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핀치그린 “고압 에어로포닉스·기능성 식물소재 전파”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허브, 인삼 등 기능성 식물은 사람의 몸에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 유효 성분을 품었다. 제약과 화장품, 건강식품 기업이 기능성 식물 속 유효 성분을 꾸준히 연구 개발하는 이유다. 이 가운데 애그테크(농업 기술) 스타트업 ‘핀치그린’은 독특한 아이디어를 냈다. 기능성 식물을 특수한 방식으로 재배해 유효 성분 함유량 자체를 높이는 것이다. 실행 방법으로 ‘고압식 에어로포닉스’라는 기술도 제시했다.
지금까지 스마트팜은 식물의 뿌리를 양액에 담가 기르는 수경 재배 기술이나, 식물의 뿌리에 양액을 분사해 기르는 에어로포닉스 기술을 주로 활용했다. 핀치그린이 고안한 고압식 에어로포닉스는 분사할 양액의 크기를 5미크론~50미크론(1미크론은 1/100만 미터)으로 미세하게 조절, 식물의 뿌리에 분사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기능성 식물과 유효 성분의 특성에 따라 양액을 알맞은 분량만, 적절한 간격으로 분사하는 독자 기술도 더했다. 미세한 양액 입자를 기능성 식물의 뿌리에 분사하면 늘 촉촉하게 유지된다. 이렇게 양액을 적당량만 공급하면 식물은 건조스트레스(식물이 너무 건조해 광합성, 성장 활동을 잘 하지 못하는 현상)를 제어, 2차 대사 물질인 유효 성분을 더 많이 만든다. 물론, 양액 적당량을 일정한 간격으로 분사하므로 뿌리에 물이 많이 맺히지도 않는다. 슬러지(잔여물)가 생길 우려도 적다.
핀치그린은 기능성 식물을 고압식 에어로포닉스로 재배하면 잘 자라고, 유효 성분도 더 많이 함유한다고 밝혔다. 이미 바질과 카모마일, 페퍼민트와 딜, 세이지 등 20여 종의 허브를 재배해 효능을 검증했다. 농식품 클러스터 연구원의 조사 결과, 핀치그린이 재배한 바질의 플라보노이드(항산화 건강 물질) 함유량은 일반 바질보다 80% 이상 많다. 물론, 핀치그린이 재배하는 허브는 모두 친환경 인증도 받았다.
핀치그린은 양동기, 김태균 공동 대표가 함께 이끈다. 양동기 대표는 독일 유학 당시, 허브를 사용한 음료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이 인기를 많이 모으는 것을 봤다. 당시 우리나라는 허브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불모지에 가까웠다. 그는 허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국제 허벌리스트를 포함해 관련 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했다. 그리고 전자 기술과 소프트웨어 연구 개발 경력을 살려 허브 재배 방법을 궁리하다가 스마트팜, 그 중에서도 효과가 좋은 에어로포닉스 기술을 찾아냈다.
양동기 대표는 에어로포닉스 기술이 기능성 작물의 재배 효율을 높인다는 것을 깨닫고, 직접 기술과 기기를 개발했다. 약 4년여 간의 연구 기간 끝에 그는 고압식 에어로포닉스 스마트팜 기술을 손에 넣었다. 이어 컨설팅 기업에서 일 하던 김태균 대표와 손을 잡는다. 4차산업혁명 기술 가운데 농산업을 주목하던 김태균 대표는 핀치그린의 사업화를 맡기로 한다.
양 대표와 핀치그린의 임직원들은 식물이 가진 가치를 믿는다. 그래서 늘 회사를 농업 회사가 아닌, 애그테크 기업이자 식물 자체에 관심을 갖고 가치를 알리는 기업으로 소개한다.
핀치그린은 고압식 에어로포닉스 기술과 기능성 식물 재배 지식을 활용, 허브를 재배해 국내 고급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과 케이터링 기업에 공급 중이다. 재구매율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핀치그린은 더욱 규모가 크고 미래가 유망한 시장을 바라본다. 기능성 식물로 만든 천연 원료 사업, 그리고 고압식 에어로포닉스 스마트팜의 보급 사업이다.
