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시대 준비하는 블록체인 업계, 블록체인 밋업 콘퍼런스
[IT동아 한만혁 기자] 블록체인 업계 화두는 토큰증권(Security Token)이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과 토큰증권을 발행 및 유통하는 STO(Security Token Offering)를 허용한 것이 계기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에 대해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정부가 가상자산을 인정하고 긍정적인 규제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큰증권을 이용하면 부동산, 미술품, 저작권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디지털 증권으로 만들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산 범위가 늘어나고, 새로운 수익 모델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이에 각 업계는 토큰증권에 대한 연구를 가속화하고,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블록체인 밋업 콘퍼런스(BCMC)’를 개최했다. 토큰증권을 주제로 다양한 업계 전문가가 모여 토큰증권의 시사점과 대응 방안, 전망에 대한 견해를 나눴다. 이날 행사는 정부 기관 주도로 개최된 첫 토큰증권 콘퍼런스라는데 의의가 있다.
KISA 이원태 원장은 “토큰증권 동향과 쟁점 등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고 다가오는 토큰증권 사회를 미리 가늠하는 자리”라고 소개하며 “블록체인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사회를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토큰증권법, 아직은 미완성
BCMC에 연사로 나선 법무법인바른 한서희 변호사는 법률적 측면에서의 토큰증권을 설명했다. 그는 토큰증권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토큰 형태로 발행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현재 법에 규정되어 있는 증권은 발행 형태에 따라 ▲실물증권 ▲전자증권 ▲ 토큰증권 3가지로 나뉜다. 실물증권은 증권을 증서에 기재한 것이다. 비상장 회사의 경우 증권 전자등록 의무가 없기 때문에 실물증권을 발행한다. 전자증권은 증권을 디지털로 기재한 것이다. 상장회사는 전자증권을 의무적으로 발행하고 전자등록기관, 즉 한국예탁결제원이 관리하는 계좌관리부에 등록해야 한다. 그래야 법적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토큰증권은 증권을 분산원장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계좌관리부가 아닌 분산원장에 기록되어 있어도 권리를 인정한다. 물론 단순히 토큰증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권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분산원장에 권리자로 기록되어야 있어야 법적 효력을 인정한다.
단 아직 법률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토큰증권이 제도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분산원장의 법률적 근거를 위한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 분산원장 계좌관리 허용, 분산원장 계좌관리 기관 개설, 장외거래 중개업자 신설 등 보완이 필요하다. 한 변호사는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에 법안을 완성하고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실제 시행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고 법이 시행될 때까지는 기다릴 필요는 없다. 미러링 방식을 이용하면 된다. 미러링은 분산원장에 기록된 거래 이력을 전자등록기관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한 변호사는 “미러링은 이미 샌드박스를 통해 법적 효력을 인정받은 방식”이라며 “향후 분산원장 자체가 법적 효력을 갖게 되겠지만, 개정안 시행 전까지는 미러링을 통한 거래 이력 전송이 필요하다”이라고 설명했다. 샌드박스는 기업이 신산업이나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하는 제도다.
한 변호사는 “토큰증권은 매매체결, 장외거래중개업자 방식과 투자자 토큰 이전 방식 등 명확하게 정비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업계 관계자들의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STO 성공을 위한 4가지 요소
이날 행사에서 람다256 정의헌 실장은 STO를 준비하는 업계 반응을 전하고 STO 사업 성공을 위한 조언을 덧붙였다.
정 실장은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이 나온 이후 증권사, 자산보유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법을 찾고 있다”고 운을 뗐다. 증권사는 기회 요인과 위험 요인이 모두 존재한다고 본다. 신규 사업, 신상품으로 금융 혁신을 주도하고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은 기회 요인이지만, 발행 및 유통 분리, 거래 한도 제한, 기술 표준화 미비 등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실장은 “증권사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단기 계획, 플랫폼 구축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모두 준비하고 있다”며 “기술 기업은 물론 다양한 상품 확보를 위해 자산보유사와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 엔터테인먼트, 영화, 부동산, 귀금속 등 자산보유사 역시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산보유사는 토큰증권 발행과 자산 가치 상승을 위한 유동성 증대가 주요 관심사다. 이들은 세부 규제나 시장 분위기를 주시하며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정 실장의 설명이다.
