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테크 시대가 온다] 2. 마인드산업과 기술, 그 운명적 만남
[IT동아]
<연재순서>
지금 마인드테크가 뜨는 이유 - https://it.donga.com/103485/
마인드산업과 기술, 그 운명적 만남
명상테크, 스스로하는 마인드 케어
상담테크, 치유의 동반자
슬립테크, 마음의 휴식을 위해
마인드상태인식, 알수 없는 마음
마인드테크의 기술들
마인드테크,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
지난 글 '지금 마인드테크가 뜨는 이유'에서 마인드테크의 정의와 사례, 이들이 지금 뜨는 이유를 알아봤다. 이번에는 전통 마인드산업과 기술이 만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알아본다. 본질이라는 뿌리를 알면 줄기의 발전 방향도 예측할 수 있지 않겠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산후 우울증에 빠진 육아 여성들
"그토록 바라던 아기를 버리고 도망가고 싶었다."
산후 우울증에 빠졌던 여성의 말이다. 산후 우울증은 축복의 순간을 지옥으로 빠뜨린다.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로 오는 육아 스트레스와 정체성 혼란, 여기에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약간의 우울감이 더해지는 순간, 산후 우울증의 문이 열린다.
산후 우울증에 빠진 1,000명 중 20명 내외는 고위험군일 수도 있다. 동반 자살이나 영아 살해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이들 고위험군 산모는 특별히 관리돼야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잠 못 이루는 사람들
일요일 밤이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새벽까지 잠 못 이루기 일쑤다. 필자만 그럴까? 헬스케어 전문기업인 필립스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에 6명은 수면에 문제를 갖고 있다. 전 세계는 10명 중 5.5명이니 한국이 다소 높은 편이다.
한편 슬립파운데이션의 조사에 따르면, 불면증에 빠진 사람들의 10명 중 4명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 또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 75%는 잠을 못 이루며, ADHD 어린이 70%는 잠자는 데 문제를 느낀다. '잠은 피로한 마음의 가장 좋은 약'이라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저자)의 말이 떠오른다.
분노조절 장애를 가진 사람들
지인이 회의 도중에 누군가 던진 물병에 맞은 일이 있다. 그 누군가는 회사의 임원이었다. 회의 중에는 의례 의견충돌이 있을 수 있다. 그날 회의에서도 작은 의견 충돌이 있었다. 물병이 날아온 순간, 회의에 참여한 십여 명의 사람들은 순간 얼음이 됐다. 욕설이 섞인 고함소리가 났다. 일방적인 분풀이가 펼쳐졌다. 인간의 존엄이 위계에 의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분노조절 장애라고 해야 할까? 그 임원은 몇 번이나 비슷한 사건에 휘말렸다. 소송을 당하기도 하고 감사실에 불려 다니기도 했다. 회사가 제공한 상담 서비스를 받고 잠깐 좋아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제 버릇 누굴줄까. 그는 결국 회사를 떠나야 했다.
전 세계에 정신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BBC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우울증 환자가 10명 중 1명에서 5명 중 1명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79%는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인구 10만 명당 자살율은 26명을 넘는다.
2019년 기준 미국 국립정신건강학회(NIMH)의 조사에 따르면, 18세 이상 미국인 5천만 명이 정신 질환을 겪는다. 미국 성인 인구의 20%에 이른다. 물론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은 제외된 수치다. 더 많을 수도 있다.
한국 성인 20%가 정신 질환을 앓는다고 가정해보자. 약 1천만 명에 해당한다. 이들은 모두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을까? 긍정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우리 주변의 5명 중 1명은 도움이 필요하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도움을 구하기도 받기도 어려운 세상
하지만 정신 질환은 도움을 구하기도 어렵고 받기도 어렵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정신 질환은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가볍지만 빈번하게 나타나는 우울감, 불안, 두려움, 양극성 장애 등을 질환으로 인지하기는 어렵다.
둘째, 정신 질환이 의심되어 진단 혹은 치료 등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를 뿐 아니라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구 1만 명당 1명의 정신과 의사를 권장한다. 그러나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1명뿐이다.
셋째, 정신 질환 치료에 대한 심리적인 거부감 혹은 두려움이 있다. 정신 장애가 나약함의 표시라는 믿음, 사회적으로 ‘미친’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을 이가 있을까.
사회에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두려움이 내재한 상태에서는 결국, 스스로 사회적 고립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들은 더 심각한 문제에 빠져들기도, 또 만들어내기도 한다. 뉴스만 보더라도 쉽게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사회적 편견을 줄여 '미친'이라는 낙인과 차별을 없애야 한다. 개인이 정신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구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저 구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오랜 시간 동안 세대를 거듭하며 형성된 문화를 짧은 시간에 쉽게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5명 중 1명은 도움이 필요한데, 언제 문화를 바꾸겠나. 문화를 바꾸기 위한 노력과 함께 보다 쉬운 해결 방법도 있어야 한다.
더 쉬운 접근이 필요해
지금은 스마트폰, SNS 등으로 항상 연결된 '올웨이즈 온(Always On)'의 거대한 네트워크 사회지만, 정작 사람들의 삶에 필요한 친밀한 네트워크는 점점 옅어지고 있다. 나를 알아주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받는 이들도 있다.
“나 오늘 우울해.”
이 말에 따뜻하게 답해줄 한 사람이 있다면 삶은 희망적이다. 그러나 그 단 한 사람이 내 주위에 없을 수도 있다. 또, 있더라도 연락이 안 되기도 한다. 항상 연결되어 있지만, 바로바로 응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모두 지나치게 바쁘다.
