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보경팜테크 “땅속작물 수확기, 농민 고민 다캔다”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첨단 농산업 기술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팜을 포함한 자동화 재배 기술, 각종 센서와 데이터 분석 기술을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도 자동화 재배와 데이터 분석 기술은 농산업의 효율을 많이 높였다. 농가가 한결 적은 수고를 들여 품질 좋은 농작물을 더 많이 거두게 돕는다.

농업 현장에서 제품을 실증 중인 보경팜테크 임직원들. 출처 = 보경팜테크
농업 현장에서 제품을 실증 중인 보경팜테크 임직원들. 출처 = 보경팜테크

하지만, 수확은 아직 사람이 기계를 써서 직접 하는 영역이다. 농민들은 손으로, 혹은 경운기나 트랙터 등 농기계의 힘을 빌려 농작물을 수확한다. 힘이 많이 들고 어려운 일이다. 이에 최근 농민들의 농작물 수확을 도울 기술과 기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속속 나온다. 땅속작물 수확기를 개발, 공급 중인 보경팜테크도 그 가운데 하나다.

방성미 보경팜테크 대표와 방성환 보경팜테크 생산팀장은 마늘과 양파, 생강 등 땅속작물을 재배하는 농가 출신이다. 땅속작물은 파종과 재배, 수확까지 모두 손으로 하기에 고된 농사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수확은 유독 어렵고 고된 작업이다.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방성미 대표. 출처 = 보경팜테크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방성미 대표. 출처 = 보경팜테크

수확을 세심하게 하지 않으면, 애써 기른 땅속작물이 상처를 입어 가치를 잃는다. 수확을 아무렇게나 하면 밭고랑이 흐트러져 정리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수확 기계가 있지만, 지금까지 나온 제품들은 대개 다루기 어렵고 진동이 커서 쓰기 불편했다.

방성미 대표와 방성환 생산팀장은 농사 경험을 토대로 농민들이 어떤 부분에서 고통 받는지 체득하고, 이를 토대로 땅속작물 수확의 편의를 높일 기술을 연구한다. 전기와 자동차 기술을 전공하고 20여 년 동안 엔지니어로 일한 방성환 생산팀장의 지식이 큰 도움이 됐다. 연구 끝에 보경팜테크는 땅속작물 수확기를 개발한다.

보경팜테크 저진동 마늘 수확기 다캔다. 출처 = 보경팜테크
보경팜테크 저진동 마늘 수확기 다캔다. 출처 = 보경팜테크

보경팜테크 저진동 마늘 수확기 ‘다캔다(BKC-950과 BKG-950)’는 경운기에 장착해 마늘을 캘 때 쓴다. 이전에도 경운기용 마늘 수확기가 있었지만, 사용 시 본체가 심하게 떨려 원활히 쓰기 어려웠다. 사용하던 농민이 진동 때문에 부상을 입는 일도, 밭고랑을 불필요하게 많이 헤집어 뒷처리를 어렵게 하는 일도 잦았다.

보경팜테크는 다캔다에 진동을 최대 60% 줄이는 특허 기술을 적용했다. 편의 기능도 넣었다. 본체에 장착된 핸들을 돌려 마늘을 캐는 높낮이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본체 끝에 달린 완충 장치 덕분에 수확 중 마늘이 상처입는 일도 거의 없다. 사용 중 흙을 모아 밭두렁으로 모으는 기능, 캐낸 마늘에 붙은 흙덩어리를 자동 제거하는 기술도 농사 경험을 토대로 개발해 적용한 편의 기술이다. 마늘 밭의 폭, 길이에 따라 주문 제작도 된다. 덕분에 이 제품을 쓰는 농민은 하루에 2,000평 이상 규모의 밭에서 혼자 마늘을 캔다.

