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수스 ‘ROG 앨라이’ 가격 공개, 진짜 ‘스팀덱 저격수’ 등장?
[IT동아 김영우 기자] 11일 저녁, 에이수스(ASUS)는 글로벌 온라인 발표회를 통해 ‘ROG 앨라이(Ally)’의 세부적인 정보 및 출시일, 그리고 가격(해외 기준)을 공개했다.
ROG 앨라이는 최근 여러 제조사에서 연달아 출시하고 있는 PC 기반 휴대용 게임기 중 하나다. PC 기반의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어 PC용으로 출시된 다양한 게임을 구동할 수 있으면서도 ‘닌텐도 스위치’ 같은 휴대용 게임 콘솔처럼 휴대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PC 기반 휴대용 게임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작년에 출시된 밸브(Valve)사의 ‘스팀덱(Steam Deck)’이다. 스팀덱은 AMD와 협력해 개발한 ZEN 2 아키텍처 기반 4코어 8쓰레드 구성의 전용 프로세서를 탑재, 주요 게임들을 HD급(800P) 품질로 비교적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또한 구매 가격이 64GB 모델 기준 399달러(국내 58만 9,000원)에서 시작할 정도로 ‘가성비’가 높은 것도 장점이었다.
다만, 가장 저렴한 64GB 모델은 저장 가능 공간이 너무 작아 SD카드를 추가하거나 내장 SSD를 교체하는 작업이 사실상 필수였다. 256GB 모델(529달러, 78만 9,000원)이나 512GB 모델(649달러, 98만 9,000원)을 구매하면 좀 더 쾌적한 이용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는 ‘가성비’가 크게 저하된다.
무엇보다 스팀덱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는 운영체제였다. 스팀에 탑재된 스팀 OS는 세계 최대의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 게임을 구매하거나 플레이하는데 최적화되어 있어 편의성은 높았지만 스팀이 아닌 다른 플랫폼 기반의 게임을 구동하기 힘들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또한 스팀 OS는 윈도가 아닌 리눅스 기반의 운영체제이며, 여기에 호환 기술을 추가해 윈도 게임을 구동하는 방식이라 상당수 윈도 게임은 구동이 되지 않았다.
이번에 에이수스에서 발표한 ROG 앨라이는 이러한 스팀덱을 정확하게 ‘저격’한 듯한 구성을 갖췄다. ROG 앨라이는 ‘AMD 라이젠 Z1(6코어 12쓰레드)’ 프로세서, 혹은 ‘AMD 라이젠 Z1 익스트림(8코어 16쓰레드)’ 프로세서를 갖춘 2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두 프로세서 모두 스팀덱의 것보다 더 많은 코어 수와 더 빠른 클럭 속도를 갖췄으며, 아키텍처 역시 더 진보된 ZEN 4를 적용했다.
ROG 앨라이는 주요 게임을 본체에 탑재된 풀HD급(1080P) 화면에서 원활히 구동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HD급(800P) 게이밍을 강조하는 스팀덱보다 우월한 게임 구동능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화면 주사율 역시 최대 120Hz를 지원해 60Hz 화면을 탑재한 스팀덱 보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11(Home 버전)을 기본 탑재한다. 덕분에 스팀 OS를 탑재한 스팀덱보다 훨씬 우수한 게임 호환성을 기대할 수 있다. 스팀 외에도 에픽 게임즈, GOG, 배틀넷, 엑스박스 게임패스 등, 사실상 PC용으로 서비스되는 대부분의 게임 플랫폼을 구동할 수 있을 것이다.
ROG 앨라이가 성능은 물론, 화면 품질, 호환성까지 스팀덱 대비 우위에 있는 것은 확실한데, 그렇다면 가격은 어떨까? 11일 에이수스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해외 시장 기준, 라이젠 Z1 익스트림 프로세서와 512GB SSD를 갖춘 고급형 모델이 699달러, 라이젠 Z1 프로세서와 256GB SSD를 갖춘 기본형 모델이 599 달러에 출시될 예정이다(한국 출시 가격은 미정). 프로세서와 저장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사양(7인치 풀HD화면, 16GB 시스템 메모리, 40Wh 배터리 등)은 기본형과 고급형 모델이 동일하다.
스팀덱 512GB 모델이 649달러, 256GB 모델이 529달러인 점, 그리고 ROG 앨라이에 윈도11 운영체제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ROG 앨라이의 ‘가성비’는 스팀덱보다 오히려 높다. 그리고 제품 무게 역시 스팀덱(669g)보다 가벼운 608g인 점도 눈에 띈다.
참고로 ROG 앨라이 외에도 ‘아야네오(Aya Neo)’나 ‘원엑스플레이어(One XPlayer)’를 비롯한 다양한 PC 기반 게임기가 출시된 바 있다. 이들 역시 대부분 풀HD급 화면에 스팀덱보다 더 큰 저장공간이나 더 빠른 프로세서, 그리고 윈도 운영체제를 탑재해 ‘스팀덱 저격수’로 지목되곤 했다. 하지만 가격이 1,000달러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인 제품이 많아 한국 시장에선 100~200만원 사이의 비싼 가격에 팔리곤 했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번에 발표된 에이수스 ROG 앨라이의 구성 및 가격은 ‘진정한 스팀덱 저격수’라고 할 만한 수준이다. 그만큼 에이수스가 이 제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다. 성능이나 가격 외에 배터리 지속 시간이나 안정성 등은 실제 제품이 출시된 후에 검증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고, 스팀덱의 64GB 모델 같은 전략형 염가 모델이 없는 점은 다소 신경 쓰이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만으로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다.
참고로 에이수스 ROG 앨라이는 글로벌 시장 기준, 라이젠 Z1 익스트림 프로세서를 탑재한 고급형 모델부터 6월 13일 출시 예정이며, 라이젠 Z1 프로세서를 탑재한 기본형 모델은 올해 3분기 중 출시된다. 한국시장에도 ROG 앨라이의 고급형 모델이 출시되며, 5월 29일부터 사전 예약 판매를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정확한 한국 출시 가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며, 기본형 모델까지 국내에 출시될 지의 여부도 아직 미정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