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스며든 블록체인 서비스
[IT동아 한만혁 기자] 지난 2008년 처음 대두된 블록체인.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일상을 바꿀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보안, 안정성, 신뢰성 부분에서 가치를 인정받으며, 국가와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벌써 블록체인이 도입된 서비스도 나왔다. 겉으로는 여느 서비스와 다르지 않지만 그 속에는 블록체인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도 있다.
날로 커지는 블록체인 가치
블록체인은 데이터 분산 저장 기술이다. 일정 기간 발생한 데이터를 암호화해 블록에 담고, 이를 하나의 중앙 서버가 아닌 네트워크에 연결된 수많은 서버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데이터 진위 여부는 각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비교해 검증한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 신뢰성이다. 데이터를 조작하려면,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서버 데이터를 동시에 바꿔야 한다. 일부 데이터가 사라지거나 바뀌어도, 다른 데이터를 확인하면 되니 데이터 위변조나 해킹, 디도스 공격이 어렵다. 물론 과반수 데이터를 동시에 바꾸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시스템 덕에 블록체인은 신뢰성, 보안, 안정성 측면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처음 블록체인 기술이 대두된 건 기존 금융 시스템 안정성, 수수료 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오는 2030년 블록체인 사업적 부가가치가 3조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정부는 물론이고 금융, 제조, 유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블록체인 도입이 진행 중이다. 다국적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1,000여 개 글로벌 기업 중 절반 이상이 블록체인을 전략적 우선순위 사업으로 꼽았다고 전했다. 시장조사기관 IDC 역시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가 2024년까지 연평균 46.4%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생활 속 블록체인
벌써 그 결과물이 나온 서비스도 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 중에도 있다. 백신 접종 증명 서비스 ‘쿠브(COOV)’, 모바일 운전면허증, 온라인 투표 시스템 ‘케이보팅(K-Voting)’이 대표적인 예다.
쿠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증명하는 서비스다. 앱 형태로 제공되며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쿠브 앱을 설치하고 백신 접종 증명서를 신청하면, 질병관리청이 서명한 증명서가 발급된다. 관련 데이터는 암호화를 거쳐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저장된다. 사용자가 식당, 공연장, 경기장 등에서 백신 접종 여부를 증명할 때는, QR코드를 제시하면 된다. 이를 통해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백신 접종 증명서는 위변조가 쉬운 종이 증명서 단점을 보완한다. QR코드만 보여주니 사용하기 편하고 세부 내용도 노출되지 않는다. 이름, 생년월일, 국적 등 개인정보는 쿠브에 기록되며 사용자가 공개 여부를 선택하고 관리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도 안전하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에도 블록체인이 들어갔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모바일 신분증으로 실물 운전면허증과 같은 법적 효력을 갖는다. 공공기관, 금융권 등에서 본인 확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을 요청하면, 도로교통공단은 본인 확인 후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한다. 관련 데이터는 암호화 후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서버에 저장된다. 역시 해킹이나 데이터 위변조 위험이 적다.
모바일 운전면허증도 개인정보는 사용자가 관리한다. 기존 운전면허증은 한 번 꺼내면 면허증 번호,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모든 정보가 노출된다. 반면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성인 여부,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필요한 정보만 골라 보여줄 수 있다. 사용 이력도 본인만 확인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투표 시스템 케이보팅은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블록체인을 적용했다.
유권자가 케이보팅을 통해 투표하면, 이를 암호화한 후 전자서명과 함께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 여러 서버에 저장한다. 개표 시에는 각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비교 검증한다.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권자 투표권 유무를 철저히 가리고 부정 투표자를 차단한다.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이용해 어디서든 편하게 투표할 수 있어 유권자 투표 독려에도 좋다. 종이를 이용하지 않으니 자원 낭비를 막고 비용도 절감한다. 투표 결과 또한 신뢰할 수 있다. 케이보팅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학교, 정당 등 선거관리위원회가 승인한 단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활용 가치는 무궁무진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금융, 물류, 제조 등 여러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만큼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리라 기대된다.
거래 플랫폼은 한층 다변화될 전망이다. 블록체인은 소유권 확인, 거래 내역 추적에 유용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거래가 어려웠던 부동산이나 고가 예술품, 명품, 술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 소유권 확인이나 양도 여부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 사기 등 범죄 예방에도 일조한다. 덕분에 보다 광범위한 아이템을 취급하는 거래 플랫폼을 기대할 수 있다.
물건을 구입할 때 생산이나 유통 정보까지 확인할 날도 멀지 않았다. 이미 원산지, 생산 시기, 유통기한, 이동 경로 등 전체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관리하는 기업도 있다. 아직은 산업 현장에 국한되어 있지만 조만간 일반인에게도 공개될 전망이다.
공공서비스에서도 블록체인 도입이 활발하다. 법무부는 블록체인으로 공증문서 작성 및 관리, 유통에 신뢰도를 높일 계획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블록체인 기반 드론 운항 안전 정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기존 서비스는 블록체인을 통해 신뢰성과 편의성을 더하고,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은 B2B 영역을 넘어 실생활 서비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다 다양한 곳에서 블록체인을 경험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