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라운지 글랩스튜디오 ‘스튜디오 시공 고객 위한 데모 스튜디오’
[IT동아 한만혁 기자] 우리가 듣는 음악은 크게 녹음, 편집, 믹싱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이들 작업은 주로 음향 전문 스튜디오에서 이뤄진다. 음향 스튜디오란 음악 엔지니어가 사용하는 프로 오디오 장비를 갖추고, 주변 소음이나 진동을 완전히 차단한 곳을 말한다.
스튜디오의 장비, 인테리어, 공간 구성 등은 작업 결과물에 영향을 미친다. 좋은 장비와 쾌적한 환경을 갖춘 곳에서는 오롯이 음악 작업에만 집중하고, 원하는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스튜디오를 찾기는 쉽지 않다.
기어라운지가 운영하는 '글랩스튜디오(GLAB Studio)'는 음악 작업에 최적화한 고급 장비와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공간 구조를 갖추고 있다. 기어라운지는 스튜디오 시공 의뢰 고객을 대상으로 장비와 자재, 공간을 미리 체험하는 데모 스튜디오로 활용하기도 한다.
기어라운지가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유
기어라운지는 프로 오디오 기기와 하이파이 제품을 유통하는 음향 장비 전문 기업이다. UA(Universal Audio), SSL(Solid State Logic), 무그뮤직, 암피온 엔조이, HEDD 등 60개 이상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국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단순히 유통만 하는 건 아니다. 프로 오디오 장비를 직접 만져보고 사용할 수 있는 쇼룸을 운영하고, 자사 유통 제품을 기반으로 스튜디오 시공도 한다. 지난 2020년 1월에는 음향 스튜디오 글랩스튜디오도 열었다.
기어라운지가 스튜디오를 만든 건 스튜디오 시공 의뢰 고객을 위해서다. 사실 스튜디오 장비와 자재, 공간 구조 등을 선택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가격이 비싼 데다 성능을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양이나 기능으로 대략적인 성능을 가늠할 수는 있지만 실제 성능은 스튜디오 시공이 끝나야만 체감할 수 있다.
기어라운지 이정화 대표는 “더 좋은 장비나 새로운 장비를 추천해도 실제 효과를 확신할 수 없어 도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이것이 고객이 다양한 장비와 자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데모 스튜디오를 구축하기로 결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어라운지는 스튜디오를 구축할 때 작업자의 환경이나 이동 동선을 고려해 장비 배치, 음향 자재, 인테리어, 내부 구조 등을 최적의 상태로 설계했다. 덕분에 유명 스튜디오 못지않은 시스템과 쾌적한 작업 환경을 갖춘 글랩스튜디오가 완성됐다.
스튜디오가 완공되자 관리와 유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관리자가 없으니 스튜디오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어려웠다. 고객이 없을 때 고가 장비와 적지 않은 공간을 그냥 두는 것도 아쉬웠다. 결국 음향 스튜디오 역할을 병행하기로 했다. 지금의 글랩스튜디오는 평소에 음악 작업을 하고, 스튜디오 시공 의뢰 고객이 있을 때는 데모 스튜디오 역할을 한다.
이 대표는 “내가 해보지 않은 것을 남에게 권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글랩스튜디오에 먼저 도입하고, 고객이 체험하도록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스튜디오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보완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글랩스튜디오가 고객이 직접 체험하는 실험적이고 선구적인 스튜디오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급 라인업 장비로 구성한 글랩스튜디오
글랩스튜디오는 2개의 스튜디오(스튜디오 A, B)와 녹음실로 구성된다. 스튜디오는 녹음부터 편집, 믹싱까지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다. 면적만 보면 스튜디오 A가 더 크다. 세팅한 장비도 다르다. 특정 스튜디오가 더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스튜디오마다 특정 작업에 최적화했을 뿐. 스튜디오 A는 믹싱 작업, 스튜디오 B는 녹음, 편집 작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스튜디오 A는 검은색을 테마로 잡았다. 벽부터 장비까지, 모든 인테리어가 검은색을 기본으로 두고 흰색과 은색,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여기에는 암피온, SSL, HEDD, 오스트리안오디오, 벌오디오 등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적용했다.