보경팜테크 트랙터 전방부착형 수확기 BKT-1500. 출처 = 보경팜테크
보경팜테크 트랙터 전방부착형 수확기 BKT-1500. 출처 = 보경팜테크

이어 보경팜테크는 땅속작물 전반을 수확할 때 쓰는 트랙터 전방부착형 수확기 ‘BKT-1500’을 선보인다. 이 제품은 마늘뿐만 아니라 감자와 당근, 땅콩과 고구마, 백합 등을 손쉽게 수확하도록 돕는다. 특수재질 고무를 사용해 땅속작물이 다치지 않게 섬세하게 수확하고, 흙털이와 이송과 채집 모두 하는 만능 제품이다.

무엇보다, 이 제품은 트랙터의 뒤에 장착하던 기존 제품과 달리 트랙터의 앞에 장착하는 ‘전방부착형’으로 설계됐다. 트랙터의 타이어 폭을 개조하거나 소형 바퀴를 장착하지 않고도 사용 가능해 편리하다. 앞을 보며 땅속작물을 수확 가능한 장점도 가졌다. 보경팜테크는 BKT-1500을 활용하면 땅속작물을 99% 이상 수확하면서도 손실율은 1% 이하로 유지한다고 강조한다.

농장에서 기술을 실험하는 보경팜테크 임직원. 출처 = 보경팜테크
농장에서 기술을 실험하는 보경팜테크 임직원. 출처 = 보경팜테크

보경팜테크는 제품 개발, 생산과 함께 임직원을 모으며 몸집을 불렸다. 여성동 부장은 회계와 기계 연구 양쪽을 맡은 인재다. 행정 절차와 총무를 담당할 오정미 매니저도 합류했다. 이들은 경험을 토대로 농민의 편에 서서 농업을 생각한다. 농민들의 노고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고충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 나아가 농업 기반을 다져 지역 사회를 더 좋게 만들자는 철학을 공유한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도 보경팜테크의 철학에 공감하고 지원했다. 농산업과 농기계 기업과의 협업을 주선하고 광고 홍보와 마케팅을 도왔다. 농기계의 안전 검증과 사업비도 지원했다. 덕분에 땅속작물 수확기를 고도화한 보경팜테크는 지난해에만 매출 2억 원을 거뒀다.

보경팜테크는 제품 연구와 개발, 실험과 제작 등을 모두 스스로 한다. 출처 = 보경팜테크
보경팜테크는 제품 연구와 개발, 실험과 제작 등을 모두 스스로 한다. 출처 = 보경팜테크

성과를 토대로 보경팜테크는 땅속작물 수확기의 완전 자동화를 연구 중이다. 그러면 농민들은 더욱 손쉽고 안전하게 농작물을 수확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다다르려면 보경팜테크는 여러 장벽을 넘어야 한다.

먼저 땅속작물 수확기의 홍보 마케팅을 더욱 적극 펼쳐 신제품 연구 개발 자금을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보경팜테크는 홍보 영상과 온라인 사용자 매뉴얼, 땅속작물 수확기 사용 현장을 소개하는 동영상 등 여러 홍보 콘텐츠를 만든다. 오프라인 영업에 쓸 제품 소개서와 매뉴얼, 온라인 소비자에게 정보를 줄 홈페이지도 재단장 중이다.

기술이전 현장에 참석한 보경팜테크 임직원들. 출처 = 보경팜테크
기술이전 현장에 참석한 보경팜테크 임직원들. 출처 = 보경팜테크

해외 농기계 시장 진출도 노린다. 방성미 대표는 외국어 회사 소개서를 준비하고 자신의 전공, 무역과 마케팅 경력을 살려 제품을 알린다. 매출과 기업 인지도를 함께 높일 체계적인 마케팅 방안도 구상하고 실행한다.

방성미 대표는 “농가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농민에게 유용한 제품을 꾸준히 개발해 공급하겠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쓸 농기계 연구와 기술 혁신에 집중해 농촌 기계화 시대를 이끄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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