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주고 사고현장 떠나도 괜찮다?…교통법규 숙지의 중요성
[IT동아 김동진 기자] 교통법규의 준수도 중요하지만, 미리 교통법규를 숙지해 급작스러운 상황에 정확하게 대처하는 일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정도면 되겠다는 스스로의 판단이 자기 과실을 불러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경미한 교통사고라고 생각해 명함을 건넨 후 해야할 조치를 다 했다고 판단, 급하게 현장을 떠나 뺑소니로 처벌받는 경우다.
명함 주고 현장 떠나도 조치 미흡하다면 뺑소니…도로시설물 파손 후 미신고도 처벌
급한 용무가 있어 목적지로 향하던 A 씨는 경미한 접촉사고를 냈다. 그는 용무가 급하고 사고가 경미하다고 판단, 피해자를 충분히 살피지 않고 명함을 건넨 후 서둘러 목적지로 향했다가 뺑소니로 입건됐다. A 씨가 간과한 점은 무엇일까.
급한 용무가 있어도 사고 후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자리를 이탈하면, 도로교통법에 의해 ‘사고 시 구호조치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간주할 수 있다. 개인정보를 건넸더라도 상대방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구호할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차에서 내려 명함을 제시해 자신을 밝혔더라도 조치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경미한 접촉사고여도 피해자의 피해 여부와 치료 의사를 묻는 등 끝까지 구호조치를 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가 명함을 건네고 현장을 떠났다가 피해자의 연락을 받지 않아 뺑소니 혐의로 경찰에 신고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경우가 있다. 현장을 떠난 데다가 연락을 스스로 하지 않은 점에서 도주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는 법 조항에도 규정돼 있다. 도로교통법 제54조에 따르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는 피해자에게 자신의 인적 사항을 제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운전자의 과실로 교통사고를 내고도 사고 후 조치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인적사항까지 남기지 않고 도주한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도주차량운전자 가중처벌 규정에 따라 처벌된다. 해당 법에 근거, 피해자 상해의 경우 500만원 이상~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고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또 피해자를 유기하고 도주한 경우 상해 시 3년 이상의 징역형,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더 무겁게 처벌받는다.
도로시설물 등을 파손하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처벌 대상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람이 다치지 않더라도 차량이나 도로시설물 등 물건을 파손하고 도망간 경우, 도로교통법 제148조에 따라 사고 후 미조치로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면 차량을 즉시 멈추고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제공한 후 적어도 보험사 직원이나 경찰이 올 때까지 사고현장을 떠나면 안 된다. 직접 부딪히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와 관련이 있다 싶으면 구호조치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사고 났을 때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마음에 순간 판단을 잘못하면 뺑소니범이 된다. 사고 났을 때만큼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말고 해야 하는 일을 하길 당부한다. 이를 위해서 평소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미리 숙지해서 자기 과실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