“이런 오늘 기분이 우울하구나~”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이 말 한마디를 내 손안의 챗봇이 해줄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만들어진 챗봇 서비스들이 있다. X2AI가 개발한 '테스(Tess)', 워봇랩스의 'Weobot'이 대표적이다. 테스는 정신건강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공감하는 기능이 있다.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수행한 앱 사용자 테스트에서 이 앱을 사용한 학생의 우울증은 13%, 불안은 18% 감소한 결과가 있었다.
챗봇은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거나 대응하는데 쉬운 접근 방법이다. 항상 연결된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연어 처리(NLP) 챗봇이면 가능한 일이다.
순간의 우울감, 불안감 등 얕은 감정 동요에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감정에 매몰된 사람들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는 걸 막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 질환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순간의 대응이 아니라 지속적인 개선 활동과 효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개선 활동을 도울 수 있는 마인드테크 기술이 있다. 내면의 성장을 추구하는 명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상 앱, 내담자와 상담자를 연결하는 심리상담 플랫폼, 편안한 잠을 돕는 수면테크 제품과 서비스 등이다. 명상 앱은 심리적인 안정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사용자의 개선 활동을 추적 관리한다. 명상 코치를 연결하거나 그룹을 만들어서 함께 명상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면테크 제품과 서비스는 좀더 쉽고 깊게 수면에 들어가게 도우며 수면 상태를 추적 관리한다. 전통적으로 수면에 사용한 침구류, 침대, 베개 등에 IT 기술을 접목한 제품도 있으며, 모바일 기술을 적용한 앱도 있다. 자연의 소리 등 주파수가 일정한 대역의 사운드를 송출하는 백색소음기도 슬립테크 제품 중의 하나다.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를 위한 기술과 서비스도 있다. 뉴로피드백은 두피에 전극을 배치하여, 뇌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한다. 사용자는 컴퓨터 디스플레이나 게임을 통해 이 정보를 볼 수 있다. 개인은 시각화 기법 혹은 휴식 등을 통해서 뇌 활동을 제어하고, 인지 기능 및 감정 조절을 향상키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또한 뉴로피드백은 주의력 결핍/과잉 행동 장애(ADHD), 불안, 우울증 및 외상성 뇌 손상을 포함한 다양한 상태를 치료하는 데도 사용된다. 가상현실(VR) 치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상현실 치료는 안전한 곳에서 높은 곳이나 비행과 같이 불안과 두려움을 유발하는 자극에 개인을 노출시킨다. 가상현실에서 자극의 강도를 높여가며 개인이 공포와 불안을 극복하도록 도울 수 있다. 가상현실 치료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불안 장애 및 물질 사용 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정신 건강 상태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가상현실 치료는 개인을 현실 세계의 자극에 점진적으로 노출시키는 기존의 노출 치료보다 유연하고 접근하기 쉬울 뿐 아니라 증상 개선 효과도 있다.
마인드산업에 영향을 미친 기술
마인드산업에 영향을 미친 많은 기술이 있다. 모바일앱 기술과 BCI(Brain Computer Interface)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모바일 앱은 사용자 측면에서 접근성과 사용성을 제공한 기술이다.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앱에 쉽게 접근하여 사용할 수 있다. 손 안의 컴퓨터에서 서비스되는 모바일 앱은 이런 특성 때문에 사용자의 상태를 인지하는 데도 유리하다. 이들은 모두 데이터다. 데이터는 인공지능에 의해 분석되고, 맞춤형 가이드 혹은 치료를 제공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알고리즘과 기계 학습을 사용하여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한다. 마인드 테크에서 인공지능은 뇌 신호의 패턴을 분석하고, 정신 건강 상태 또는 인지 장애를 식별하고, 개인화된 치료에 사용될 수 있다. 또한 뇌 신호를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번역할 수 있는 고급 BCI 기술을 개발하는데도 사용된다.
BCI 기술은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뇌 신호를 해석하고 행동이나 명령으로 변환한다. 물리적 입력 없이 장치 또는 인터페이스를 제어하는데 사용할 수 있으므로, 장애가 있는 사람이 의사소통 방식을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뇌 손상이나 신경 장애가 있는 개인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런 기술은 장애, 정신 건강 상태 및 인지 장애가 있는 개인을 위한 새로운 도구와 서비스의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뇌의 작용에 대한 연구와 탐구를 위한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마인드산업과 기술의 만남
세상이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 사회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있다. 수 십 만년 동안 동굴 속에 살던 인간은 불과 몇 십 년 만에 항상 연결된 사회 속에 살게 됐다. 그러나 관계의 친밀감은 낮아지고 오히려 외로움이 증가한다.
복잡한 세상에서 느끼는 고독감과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우울 등의 정신 문제가 깊은 질병이 되기도 한다. 일상적인 관리뿐 아니라 치료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감당할 만한 전문가는 부족하며, 충분하다 하더라도 항상 소외된 지역 혹은 세대가 있기 마련이다. 기술이 필요한 지점이다.
BCI,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영역에도 접근이 가능해졌다. 항상 사람과 연결되어 그들 가까이에 존재하는 모바일 폰과 앱이 있고, 인간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BCI와 인공지능이 있다. 수요가 넘치고 기술이 충분하다. 마인드산업과 기술의 운명적 만남이 이루어 질 수밖에 없다.
글 / 베러마인드 대표 최예신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열흘 간의 묵언명상을 통해 자유로운 삶에 관한 답을 얻고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명상 에세이 <방석위의 열흘>을 발간했으며, 현재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명상심리상담사와 감정코치,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