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에 담기엔 너무 큰 태풍’…애플페이 써보니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애플의 간편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지난 21일 드디어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됐다. 한때 ‘남북통일이 더 빠를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요원하게 느껴졌던 일이 실현된 만큼 애플 기기 이용자들 반응은 뜨겁다. 지원 단말기 보급률부터 교통카드 미지원 문제까지 한계도 또렷하고 해결해야 할 숙제도 산더미지만, 단순 ‘찻잔 속 태풍’ 취급하기엔 화제성부터가 남다르다. 사흘간 애플페이를 직접 사용해보며 애플페이 국내 출시의 의미를 곱씹어봤다.

출처=현대카드
출처=현대카드

버튼 빠르게 ‘따닥’하면… 결제 준비 끝

애플페이 이용을 위해서는 먼저 아이폰 지갑 앱이나 현대카드 앱에서 카드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안내에 따라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치고 나니, 등록이 완료됐다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카드 등록을 마친 후 편의점에서 결제를 시도했다. 아이폰 측면의 전원 버튼을 두 번 빠르게 누르면 결제 카드가 호출되는 동시에 얼굴 인증(페이스ID)이나 지문 인증(터치 인증)이 이뤄지며 바로 결제 준비 상태가 된다. 이때 아이폰을 결제 단말기 근처에 갖다 대면 바로 결제가 이뤄진다.

근거리 무선 통신(NFC) 기술을 활용하는 덕분에 단말기에 기기를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결제가 이뤄지며, 카드를 꼽거나 긁는 방식보다 간결하게 이용이 가능했다. 대부분 1~2초 이내에 결제가 이뤄질 정도로 인식 속도도 빨랐다.

결제 단말기 근처에 갖다 대면 결제가 이뤄진다. 출처=현대카드
결제 단말기 근처에 갖다 대면 결제가 이뤄진다. 출처=현대카드

단점이라고 하기엔 사소하지만 지갑 앱에 카드를 등록하고 나면 전원 버튼을 눌러 화면을 끄거나 잠그는 동작이 한 박자 정도 느려진다. 애플페이 단축키 입력 인식을 위해 약간의 입력 시간 여유를 두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애플페이를 처음 경험해보는 대다수 한국인에겐 어색한 변화다. 정 거슬린다면 ‘지갑 및 Apple Pay’ 항목에서 ‘측면 버튼 이중 클릭’ 기능을 꺼두면 되지만 그만큼 애플페이 이용이 좀 더 불편해지는 걸 감수해야 한다.

애플페이는 아이폰뿐만 아니라 애플워치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애플워치에서도 마찬가지로 측면 전원 버튼을 빠르게 두 번 눌러 바로 카드를 불러올 수 있다. 아이폰과 달리 생체 인증 없이 바로 결제 준비 상태가 되기 때문에 한결 더 간결한 결제 경험을 할 수 있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는 수고마저도 덜어준다.

애플워치에서도 단독으로 사용 가능하다. 출처=현대카드
애플워치에서도 단독으로 사용 가능하다. 출처=현대카드

다만 아이폰에서 카드를 등록했더라도 애플워치에는 별도 등록과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 맥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다른 애플 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결제에 필요한 정보를 온라인상에 저장하는 게 아니라 기기 내부의 보안 저장소에 기기마다 따로 담아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결제 내역도 기기마다 따로 관리되며, 환불 처리도 원래 결제에 사용했던 기기로만 할 수 있다. 아이폰으로 결제한 걸 애플워치로 취소하거나 애플워치로 결제한 걸 아이폰으로 취소할 수 없다.

NFC 보급률, 인지도, 출시 초기 혼란 넘어야

애플페이 도입 전부터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 게 단말기 보급률 문제다. 애플페이는 글로벌 결제 사업자들의 비접촉결제 표준 규격인 EMV 컨택리스(EMV Contactless)를 활용한다. 애플페이를 이용하려면 이를 지원하는 NFC 결제 단말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내 NFC 결제 단말기 보급률은 10%로 알려져 있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수가 약 300만 개로 알려져 있으니 NFC 결제 지원 가맹점은 30만 개쯤 된다. 이처럼 NFC 보급률이 낮으니 애플페이의 활용도나 영향력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애플페이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거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온 이유 중 하나다.

