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 업계 ‘구원 투수’로 주목받는 소재…그 생산 기지를 찾았다 [스타트업-ing]
[IT동아 권택경 기자]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HN노바텍 제1공장. 살균소독실을 지나 문을 열자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코를 찌르는 바다내음이었다. 원료인 미역과 다시마에서 풍겨오는 냄새다. 지난 2일 준공식을 열고 가동을 시작한 이곳은 HN노바텍의 첫 공장이자 핵심 제품인 대체육 향미 소재 ‘ACOM-S’의 생산 기지다.
ACOM-S는 미역과 다시마 등 해조류에서 아미노산 및 다양한 성분들을 추출해 만든다. 식물성 단백질 덩어리에 마치 고기 같은 맛과 향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하는 향미(香味) 소재다. 공장에서는 분말 상태의 미역과 다시마를 가열해 고형분과 액체를 분리한 뒤 여기서 필요한 구성 성분만을 추출하고 재배합하는 공정이 이뤄진다. 추출한 아미노산과 다양한 성분 비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소고기, 닭고기, 양고기 등 각기 다른 종류의 고기 맛을 유사하게 재현할 수 있다.
배합을 마치면 젤 상태의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동결 건조해 수분을 날린 뒤 분쇄한다. 이날도 동결 건조기 안에서 소고기 맛 ACOM-S가 한창 건조 중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조 후 분쇄는 영하 50도의 저온에서 이뤄진다. 해조류에 포함된 알긴산 성분 특유의 미끈거림을 잡기 위해서다.
분쇄까지 마치면 고운 가루 상태의 ACOM-S가 완성된다. 다시마와 미역이 대체육 향미 소재로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원료일 때 풍기던 바다내음은 사라지고, 마치 고기 같은 맛과 향을 품은 소재로 탈바꿈한다.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풍부한 미역과 다시마 등 해조류를 대체육 소재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해외 일부 대체육 스타트업도 시도하고 있지만, 원물을 갈아서 섞는 단순한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요한 성분만 추출해 대체육 향미 소재로 만드는 기술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HN노바텍은 이러한 소재 기술력이 경쟁사들보다 4년은 앞선다고 강조한다.
HN노바텍은 그간 연구실 규모의 소규모 생산 시설에서 ACOM-S를 소량만 생산해 왔다. 사실상 시제품만 생산이 가능한 수준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공장 준공으로 첫 양산 발판을 마련했다. 방기영 HN노바텍 안산 공장장은 “현재 하루 생산량은 약 1톤 수준이지만, 조만간 설비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10톤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대체육 위기론에 오히려 주목받는 이유
식물성 대체육은 채식 문화 확대와 기후 위기로 인해 육류 소비 경각심이 커진 2020년 전후부터 ‘대체육 열풍’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화제가 됐지만 지난해부터는 반짝 관심에 그칠 것이란 비관론도 제기됐다. 경기침체 우려로 대체육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미국 대체육 업체 비욘드미트는 지난해 매출 감소, 임원의 폭행 연루 사건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폭락했고, 경영난으로 전체 직원의 19%를 해고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경기 영향 뿐만 아니라 대체육 자체의 한계도 부각됐다. 고기 맛과 향을 재현하기 위해 화학 첨가물이나 유전자 조작 원료에 의존하는 제품도 늘면서 윤리적 소비, 친환경 소비, 건강 식품을 추구하는 대체육의 주 소비층이 원하는 것과는 오히려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이다.
HN노바텍은 천연 유래 소재인 ACOM-S는 이러한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기존 소재로는 더 이상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는 어렵다고 느낀 업체들은 HN노바텍의 ACOM-S를 하나의 돌파구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대체육 사업을 펼치고 있는 국내외 식품 대기업과 해외 대체육 스타트업 등 다수의 업체가 현재 HN노바텍의 소재에 관심을 보이며 협업 논의를 위해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HN노바텍은 이번 안산공장에서 ACOM-S 이외에도 현재 개발 중인 대체 고등어, 대체 새우 등의 대체 수산물의 핵심 재료인 지방산 관련 소재 생산 설비도 추가로 갖추며 종합 대체 식품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양희 HN노바텍 대표는 이날 준공식 개식사에서 “이번 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더 수준 높고 새로운 기술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