제와 제도를 만드는데 힘을 싣는다. 협의체를 구성해 반려동물 의약품 생산과 판매 제도를 만드는 것을 거들고 주관 기관을 도와 패스트트랙과 같은 연구 편의 제도도 만든다. 반려동물 제약에서 거둔 성과를 토대로, 우리나라보다 규모가 20배에서 100배 이상 큰 해외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하는 목표도 세웠다.
최진식 대표는 “반려동물이 태어나서 숨을 거두기 전까지 반려인과 건강하게 살도록,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일 사료와 간식을 선보이겠다. 안전하고 효과 좋은 의약품을 개발해 반려동물 제품군 전반을 갖춘 종합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