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아케미 “우리 쌀 디저트로 건강과 맛을 함께”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빵과 아이스크림, 쿠키와 케이크 등 디저트는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하지만,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이나 밀가루 알러지를 앓는 소비자,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비건(채식주의자) 소비자는 디저트를 즐기기 어렵다. 고칼로리 식재료나 설탕을 많이 넣어 만든 디저트를 먹기 꺼리는 소비자도 많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보육기업, 아케미의 윤지혜 대표도 그 중 하나다. 자신처럼 유제품을 잘 먹지 못하는 소비자를 위해 그녀는 식물성 소재로만 만든 ‘100% 비건 디저트’를 만들 생각을 했다.
그녀는 대학에서 전공한 영양학, 미국 디저트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호텔의 디저트 쉐프로 일한 경력, 아이스크림 기업에서 제품을 연구 개발하며 쌓은 지식을 살려 식물성 디저트를 만들 식재료를 찾았다.
윤지혜 대표가 처음 주목한 식재료는 ‘현미’다. 현미를 물처럼 가공해 우유를 대체할 대체유를 만들고, 이것으로 아이크스림을 만드는 것. ‘콩’이나 ‘오트밀’도 대체유로 활용 가능하다. 오스트리아의 비건 아이스크림 제조 기업도 두유, 오트밀유 등으로 제품을 만든다. 하지만, 윤지혜 대표는 단순히 우유를 대체하는 대체유가 아니라, 아이스크림 고유의 맛과 물성을 그대로 살리는 식물성 식재료를 찾으려 했다. 그래서 찾은 또 하나의 식재료가 우리나라의 쌀, '백미’다.
백미를 잘 가공하면 가볍고 산뜻한 맛을 내는 식물성 연유가 된다. 우유의 물성을 훌륭히 만족하면서 영양과 맛도 확보한다. 하지만, 백미를 가공하면 다소 비린 맛이 섞이는 문제가 있었다. 윤지혜 대표는 궁리를 거듭해 백미의 비린 맛은 줄이고 고유의 맛은 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유기농 현미와 우리나라 쌀로 만든 식물성 연유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소비자들은 윤지혜 대표가 만든 100% 비건, 식물성 아이스크림에 좋은 평가를 내렸다. 맛과 향이 일반 아이스크림과 비교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 그럼에도 먹고 나면 알러지가 일어나지 않고 배도 아프지 않아 신기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좋은 재료로 만든 맛있는 아이스크림이라는 별명도 소비자들이 붙였다.
이 평가를 토대로 윤지혜 대표는 아케미를 세운다. 아이스크림의 연금술사(Alchemist)이자, 아름다운(美) 우리 쌀(米)로 디저트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의미다.
이어 그녀는 아이스크림의 맛과 질감과 색깔을 더할 식물성 식재료를 연구했다. 100% 비건 디저트이기에 몸에 좋지 않은 화학 물질이나 색소, 인위적인 향을 일절 넣으면 안된다는 철학이 있어서다. 윤지혜 대표는 백미와 각종 식물성 연유, 유기농 설탕 등의 식재료에 우리나라 곳곳의 제철 농산물과 과일을 더했다. 이들 재료를 가공하면서 맛과 향을 그대로 살려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었다.
충남 논산 딸기에 통밀 쿠키를 섞어 만든 ‘논산 딸기 파이’, 경북 상주의 곶감과 호두에 크림 치즈의 고소한 맛을 더한 ‘곶감 호두 말이’, 거문도의 바다 바람을 맞고 자란 쑥에 팥을 버무린 ‘거문도 쑥 팥 오메기’ 등 개성 강한 아케미 아이스크림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수미감자에 경북 의성의 마늘을 섞은 ‘수미감자 마늘빵’, 제주도 동백꽃을 우린 물에 체리를 더한 ‘동백 체리 꽃 필 무렵’, 충남 공부 밤과 식물성 메이플 바닐라로 만든 ‘공주 밤 몽블랑’도 돋보인다.
그 밖에도 블루베리와 망고, 페퍼민트와 스피아민트 허브, 헤이즐넛과 레몬 등 각종 식물성 재료가 아케미의 손을 거쳐 비건 아이스크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아케미는 아이스크림이 가장 맛있는 온도, 모양도 궁리해 제품에 적용했다. 물론, 디저트 포장 용기는 자연을 생각해 생분해 소재로 만든다.
