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 허용해야 생존 가능하다”… 불안에 떠는 비대면진료 업계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의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6월부터 ‘심각(RED)’에서 ‘경계(Orange)’로 하향된다. 비대면 진료의 한시적 허용도 이에 맞춰 종료된다. 정부는 시범사업으로 비대면 진료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재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산업계는 초진도 허용돼야 한다고 반발한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비대면 진료는 의사로부터 원격 진료를 받는 서비스다. 원래 불가능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후 국내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 단계에 접어들자 한시 허용됐다. 대면 진료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조치였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6월 1일을 기점으로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하면서 비대면 진료가 다시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들이 발의됐지만, 진료 대상의 범위와 수가 문제 등으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우선 시범사업 형태로 공백 없이 비대면 진료를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진료 대상 환자 범위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 관계기관 의견, 여야 등을 거쳐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다만, 당장 6월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되는데도 명확한 방향이 나오지 않아 산업계의 우려가 크다. 이들의 사업에 드리워진 불확실성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재진 중심의 방침을 세웠으나, 일부 질병에 한해 초진을 허용하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장애인이나 의료기관이 없는 도서산간지역 등의 주민에게도 초진이 허용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의료계와 산업계는 진료 대상의 범위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의료계는 재진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산업계는 초진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한다.

의료계는 ‘환자의 안전’을 이유로 들며 초진 허용을 반대한다. 비대면 진료는 의사가 제한된 정보로만 환자를 진단해서, 오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진(눈으로 봄), 청진(귀로 들음), 촉진(환부를 만짐), 문진(병력을 물어봄) 중 시진과 문진만 가능해서다. 게다가 첨단 의료 기기와 의료 기술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그리고, 의사 소통이 서툰 소아과 환자는 대면 진단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산업계는 초진을 허용해야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산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서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거나, 무서워하는 초진 환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여성들은 신체를 의사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산부인과에 가지 않는다. 비대면 진료라면 이런 환자들도 부담 없이 의사와 상담하고, 진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또한, 산업계 관계자들은 “최근엔 IT 기술을 통해서 비대면 진료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모션랩스의 비대면 산부인과 진료 플랫폼 닥터벨라가 대표 사례다. 이용자들은 닥터벨라 앱에 월경주기 같은 신체 데이터를 입력한다. 의사들이 이 데이터를 참고해 환자 건강 상태를 자세하게 진단할 수 있다.

닥터벨라의 원격진료 서비스, 출처=닥터벨라 홈페이지
닥터벨라의 원격진료 서비스, 출처=닥터벨라 홈페이지

라이프시맨틱스의 ‘닥터콜’은 여러 진단기기를 비대면 진료에 활용한다. 라이프시맨틱스, 오므론, 아이센스 등의 기기로 잰 환자의 혈압, 체온, 심박수 등의 건강정보를 의사에게 전달한다. 라이프시맨틱스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의 한계로 꼽히는 ‘정확도’ 문제를 IT기술로 보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닥터콜 서비스, 출처=라이프시맨틱스
닥터콜 서비스, 출처=라이프시맨틱스

다만, 아직 비대면 진료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데이터가 부족한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을 크게 우려한다. 대면 진료보다 의료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데다, 책임 소재를 따지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비대면 진료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지난 3년간 약 1400만 명이 비대면으로 편리하게 진료를 봤다.”면서 “지난 3년간 부작용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안전성도 입증됐다.”고 반박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작년 9월 비대면 진료 이용자 17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62.3%가 “비대면 진료에 대해 만족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문조사가 비대면 진료의 효율성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산업계 관계자들은 ‘제 2의 타다’ 사태를 피하려면,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제 막 태동한 산업인 만큼 처음부터 강한 규제를 거는 대신, 차근차근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비대면 진료의 99%가 초진이었다. 재진만 허용하면 업계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많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초진 금지를 우려하며 피벗(사업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경쟁력을 위해서, 정부가 시범사업에서 대상 범위를 유연하게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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