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흑백 사진만 찍는 ‘모노크롬’ 카메라, 무엇이 특별한가?
[IT동아 차주경 기자] 일본의 광학 기기 기업 리코이미징과 독일의 광학 명가 라이카가 나란히 ‘흑백 사진 촬영 전용 디지털 카메라’를 선보였다. 흑백 사진 촬영 전용 디지털 카메라는 일반 디지털 카메라를 개조해서 만드는데, 동작 원리와 기능이 사뭇 다르다.
디지털 카메라는 렌즈로 빛을 모아 이미지 센서로 전달하고, 그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 사진으로 저장한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에는 화소 겉에 R(Red)·G(Green)·B(Blue) 색상을 각각 전기 신호로 바꾸는 ‘컬러 필터’가 있다. 렌즈로 모은 빛을 컬러 필터에 투과하고 보간 처리(색상을 재현하는 절차)하면 컬러 사진이 된다.
반면, 흑백 사진 촬영 전용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에는 컬러 필터가 없다. 따라서 화소 하나하나가 빛을 명암으로, 빛의 온전한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덕분에 피사체의 선명도를 높이고, 빛의 명암도 더욱 부드럽고 정확하게 묘사한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에는 ‘로우패스 필터’가 있다. 화소가 RGB 색상을 보간 처리할 때, 간혹 화소 바로 옆 화소의 빛 간섭 때문에 색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빛 간섭이 피사체의 무늬와 무늬 사이에 왜곡된 무늬를 만들기도 한다. 이것을 막는 것이 로우패스 필터인데, 동작 특성상 사진의 선명도를 미세하게 줄인다.
흑백 사진 촬영 전용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에는 로우패스 필터가 없다. 색을 보간 처리하지 않으니 색상 표현이 잘못되는 경우가 없는 덕분이다. 자연스레 사진의 선명도를 높인다. 왜곡된 무늬가 찍힐 일도 없다.
색상을 보간 처리하는 절차가 없는 덕분에, 흑백 사진 촬영 전용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는 동작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사진 연속 촬영 속도와 저장 속도가 일반 디지털 카메라보다 빠르다. 빛의 명암만 다루기에 감도도 한결 손쉽게, 폭넓게 조절 가능하고 고감도 수치도 높다. 화이트밸런스(흰색을 정확하게 묘사하도록 설정, 사진의 색상을 조절하는 기능) 대신 색조 설정 기능을 지원하는 특징도 있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흑백 사진과 흑백 사진 촬영 전용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흑백 사진은 다르다. 후자가 훨씬 계조를 풍부하게 표현하고, 고감도 노이즈도 한결 자연스럽게 묘사한다. 빛을 섬세하게 묘사해 화이트홀(사진 속 빛이 풍부한 부분의 색 정보가 사라져 하얗게 찍히는 현상)도 줄인다. 이 장점은 동영상 촬영 시에도 나타난다.
위와 같은 특징과 장점 덕분에, 전문가 사이에서 흑백 사진 촬영 전용 디지털 카메라의 수요는 꾸준했다. 라이카는 이런 종류의 디지털 카메라에 ‘모노크롬’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한다. 2012년 M 모노크롬 이후 M 모노크롬 Typ246, M10 모노크롬과 Q2 모노크롬 등을 공개했다. 올 4월에는 최신 레인지파인더 디지털 카메라 라이카 M11의 모노크롬 제품도 선보였다.
리코이미징도 4월 흑백 사진 촬영 전용 디지털 카메라 펜탁스 K-3 III 모노크롬을 판매한다. DSLR 카메라 가운데 최초다. 앞서 중형 디지털 카메라 제조사 페이즈원도 1억 화소 흑백 사진 촬영 전용 중형 디지털 백(필름 카메라와 연결해 사용하는 디지털 카메라) IQ3 100MP 아크로매틱을 선보였다.
디지털 카메라 제조사는 흑백 사진 촬영 전용 제품의 겉모습, 로고를 바꾸고 특수 기능을 더해 고급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일반 디지털 카메라보다 가격이 10% 남짓 비싸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는 컬러와 흑백 사진을 모두 만들지만, 흑백 사진 촬영 전용 디지털 카메라는 컬러 사진을 만들지 못한다. 따라서 사진을 취미로 즐기는 일반 소비자에게는 권하기 어렵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