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 부활하나? 네이버·카카오 “실검과 다르다”
[IT동아 정연호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다음)가 폐지됐던 ‘실시간 검색어 순위(이하 실검)’를 재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양사가 시범 도입한 ‘트렌드 토픽(네이버)’, ‘투데이 버블(카카오)’ 등 ‘트렌드 추천’ 기능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제2의 실검을 만들어서 여론 조작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실검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라고 부인한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모바일 앱의 추천·구독 탭에 ‘트렌드 토픽’을 도입했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User Generated Content, 이하 UCG)를 분석해, 트렌드 키워드를 추출하는 기능이다. 이 키워드를 누르면 관련 콘텐츠가 나온다. 네이버는 올 하반기에 앱 기본 화면에 트렌드 토픽을 배치할 예정이었지만, 이 계획을 다시 검토 중이다. 카카오는 지난 5월 10일 다음의 웹, 앱 버전에서 유사한 기능인 ‘투데이 버블’을 시작했다.
양대 포털 사이트는 구글의 약진으로 국내 검색엔진 시장에서 점유율을 계속 잃고 있다. 이용자의 유입,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트렌드 추천을 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NHN데이터가 공개한 검색엔진 유입률 분석(시장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은 2017년 3분기 80.47%, 8.78%에서 2022년 4분기 62.81%, 5.1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구글은 8.45%에서 31.41%로 크게 올랐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과거 여론 조작 논란으로 폐지됐던 실검을 부활시켰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포털위원회는 5월 15일 성명을 내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름만 바꿔 ‘실검’을 시작했거나 시작할 방침으로 알려졌다.”면서 “돈벌이를 위해 여론 조작과 선전 선동을 노리는 세력들에게 놀이터를 다시 제공하려는 것이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로 폐지 전에는 실검을 조작하려는 특정 집단들이 있었다. 가령,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 과정에서 찬반 양측은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 키워드를 경쟁적으로 실검에 올렸다. 결국, 네이버와 카카오는 실검 서비스를 중단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실검 부활 논란에 대해 “트렌드 추천은 실검과는 다르다.”라고 해명한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트렌드 추천이 실검과 다른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검색엔진에 입력되는 검색어를 반영하지 않는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카페, 블로그, 제휴 언론사 기사 등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에 있는 UCG 콘텐츠를 분석해, 트렌드 키워드를 뽑아낸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자료도 함께 참고한다.
둘째, 조작을 하지 못하도록 수 시간에 걸친 데이터를 집계한다. 실검은 15초 동안의 검색어 데이터를 분석해, 언급량이 늘어난 순서대로 키워드를 표시했다. 순식간에 특정 키워드의 검색량을 늘려 조작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를 막기 위해서, 네이버는 1시간 동안의 데이터를, 카카오는 수 시간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셋째, 트렌드를 노출할 때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트렌드 키워드를 무작위 조합으로 표시하며, 이용자에게 다른 키워드 조합을 보여준다. 이때 정치와 관련된 트렌드 키워드는 제외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 조작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오픈 AI의 챗GPT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서, 여론을 조작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게다가 양사가 트렌드 추천을 편향적으로 운영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는 이미 전적이 있다. 지난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에 과징금 266억 원을 부과했다. 쇼핑, 동영상 검색 결과를 자사에 유리하게 조작했기 때문이다. 외부에 추천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트렌드 추천은 편향성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트렌드 토픽은 실검과 본질적으로 다르며, 실검의 부활은 절대 없다.”면서 “현재 사회적으로 우려가 큰 상황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트렌드 토픽을 확대 적용하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유용한 정보나 사회의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주제를 발견하도록 돕는다는 목적을 갖고서 투데이 버블을 운영하고 있다. 이 목적에 적합한 키워드만을 이용자에게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