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0 시대의 필수 조직, 'DAO'가 움직인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블록체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 연달아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를 시도하고 있다. DAO는 기존의 전통적인 기업구조를 대체하는 ‘탈중앙화 자율조직’을 말한다. 즉 별도의 중앙관리자 없이, 공통 목적을 가진 개인들이 모여 투표를 통해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유동적 온라인 공동체다. 전통적인 기업구조가 아니라는 점은 이들 모두가 계층구조에 속하지 않고, 익명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수평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을 뜻한다.
모두가 동등한 탈중앙화 조직, DAO
DAO는 이더리움의 공동 창시자이자 창안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주창한 개념이다. 공동으로 작업을 수행하고 참여자들은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것인데, 일반적인 회사와 비슷하면서도 또 여러 측면에서 다른 조직이기도 하다.
탈중앙화된 앱, 탈중앙화된 조직, 그리고 완전 자동화된 기업 등이 DAO의 필요 요소다. 구성원들은 어떤 조직도 소유하지 않으며, 자율적인 합의 하에 구축된 프로세스를 따라 분산화된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다만 DAO의 정확한 법적 지위는 아직 규정되지 않았다. 현재의 법률 하에서 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용어는 ‘파트너십’이다. 모두가 조직을 소유하는 건 아니지만, 참가자 모두가 무한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것. 그렇기에 DAO의 구성원은 모두가 동등하고, 또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DAO 참여자들은 네트워크가 요구하는 자격을 갖춘 이들이 발행한 토큰을 구매해 자산을 투자하고, 네트워크의 규약과 동의서에 서명하는 형태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속도 대신 투명성과 합리성이 우선
DAO는 단어 의미만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기반을 덜어 내고 생각해 보면 대략 감은 잡을 수 있다. 바로 ‘협동조합’의 형태다. 공통 목표를 가진 이들이 토큰을 기반으로 출자하고 힘을 합친다. 안건이 있을 때는 스마트 컨트랙트(계약서)를 통해 모두가 동등하게 표를 행사하고, 민주적으로 사안을 결정한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투표를 거쳐야 하기에 속도는 느리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둘 수 있는 ‘투명성’과 ‘합리성’을 기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개념적으로 주창된 DAO는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 사례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플라밍고 DAO’를 들 수 있다. 유망하고 능력 있는 NFT 아티스트와 작품에 투자하는 네트워크다. 미국 적격투자자(Accredited Investor) 자격을 갖춘 이들이 최대 100명까지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로, 이들은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등의 커뮤니티를 통해 의견을 교환해 NFT 프로젝트의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국내 DAO 추진 사례 - KN DAO, 위메이드
국내에서는 국보인 ‘금동삼존불감’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국보 DAO가 추진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모금액을 맞추지 못하면서 무산됐지만, 대신 헤리티지 DAO가 경매로 금동산존불감을 매입함으로써 간송미술관이 국보를 계속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사례를 남겼다. 국내 IT 기업들 또한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며 DAO를 시도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KN DAO’와 ‘위메이드’ 등이 있다.
위메이드는 최근 DAO 및 NFT 플랫폼인 ‘나일(NILE)’을 선보였는데, 나일의 DAO 라인업으로는 ‘원더 DAO’, ‘아티움 DAO’, ‘델타 DAO’, ‘오라클 DAO’ 등이 공개됐다. 위메이드는 나일을 ‘프로토콜 기반 경제 공동체’라고 설명하고 있다. 원더 DAO는 위믹스 생태계의 발전을, 아티움 DAO는 다양한 작품을 수집하고 신진 작가의 발굴을, 델타 DAO는 자동화된 자산 운용 프로토콜을, 오라클 DAO는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프로토콜을 목표로 잡았다. 위메이드는 추후 누구나 원하는 DAO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모인 ‘KN DAO(Korea NFT DAO)’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 회계사, 변호사, 웹3 업계 종사자, 투자자, 전문 트레이더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인 DAO이며, 운영팀, NFT팀, 블록체인팀, 투자팀 등으로 구성, 운영되고 있다. KN DAO는 향후 프로젝트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외에도 다양한 국내 업체가 DAO를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클레이튼 네트워크의 카카오가 있다. 클레이튼은 출시 4년차를 맞아 운영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카카오 주도가 아닌 주주 중심의 네트워크 구성을 하겠다는 것. 서상민 클레이튼재단 이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앞으로 클레이튼 재단은 의사결정 권한이 없고 중재자로서 절차를 관리하는 역할에 주력할 것”이라며, “탈중앙화를 통해 블록체인 대중화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DAO를 염두에 둔 것이라 풀이된다.
대세가 될 매력적인 조직, DAO
물론 DAO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머지않아 블록체인 생태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기술에서 거론되던 탈중앙화를 조직 차원에서 실현할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토큰, NFT 등의 ‘거래’를 중심으로 지탱되던 생태계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DAO를 기반으로 합의와 투자,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질 수 있으며, 이로써 지금보다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DAO 생태계 분석 플랫폼인 딥다오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 DAO가 관리하는 자산은 10억 달러 이상이며, 참여자 수도 약 440만 명에 달한다. DAO가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수의 블록체인 생태계 참여자들이 모더레이터와 같은 개념으로 이와 유사한 프로젝트 참여 경험을 갖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가 더 늘어나면서 DAO는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심에는 위의 국내 플랫폼들이 자리잡으리라 기대한다. DAO 비상의 원년이 될 올해, ‘대세’가 될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