이어 정 실장은 STO 사업 성공을 위해 4가지 요소를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4가지 요소는 기술, 파트너십, 상품, 유동성이다.
블록체인 산업은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를 빠르게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STO 역시 중장기 사업이기 때문에 기술 트렌드의 빠른 수용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 협업 가능한 전문 기술 회사와 제휴하는 것이 좋다. 정 실장은 전문 기술 회사를 고를 때는 기업 영속성, 기술력, 대용량 거래 신뢰성, 금융권 수준의 보안성 부분을 꼼꼼히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두 번째 요소는 경쟁력 있는 사업 파트너와의 제휴다. 토큰증권 사업은 혼자서 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에서도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고 있다. 이에 전문 기술 회사, 발행사, 유통사, 자산보유사, 신탁회사, 계좌관리 기관과 협업해야 한다. 토큰증권 발행사는 유통사, 계좌 관리 기관, 전문 기술 회사가 필요하고, 유통사는 자산보유사, 발행사, 전문 기술 회사가 필요하다.
또한 신규 증권 상품의 발굴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빠른 사업 전개를 위해 기존 조각투자사와 제휴하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게임, 영화,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상품을 발굴해야 한다. 유망한 자산 보유사와의 제휴가 STO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도 있다.
마지막 요소는 유동성이다. 전통 금융시장도 마찬가지지만 유동성은 토큰증권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발행사는 토큰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다양한 유통사를 찾아야 하고, 유통사는 다양한 발행사 상품을 유치해야 한다. 정 실장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기술 표준을 만들고 상호운용성, 호환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실장은 “아직은 시장 초기라 불확실성과 위험 요소가 있다”라며 “그만큼 많은 요소를 검토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큰증권 시장의 미래는 밝다
BCMC에 연사로 참가한 미래사회IT연구소 김덕진 소장은 토큰증권 시장의 전망과 활용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토큰증권 시장의 미래는 한 마디로 밝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BCG컨설팅이 국내 토큰증권 시장 규모를 추정한 결과 2024년 34조 원을시작으로 2030년에는 367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주식, 부동산 등 금융업 관련 시장이 7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참여가 이뤄지고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김 소장은 토큰증권 활용 분야로 부동산, 음악 저작권, 미술품 플랫폼, 스타트업 투자를 소개했다.
부동산은 토큰증권 설명과 함께 많이 거론되는 분야다. 단일 자산으로는 규모가 크고 투자자 관심도가 가장 높은 자산이다. 다른 자산보다 가치화가 수월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실물 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삼기에 배당 안정성과 환금성이 유리하다. 신축 부동산의 경우 가치 산정과 실물거래 시기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부동산 분야에는 카사, 루센트블록, 펀블록 등 이미 여러 스타트업이 참여하고 있다.
음악 저작권 플랫폼도 토큰증권에 유리한 분야다. 이미 음악 저작권은 조각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덕분에 투자자 접근성과 유동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뮤직카우, 핀고컴퍼니, 링거스튜디오가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뮤직카우는 12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미술품 거래 역시 조각투자로 주목 받고 있는 자산이다. 이미 관련 분야 스타트업은 토큰증권을 검토하고 있는 곳이 많다. 이들 스타트업은 지금까지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을 동시에 준비했다. 하지만 발행과 유통을 나눠야 한다는 정부 가이드에 따라 발행에 집중하고 유통 부분은 증권사와 협업하는 분위기다. 테사, 아트투게더, 아트앤가이드 등이 대표적인 미술품 거래 관련 스타트업이다.
김 소장은 스타트업 자산 유동화 영역도 강조했다. 토큰증권을 이용하면 법과 제도 테두리 안에서 조금 더 안전하게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 스타트업은 자금 걱정 없이 사업에 매진할 수 있고, 개인 투자자는 소액이라도 스타트업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김덕진 소장은 “토큰증권은 발전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며 “저작권, 수익 분배 등 신뢰성이 필요한 분야라면 토큰증권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