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클라우드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 AR 기술로 가능합니다” [스타트업-ing]
[IT동아 권택경 기자] 스마트폰 하나만 있어도 온갖 정보나 서비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반대로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게 익숙지 않다면 무얼 하든 어려움을 겪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처럼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디지털 원어민과 고령자 사이의 정보 불균형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른바 디지털 정보 격차다.
디지털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기기와 상호작용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를 조작하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나 제스처 동작으로 조작하는 식이다. 디지털 시대에 나고 자란 이들에게는 숨 쉬고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고령층에게는 그렇지 않다. 고령층들이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XR(확장현실) 분야 스타트업인 하이퍼클라우드는 디지털 정보 격차를 해소할 해법 중 하나로 증강현실(AR) 기술을 제시한다. 확장현실 기술 중 하나인 증강현실은 실제 환경에 가상 정보를 덧씌운다. 증강현실은 인간이 날 때부터 체화하고 있고, 자연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인 ‘본다’는 행위 그 자체를 디지털 시대의 상호작용법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AR을 활용한 내비게이션 앱은 복잡한 지도 화면 대신 이용자가 보고 있는 실제 환경에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화살표나 경로 안내선을 직관적으로 표시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하이퍼클라우드는 SPC 그룹 섹타나인, 에트리(ETRI) 홀딩스, 이녹스, 서울경제진흥원(SBA), 한국벤처투자, KSP 파트너스 등으로부터 누적 15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해 8월에는 SK텔레콤의 스타트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인 ‘트루 이노베이션’에도 선정됐다. SKT는 현재 AR 콘텐츠 솔루션 구현에 필요한 차세대 분산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인 5G MEC 분야에서 기술 지원을 제공하며 하이퍼클라우드를 돕고 있다.
하이퍼클라우드는 이러한 AR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하는 기업과 이용자를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하이퍼클라우드의 클라우드 기반 AR 콘텐츠 솔루션은 기존 앱이나 서비스에 플러그인 형태로 XR 콘텐츠를 추가할 수 있게 해준다. AR 콘텐츠나 관련 기능을 추가하고 싶어도 인력이나 기술, 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도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 AR 콘텐츠를 손쉽게 연동할 수 있다는 게 하이퍼클라우드의 설명이다.
하이퍼클라우드의 솔루션은 특히 도시를 거니는 보행자의 경험에 디지털 혁신을 가져다주는 ‘보행자 특화 AR 콘텐츠’에 특화되어 있다. 길을 걷다가 정보를 얻거나 장소를 찾고, 쇼핑을 하는 등의 일련의 경험을 AR 콘텐츠 안에 통합하는 것이다.
하이퍼클라우드의 솔루션이 적용된 대표 사례는 수원시에서 제작한 스마트 관광 앱인 ‘터치수원’ 앱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스마트관광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된 터치수원은 관광객들에게 관광 정보 안내는 물론 다양한 AR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앱에서 명소, 맛집 등 장소 정보를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앱 내에 바로 음식점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하는 기능까지 제공한다. 이와 함께 고증으로 재현한 유적지의 과거 모습을 AR로 확인하거나, 미개방 유적지를 체험하는 일도 가능하다.
수원시에 앞서 스마트 관광 앱을 내놓았던 인천시의 ‘인천e지’가 AR 콘텐츠를 별도의 앱으로 구현한 것과 달리, 터치수원은 하나의 앱 안에서 모든 기능을 제공한다는 게 차별점이다. 이처럼 앱 하나로 AR 콘텐츠를 비롯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었던 데는 플러그인 형태로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한 하이퍼클라우드의 솔루션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하이퍼클라우드는 수원시 외에도 경주시, 강남시 등에도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지자체의 관광 플랫폼뿐만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 용도로도 하이퍼클라우드의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다. 하이퍼클라우드는 지난해 SPC 그룹 섹타나인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아 AR 콘텐츠를 활용해 고객의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서비스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매장을 비춰 할인 행사 정보를 확인하거나, 보상을 받는 등의 체험이 가능할 전망이다. QR 코드로 단순히 웹페이지 링크만 제공하는 방식보다 훨씬 몰입감 있는 경험이 가능할 뿐 아니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5미터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도 인식될 정도로 인식 범위도 넓다.
하이퍼클라우드 박경규 대표는 AR 기술이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는 물론 인간의 의사결정 능력이나 지적 능력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박 대표는 “AR로 지나가던 버스를 바라보면 버스 노선을 알려주거나, 매장을 바라보면 무엇을 파는지 알려주고, 외국어가 들려오면 즉시 번역해 한국어 자막을 띄어주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AR의 잠재력을 100% 끌어내기엔 모바일 환경은 다소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하이퍼클라우드는 현재 AR 콘텐츠를 안경 형태의 AR 전용 기기, 즉 AR 글라스에 구현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하이퍼클라우드는 지난해 11월부터 미국의 AR 글라스 기업 디지렌즈(DIGILENS)와 업무협약을 맺고, 현재 출시 준비 중인 AR 글라스인 아르고(ARGO)를 미리 제공받아 하이퍼클라우드의 AR 콘텐츠를 구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디지렌즈는 삼성전자로부터 5000만 달러(약 666억 원) 투자를 받은 바 있는 차세대 유니콘 기업이다.
AR 글라스로 AR 콘텐츠를 구현하면 양손이 자유로운 채 음성으로 기기를 제어하는 등 훨씬 더 매끄러운 경험이 가능해진다. 걷고, 말하고, 듣는 행위가 그대로 디지털 세상과 상호 작용하는 방법이 되는 셈이다. 디지털 정보 격차라는 과제를 AR로 풀기 위해 AR 콘텐츠가 AR 글라스 환경을 기반으로 구현될 필요가 있는 이유다. 하이퍼클라우드는 스마트관광도시 및 기업 파트너들과 함께 지금까지 모바일 환경으로 구현한 AR 콘텐츠들을 글라스 기반으로 전환해 사용성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퍼클라우드 박경규 대표는 “차세대 AR 글라스 출시로 AR 시장이 대중화되면 200조 규모 시장을 쟁탈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보행자 특화 AR 콘텐츠 분야에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례와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하이퍼클라우드는 AR 콘텐츠 분야에 뛰어들려는 기업과 기관들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인류 절반 이상이 매일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한다. 하이퍼클라우드는 고개를 숙인 채 모바일을 사용하는 환경이 아닌, AR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고개를 든 채 바라보는 사물부터 공간을 인식하여 원하는 정보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끊김 없이 연결된(Seamless) 증강 도시(Augmented City)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