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가격표도 부적절"…지포스 RTX 4070에 냉담한 시장 반응
[IT동아 권택경 기자]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4070이 높아진 가격에 비해 애매한 성능 개선 폭으로 소비자들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혹평이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엔비디아가 과잉 재고를 막기 위해 칩세트 공급을 일시 중단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지포스 RTX 4070은 지난 13일 공식 출시된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 40 시리즈의 메인스트림급 제품이다. 메인스트림급 제품은 적절한 가격과 성능을 제공하는 가장 대중적인 제품을 의미한다. 현재 출시된 RTX 40 시리즈 제품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자 및 PC 하드웨어 커뮤니티에서는 대체로 RTX 4070에 부정적인 반응이 주류를 이루는 분위기다. RTX 4070이 전 세대 동급 제품들보다 가격을 올렸음에도 아쉬운 성능 개선 폭을 보여준다는 이유다. RTX 2070, RTX 3070은 제조사 권장 가격이 499달러였지만, RTX 4070은 599달러로 책정됐다.
실제로 이전 세대 제품인 RTX 3070이나 RTX 2070은 각각 전 세대 상위 제품인 RTX 2080이나 GTX 1080을 웃도는 성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RTX 4070은 전 세대 상위 제품군인 RTX 3080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성능 수준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사양으로도 이전 세대 제품들과 비교해 나아진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퇴보한 것으로 볼만한 부분도 있다. 메모리 용량은 전 세대 8GB에서 12GB로 늘었지만 메모리 버스는 256비트가 아닌 192비트로 줄었다. 메모리 버스는 GPU와 메모리 사이 통로의 너비를 의미한다. 메모리 버스가 낮으면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병목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RTX 4070 그 자체가 나쁜 제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1440p 해상도 환경에서는 부족함이 없는 성능을 지니고 있는 데다, 소비 전력 대비 성능도 대폭 개선했다. 또한 엔비디아의 최신 업스케일링 기술인 DLSS 3.0을 지원하기 때문에 해당 기능을 지원하는 게임에서의 성능 개선 폭은 더 높아진다. 앞으로 DLSS 3.0 지원 게임이 늘어날수록 활용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 IT 매체 아스테크니카는 물량 부족과 치솟은 가격으로 지포스 RTX 30 시리즈를 건너뛴 소비자들에겐 이상적인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전 세대보다 가격이 올랐음에도 전반적으로 70급 제품에서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성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RTX 4060으로 내놓았어야 할 제품에 RTX 4070란 이름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부적절한 제품 네이밍(이름짓기)과 가격 정책이 제품에 대한 평가 절하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부정적 평가는 판매 부진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 IT 매체 이고르랩은 엔비디아가 “유통망과 생산 현장에 너무 많은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제조사들 불만에 RTX 4070 칩세트 공급을 몇 주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지난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매체는 최근 경제 상황으로 인해 소비자 성향이 더 저렴한 제품을 찾거나, 가격에 상관 없이 최상급 제품을 고르는 방향으로 양극화된 것을 RTX 4070 판매 부진 원인으로 추측했다. 매체는 비슷한 이유로 RTX 4080 또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으며, RTX 4070과 마찬가지로 공급 중단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엔비디아가 부적절한 네이밍과 가격 정책으로 제품에 대한 논란을 자초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 RTX 40 시리즈가 처음 공개됐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 4080을 16GB, 12GB 두 모델로 나눠 출시한다고 밝혔는데, 12GB는 사실상 한 단계 아랫급 칩세트를 탑재해 '이름만 4080'이라는 비판에 휩싸였었다. 결국 엔비디아는 비판을 수용하고 해당 제품을 4080이 아닌 RTX 4070 Ti로 명칭을 변경해 출시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