기능성 식물의 유효 성분은 쓰임새가 다양하다. 예를 들면, 타임 허브는 방부 성분을 가졌다. 이를 천연 식품 보존제로 활용 가능하다. 흑하랑 상추에 많이 담긴 락토신 성분은 잠을 잘 오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역시 천연 수면 유도제로 활용 가능하다. 로즈마리도 피부의 모세혈관을 자극해 탈모를 방지하는 유효 성분을 가졌다.
핀치그린은 이들 기능성 식물의 특징과 재배 방법, 나아가 이들이 유효 성분을 더 많이 갖도록 기르는 방법을 안다. 이 지식을 활용해 유효 성분을 많이 담은 식물성 원료를 생산하고, 이를 제약이나 식품 회사 등에 공급하려 한다. 기능성 식물의 가치와 유효 성분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리도록 이끄는 것이 핀치그린의 목표다.
그러려면 자연스레 고압식 에어로포닉스 스마트팜 전파를 전제로 해야 한다. 핀치그린 홀로 이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려워서다. 핀치그린은 자신의 기술을 다른 농가에 보급, 이들이 기능성 식물로 수익을 올리도록 이끄는 동시에 식물성 원료 시장 규모를 함께 키울 계획을 세웠다.
핀치그린은 고압식 에어로포닉스 스마트팜 설비 설치와 운용 조언, 양액 공급과 유지보수 등 모든 기술을 가졌다. 이 스마트팜을 SaaS(필요한 기능만 골라 사용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 혹은 구독 모델로 보급하는 방안도 궁리 중이다. 이는 기능성 식물 재배와 식물성 원료 생산, 가공과 공급까지 모든 주기를 마련하고 연결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목표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들이 꿈을 이루도록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돕는다. 농식품 벤처육성 지원사업으로 사업화를 도왔고, 동종 스타트업과의 연계와 네트워킹도 이끌었다. 개발 자금 지원과 언론 홍보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핀치그린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마치 한 식구처럼 도운 덕분에, 다양한 지원 사업에 참여해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이들 성과와 지원을 업고, 핀치그린은 도전 과제를 하나씩 해결한다. 먼저 대규모 농가와 계약 재배 농가에 고압식 에어로포닉스 스마트팜의 장점을 알리고 보급한다. 지금은 이 기술의 도입 비용이 비싸기에 여력이 있는 농가에 먼저 보급하는 것. 한편으로는 기기 모듈화, 사전 원격 점검 등 스마트팜의 구축과 유지보수 비용을 낮출 방법도 궁리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중소형 농가에 고압식 에어로포닉스 스마트팜을 보급하고,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기능성 식물을 기르도록 이끌 것이라는 계산도 마쳤다.
고압식 에어로포닉스 스마트팜의 적용 범위를 우리나라 곳곳의 기능성 특산 식물로 넓히는 목표도 세웠다. 유력한 것이 충남 금산의 인삼이다. 땅의 힘이 약해지고 기후가 바뀌면, 이들 기능성 특산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능성 특산 식물의 재배 지역이 바뀌면 고유의 개성도 희미해진다. 핀치그린은 고압식 에어로포닉스 스마트팜을 활용해 지력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면, 기능성 특산 식물을 원활하게 기른다고 강조한다. 거기에 유효 성분을 강화해 효능도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는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고압식 에어로포닉스 스마트팜 기술을 고도화하고 기능성 식물의 재배 지식을 쌓은 핀치그린은 2023년을 도약의 시기로 꼽는다. 직원을 채용하고 운영 시스템을 다듬어 규모를 키우고, 기능성 식물의 원료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식품과 화장품 기업으로의 B2B 원료 납품도 예상한다.
양동기 대표는 “허브를 포함한 기능성 식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알리고 이를 현실화하겠다. 유효 성분을 원료화해 여러 기업에 공급하고, 소비재 기업과 손을 잡고 2차 가공품 상품화도 시도한다. 기능성 식물을 가장 잘 기르는 고압식 에어로포닉스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