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AI 반도체 사업에서 과반이 '퓨리오사AI' 선택··· 직접 이유 들어보니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반도체 생태계와 인재, 그리고 기술이 있다. 오픈 AI를 위한 반도체를 함께 만드는 건 어떨지 제안하자 ‘샘 알트만 역시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을 평가해 보자’라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63 빌딩에서 열린 ‘K-스타트업 미트 오픈AI(K-Startups meet openAI)’ 행사 이후 진행된 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임정욱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이 밝힌 내용이다. 이날 행사에는 챗GPT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오픈AI의 샘 알트만(Sam Altman) 최고경영자와 그렉 브록먼(Greg Brockman) 공동창업자가 참석해 K-스타트업과 협업 방안, 한국 사무소 설치 의향, 후배 창업자와의 만남 등의 시간을 가졌다.
핵심은 대한민국의 반도체 역량과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 기업도 인지할 정도며, 우리 기업들이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 역시 향후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투자 및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사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가 추진하고 있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다. AI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과 현황을 짚어본다.
한국 반도체 사업의 가능성을 열다, K-클라우드 프로젝트
K-클라우드 프로젝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산 AI 반도체 개발 및 데이터 센터 적용을 위해 국내 클라우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들에게 향상된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며, 2023년부터 30년까지 8천200억 원을 투입한다. 사업은 다자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되며, 네이버클라우드와 NHN클라우드, KT클라우드 등 클라우드 제공 업체(CSP)와 국내 AI 반도체 개발사인 퓨리오사AI, 사피온, 리벨리온이 참가한다. 사무국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가 맡는다.
지원 사업은 ▲ 국산 AI 반도체 기반의 상용 클라우드 센터를 구축· 실증하는 ‘AI 반도체 팜 구축 및 실증 ▲ 광주 AI 단지에 국산 AI 반도체 기반 데이터 센터 운영 및 실증하는 ‘AI반도체 시험검증 환경조성’ ▲ 서버, 엣지용 국산 AI 반도체 기반 테스트 서버, 제품 구축·개발 및 AI 서비스 개발·검증하는 ‘AI 반도체 응용실증지원’ ▲ AI 연구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 기관에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지원하는 ‘고성능 컴퓨팅(AI반도체 트랙)’ ▲ 국산 AI 반도체 기반 AI 솔루션의 사용권리를 지원하는 ‘AI 바우처(AI반도체 트랙)’까지 다섯 개 부문으로 나뉜다.
다섯 과제 모두 국산 AI 반도체의 생태계를 일구기 위한 사업인데, 이 중에서도 고성능 컴퓨팅 지원 및 AI 바우처 사업은 일반 수요처가 대상이다. 고성능 컴퓨팅 지원은 AI 추론 서비스를 다루는 기업 및 창업자, 공공기관, 대학교 등 총 100곳을 선정해 올해 말까지 60TOPS((Tera Operations Per Second, 초당 1조회 정수 연산 처리), 120TOPS, 240TOPS 이상의 AI 연산 처리 자원을 제공한다. 해당 사업에는 총 181개 수요 기업이 접수를 신청해 총 100곳이 선정되었는데, 60곳의 기업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퓨리오사AI의 컨소시엄을 선택했다.
AI 반도체 초기 시장의 수요 창출을 위해 AI 개발 기업에게 국산 AI 반도체 기반의 솔루션 사용 권리를 제공하는 'AI 바우처 사업'에서는 총 31개 과제를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AI 도입을 원하는 국내 중소·벤처 및 중견 기업 등이 대상인데 약 8: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수요가 몰렸다. 흥미롭게도 해당 사업 역시 31개 중 48%인 15개의 과제가 퓨리오사AI의 워보이를 기반으로 하는 솔루션을 제공받기로 했다.
AI 바우처, 차질 없는 양산 계획과 소통 수준 고려해
AI 바우처 사업의 경우 11개 기업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퓨리오사AI의 컨소시엄을, 4개 기업이 네이버클라우드와 퓨리오사AI의 컨소시엄을 선택했다. 우리 정부는 선정 기업에 국산 AI 반도체 인프라 도입 비용 1억 원과 AI 반도체 기반 AI 솔루션 개발 비용 최대 3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31개 수요처 중 15곳이 퓨리오사AI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써로마인드(SURROMIND) 정헌수 연구원은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사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고 판단했으며, KServe를 지원해 쿠버네티스 기반의 안정적인 배포 및 확장을 지원하고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공개하는 점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양산을 시작해 하드웨어를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는데, 호환성 테스트 중 신속한 지원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라고 말했다.
써로마인드 측은 AI 스튜디오, 비전 솔루션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다중 분류(Multiclass Classification) 및 콘텐츠 기반 필터링(CBF-RecSys) 추천 시스템과 하이브리드 추천(Hybrid RecSys) 기반의 클라우드 음원 추천 시스템에 퓨리오사AI의 자원을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빠른 응답 시간 및 성능을 통한 추론 및 반환 성능과 추후 사업 확장 시 늘어나는 추론 요청에 대한 해소에 충분히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퓨리오사AI 솔루션, 개발 편의성·소프트웨어 지원 좋아
AI 기반의 카메라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해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성과 분석 및 최적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딥핑소스(Deeping Source) 김태훈 대표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편의성’을 주요 사유로 손꼽았다. 김 대표는 “AI 기술의 제품화를 위해 하드웨어에 AI를 이식하는 작업이 많은데, 엔비디아 이외에는 직관적이거나 쉬운 서비스가 없다. 한데 퓨리오사AI의 워보이는 시험 당일에 작동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고, 성능 분석 도구들의 편의성과 최적화도 기대 이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김 대표는 “워보이를 사용하면 하드웨어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가능성이 높다. 해외 기업의 경우 문의도 어렵거니와, 몇 개월이 지나도 만족할만한 답변을 듣기 어렵다. 퓨리오사AI는 개발 도구 이외에도 빠르게 안내 및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데다가 가격이나 와트당 성능 측면에서도 장점이 분명하다”라며 선택의 이유를 꼽았다.
딥핑소스가 워보이를 활용할 분야는 실시간 영상 데이터 처리다. 예를 들어 딥핑소스의 솔루션을 한 전시회에 적용했다고 할 때, 전시장 내 카메라 등을 통해 몇 명이 방문하고, 성별과 연령대는 어느 정도인지, 어떤 것에 관심을 보이는지 등을 실시간 데이터로 만든다. 이때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데이터를 익명 처리 하고, 그다음 AI로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 처리 과정에서 워보이가 투입된다. 유연한 확장성을 통해 매번 신속하게 하드웨어를 다룰 수 있는 한편, 비용 대비 효율까지 맞추기 위해 워보이를 선택한 것이다.
K-클라우드 프로젝트, 수요 및 공급기업 모두를 위한 길
결과적으로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AI 반도체 시장에 물꼬를 트기 위함이다. 공급기업은 사업 초기에 확보하기 어려운 고객사 등을 정부 지원으로 모집하고, 수요기업 입장에서는 찾기 어려운 AI 컴퓨팅 자원 및 서비스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정부 역시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생태계를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는데 투자하는 것이므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물론 이번 K-클라우드 프로젝트에서는 퓨리오사AI의 솔루션을 선택한 기업이 유독 많았는데, 양산 제품을 보유한 만큼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이번에 뿌린 씨앗이 언젠가 더 큰 양분으로 돌아와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재목이 되길 바란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