덕분에 아케미는 풍부한 제품군을 가졌다. 떠 먹는 아이스크림은 물론 과일 샤베트, 젤라또 등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선물로 주고받기 좋은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만든다. 제품군을 늘리는데 필요한 식물성 식재료의 연구 개발도 이어간다. 또 다른 식재료로 만든 식물성 연유와 식물성 캐러맬, 쿠키 등을 만들어 아이스크림과 디저트 제품군을 차근차근 늘렸다.
이처럼 모습도, 맛과 향도 다양한 식물성 디저트가 태어난 것은 아케미의 기업 철학 ‘모든 것은 가능하다’는 생각 덕분이다. 식물성 식재료는 발견도 가공도 어렵다. 이를 디저트로 만드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윤지혜 대표는 디저트 부문에서 풍부한 경력을 쌓은 임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것을 즐긴다. 모든 것은 가능하다는 생각에 창의력과 흥미를 더하면, 어떤 아이디어든 현실이 된다고 한다.
아케미 임직원들이 공유하는 또 하나의 철학은 ‘아이스크림 한 스쿱에는 자연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부들의 노력과 땀이 담긴 농산물을 정성껏 다듬고, 식물성 식재료를 가장 잘 다루는 기술로 디저트를 만든다는 자부심이다.
그래서 아케미는 우리나라 제철 과일과 농산물, 그 중에서도 땅과 지구와 함께 사는 농사법을 고집하는 농부의 상품만 사서 쓴다. 그리고 원물 그대로의 맛과 식감을 가진 디저트를 만든다. 아케미의 디저트를 맛보면 복숭아의 향과 사각거리는 식감, 초당 옥수수의 단 맛을 고스란히 느낀다. 상상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고, 머리에 떠오르는 맛과 향이 그대로 난다.
아케미가 만든 디저트는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수만 명의 팔로워를 가졌을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 윤지혜 대표가 만든 식물성 디저트의 가치를 알아본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사업화의 물꼬를 텄다. 다른 식품 기업과의 협업을 주선해 사업의 범위와 규모를 함께 넓히고, 농식품 벤처기업 육성사업으로 컨설팅을 주선해 내실을 다졌다. 벤처기업 인증 취득도 도왔다.
이에 아케미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함께 식물성 디저트의 가치를 더욱 널리 알리려 한다. B2B 영업을 준비하려고 제품의 대량 생산 체계를 만들었고, 지금은 유통망을 정비 중이다. 식물성 디저트는 특성상 유통 시 고도의 냉동 설비가 필요하다. 윤지혜 대표는 식품 냉동 유통 전문 기업과 함께 유통망을 구축, 판매량은 늘리고 가격은 유지하는데 힘을 쏟는다.
한편으로는 아케미의 성과, 식물성 디저트의 원재료의 활용 범위를 넓힐 궁리도 한다. 식물성 캐러맬과 원유를 다루는 온라인 스토어를 구축, 다른 식품 기업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방안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있던 오프라인 스토어 '아케미'의 규모를 넓혀 한성대입구역 인근으로 이전했다. 일반 소비자에게 쌀 아이스크림을 포함한 식물성 디저트의 맛과 장점을 알릴 전초 기지다.
윤지혜 대표는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 우리나라의 고급 농산물을 가장 잘 가공하는 기업이자 100% 비건 종합 디저트 기업으로 아케미를 키우려 한다. 아이스크림뿐만 아니라 핫 초콜릿, 크렘브륄레와 쿠키 아이스크림, 파운드케이크와 선데 등 다양한 디저트를 이미 개발해 판매 중이다. 물론, 모두 자연에서 찾은 재료로 만들었기에 누구나 쉽고 맛있게 즐긴다.
윤지혜 대표는 “알러지 때문에 디저트를 즐기지 못하는 소비자를 보면 늘 안타까웠다. 맛과 향 모두 기존 제품과 대등 혹은 우월하면서도 100% 식물성 소재로 만든 디저트를 선보이겠다. 서울 한성대입구 인근에 마련한 아케미의 새 터전을 중심으로 더 많은 소비자에게 건강한 디저트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