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모아 규제 대응 나선 글로벌 車 업계…”韓 기업 참여 독려해야”
[IT동아 김동진 기자] 자동차 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각종 규제에 대응하고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데이터 공유 플랫폼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이같은 움직임에 발맞춰 자동차 산업 데이터 공유와 활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 글로벌 플랫폼에 적극 참여하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내 데이터 공유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는 제언한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데이터 공유 플랫폼 '카테나-X'…BMW·벤츠·포드 등 144개 기업 참여
한국자동차연구원은 30일, ‘카테나-X가 함의하는 차(車) 산업 데이터 공유 방향’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산업 공급망에 속한 기업 간 데이터 공유와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카테나(Catena)-X는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아, 민간기업이 중심으로 개발 중인 자동차 산업 데이터 공유 플랫폼이다. 카테나-X 구축의 목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과 같은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고 자동차 산업 공급망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여러 분산된 데이터를 하나의 공유 플랫폼으로 묶으면 비즈니스 파트너의 중복된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계산 체계와 방법론도 표준화할 수 있다. 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기업 간 협력으로 차량의 생산부터 유통과 사용, 폐차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추적할 수 있으며, 효율적인 저감도 함께 꾀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들에 공감한 BMW와 벤츠, 폭스바겐 등 완성차 기업과 ZF, 보쉬 등 부품 기업, SAP 등 소프트웨어 기업을 포함한 28개사가 카테나-X 설립에 참여했다. 이후 2023년 3월 기준, 미국 포드(Ford)와 아마존웹서비스(AWS), 일본 자동차 부품 기업 덴소(Denso)와 통신 기업 NTT, 중국 화웨이 등 144개 기업이 카테나-X에 합류했다.
이들은 지난 4월 독일 하노버 메세에서 이산화탄소 감축과 ESG 모니터링, 순환 경제 등의 아젠다를 두고 협업 표준을 구축하기 위한 베타 버전을 발표했으며, 오는 9월까지 상용화와 인증 등을 마칠 예정이다. 카테나-X에 참가하는 기업은 공유 데이터의 범위와 접근 권한, 수익 창출 방식 등을 논의해 정하고 플랫폼인 카테나-X는 안전한 데이터 공유를 위한 기밀성과 투명성을 확립하기로 했다. 플랫폼 기업 또는 특정 대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하는 부작용을 방지하는 역할 또한 카테나-X가 맡는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요국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과 순환경제 등의 과제를 해결하고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카테나-X와 같은 데이터 공유 생태계에 참여하면 수년 내 도입될 각종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컨대 최근 유럽연합과 중국 등이 자동차 온실가스 전과정 평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데 카테나-X에 참여하면, 실제 공급망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인증받고 공유하는 과정이 용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공유 플랫폼 참여는 유럽연합이 2026년께 시행할 예정인 배터리 여권 규제 대응에도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배터리 여권은 용량 2kWh 이상의 자동차용 배터리의 ▲재료 원산지 ▲탄소발자국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 ▲내구성 ▲용도 변경 및 재활용 이력 등 정보를 개방형 전자 시스템에 기록한 것으로, 해당 시스템이 카테나-X가 될 것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서현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이 카테나-X에 활발히 참여할 경우, 우리나라 산업에 맞는 방법론을 플랫폼 내에 마련해 달라는 등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와 같은 이슈는 한 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므로 글로벌 기업 간 데이터 공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카테나-X 참여와 더불어 우리나라 자동차 관련 기업 간 데이터 공유와 활용을 위한 플랫폼 마련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타국보다 자동차 산업 구조가 더 수직적인 편인데, 단순히 완성차 업체와 티어1 부품 기업 정도의 공유가 아니라 티어N까지 즉, 중소기업까지 참여해야 실질적인 자동차 데이터 공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데이터 생성자에 공유 범위 설정권을 부여하고, 데이터 사용권과 수익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