현실은 어떨까? 국내 NFC 결제 인프라는 대부분 프랜차이즈 카페, 음식점 등 대형 가맹점 위주로 구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만큼은 애플페이 사용에 문제가 없었다. 서울 시내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과 투썸플레이스, 메가커피 등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 모두 정상적으로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했다.

홈플러스 셀프 계산대에 마련된 애플페이 지원 NFC 결제 단말기
홈플러스 셀프 계산대에 마련된 애플페이 지원 NFC 결제 단말기

주요 편의점을 비롯한 일부 대형 가맹점들은 애플페이와 무관하게 일찌감치 NFC 결제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도입한 데다, 애플페이 도입을 앞두고 NFC 결제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구축한 곳도 많은 덕분이다.

다만 NFC 결제 인프라를 갖춘 대형 프랜차이즈라도 스타벅스처럼 정책상의 문제로 애플페이를 지원하지 않는 곳도 있다. 구청과 같은 일부 관공서에도 EMV 비접촉결제를 지원하는 NFC 결제 단말기가 비치되어 있었지만 애플페이는 지원하지 않았다. 실제 애플페이 활용이 가능한 가맹점 비율은 전체 NFC 결제 지원 가맹점 숫자보다도 밑돌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 출시 초기라 벌어지는 혼란상도 눈에 띈다. 출시 당일인 21일에는 이용자가 폭주하며 일부 등록 절차가 지연되면서 애플페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가 하면, 배달의 민족을 비롯한 일부 온라인 가맹점은 애플페이 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애플페이 가맹점으로 참여한 프랜차이즈라 하더라도 단말기 보급이 아직 끝나지 않아 매장에 따라 애플페이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또한 같은 매장 안에서도 무인 키오스크에서는 애플페이 결제가 불가능하고, 카운터에서만 가능한 사례도 있었다.

무인키오스크는 NFC 결제를 지원하지 않아 카운터에서만 애플페이가 가능하다고 안내하는 매장도 있었다
무인키오스크는 NFC 결제를 지원하지 않아 카운터에서만 애플페이가 가능하다고 안내하는 매장도 있었다

대형 가맹점조차도 아직 애플페이 지원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니, 애당초 NFC 결제 단말기를 찾아보기 힘든 개인 식당, 카페는 애플페이가 되는 곳이 거의 없다고 말해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애플페이 출시 소식이 별세계 얘기처럼 느껴질 정도다.

대형 가맹점과 영세 가맹점의 단말기 보급률 간극이 워낙 크다 보니, 개개인 체감하는 애플페이의 효용성도 거주 지역이나 소비 성향에 따라 크게 갈린다. 대도시에 거주하며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카페, 대형 마트, 배달 앱을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라면 애플페이 이용에 큰 불편함을 못 느끼겠지만 대형 가맹점을 찾기 어려운 중소도시 거주민이나 영세 업장을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라면 사실상 무용지물처럼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교통카드를 지원하지 않는 점은 대중교통 의존도가 높은 대도시 거주자들에게 특히 더 아쉬울 부분이다.

국내에서 애플페이는 아직은 지갑을 대체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면이 많다. 하지만 여러 이해 관계와 현실적 문제가 얽혀 꽉 막혔던 물꼬를 트고 국내 서비스를 실현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은 개인 SNS에서 “21일 오후 10시 기준 애플페이 토큰 발행이 100만 건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용자 폭주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점은 유감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애플페이의 화제성과 파급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러한 애플페이의 영향력을 확인한 다른 신용카드사, 교통카드 사업자, 가맹점들이 애플페이 생태계에 하나둘 동참하는 미래를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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