스튜디오 B의 테마는 흰색이다. 흰색 배경에 포인트 색상은 검은색이다. 스튜디오 A와의 대비 덕에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SSL, HEDD, 헤리티지오디오, UA 등의 장비를 사용했다.
전반적인 구성은 여느 스튜디오와 다르지 않다. 앞에는 작업자를 위한 공간, 뒷부분은 클라이언트 자리다. 스튜디오 A의 경우 클라이언트 자리에 신시사이저를 두었다. 수정사항이 있을 때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음을 눌러가며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는 배려다.
녹음실은 크기에 따라 용도가 나뉜다. 큰 방에선 드럼처럼 큰 악기를 사용한다. 작은 방에선 보컬이나 작은 악기를 녹음할 때 사용한다. 녹음실은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다. 참고로 스튜디오와 녹음실의 방음판은 아트노비온 제품으로 채웠다.
돌비 애트모스 녹음과 믹싱까지 가능
글랩스튜디오의 특징은 장비다. 기어라운지가 유통하는 유명 브랜드의 고급 라인업만 모았다. 글랩스튜디오를 총괄하고 있는 신봉원 실장은 “장비 수급이 용이하다는 수입사의 장점과 이 대표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 덕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돌비 애트모스 녹음과 믹싱도 가능하다. 돌비 애트모스는 돌비가 개발한 3D 입체 서라운드 사운드다. 입체적으로 구현한 소리가 청음자가 있는 모든 공간을 채워 기존 서라운드 사운드보다 한층 현실감을 더한다. 현재 애플 뮤직, 멜론, 바이브 등을 통해 돌비 애트모스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글랩스튜디오는 지난 2022년 4월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피커 위치 및 수, 스튜디오 규모 등 돌비가 제시하는 기준을 충족한 덕에 돌비 애트모스 인증까지 받았다. 돌비 글로벌 홈페이지에서도 글랩스튜디오 이름을 볼 수 있다.
스튜디오 A는 9.1.4, 스튜디오 B는 7.1.4 시스템을 적용했다. 가장 앞에 나오는 숫자는 스테레오 스피커, 가운데는 우퍼, 마지막은 천정 스피커 수를 의미한다. 천장이나 뒤쪽 스피커 경우 등급이 낮은 제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비용 탓이다. 하지만 글랩스튜디오는 모든 스피커를 동급으로 맞췄다. 덕분에 현실감과 공간감을 한층 세밀하게 표현한다.
사실 지금 상황만 보면 굳이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까지 갖출 필요는 없다. 음악 분야에서는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한다 해도 처음부터 돌비 애트모스를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 게 아니라, 스테레오 사운드를 만든 후 추가로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다.
기어라운지가 돌비 애트모스를 도입한 이유는 시장 트렌드를 예측하고 빠르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신 실장은 “북미 시장은 돌비 애트모스에 상당히 호의적이고, 돌비, 애플 등 다양한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조만간 돌비 애트모스가 활성화될 시기가 올 것으로 보는데, 그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대표도 긍정적이었다고.
참고로 신봉원 실장은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믹싱 엔지니어로 활동하다 글랩스튜디오에 합류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트렌드는 물론 케이팝만의 특수성인 디테일을 잘 살리기로 유명하다. 프로듀서나 제작사의 요구를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실력도 갖추고 있다. 덕분에 아이돌 음악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뉴진스, 아이브, 트와이스, 오마이걸 등의 앨범에서 그의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고객의 체험을 중시하는 기어라운지
기어라운지는 다양한 프로 오디오 장비를 수입하는 곳이다. 하지만 다른 수입사와 달리 고객의 체험에 가치를 두고 있다. 단순히 자사 유통 제품을 자랑하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고객이 직접 체험할 기회까지 제공한다.
개인 고객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프로 오디오 장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쇼룸을 운영하고, 스튜디오 시공 의뢰 고객에게는 장비와 소재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글랩스튜디오를 보여준다.
효과는 분명하다. 기어라운지가 유통하는 아트노비온 방음재의 경우 높은 비용 때문에 망설이던 고객이 많았지만, 글랩스튜디오에 시공된 것을 체험해 보고 도입을 결정한 곳이 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루이스튜디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어라운지가 제공하는 경험은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나 브랜드 충성도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어라운지가 17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음악 제작자와 애호가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과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