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팁스] 카본사우루스, "모든 기업이 탄소중립 동참하는 생태계 꿈꾼다"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2022년 9월,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KESIA)는 중기부 주관 민간주도형 예비창업 지원 프로그램 ‘시드팁스(Seed TIPS)’ 주관 기관으로 선정됐다. 2022년 처음 추진한 시드팁스는 전문성을 갖춘 민간 운영사가, 창업팀 구성부터 시드 투자 유치까지 창업팀의 초기 단계 성장을 책임지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표적인 민관 협력 창업 프로그램인 기존 팁스의 이전 단계 지원 프로그램으로 투자 유치 이력이 없는 예비창업자 또는 극 초기 창업 기업을 선발해 사업화 자금, 보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해 초기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시드팁스는 인포뱅크, 프라이머 시즌 5, 스파크랩, 앤틀러 등 4개 기관이 민간 운영사로 참여했다. 이에 IT동아가 이번 시드팁스에 참여, 선발된 스타트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카본사우루스 최현준 대표(좌)와 김승한 최고기술책임자(우). 출처=IT동아
카본사우루스 최현준 대표(좌)와 김승한 최고기술책임자(우). 출처=IT동아

최근 전 세계 기업들의 화두는 단연 ESG(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6월, 2024년부터 연 매출 4천만 유로를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ESG 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했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기후정보 공시 의무화에 나섰다. 특히 유럽연합은 올해 5월 기업 공급망에 대한 ESG까지 실사하는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어서 글로벌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카본사우루스의 솔루션이 빛을 발한다. 카본사우루스는 ‘탄소회계’를 토대로 기업의 탄소 배출 현황부터 대응 전략 수립까지 추진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카본사우루스 최현준 대표를 만나 탄소회계란 무엇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사업이 전개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에너지 사업 경험하며 기후변화 경험··· 해결 위해 창업’

카본사우루스 최현준 대표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을 전공하고, 액센추어와 두산그룹, 한화에너지 솔루션 등을 거친 엔지니어 출신 사업가다. 최 대표는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터빈 발전기 사업이나 태양광 사업, 에너지 저장 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ESS) 등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한 경험이 있으며, 전 세계 각국의 환경 기준, 제도 등에 대해서도 밝은 편이다. 탄소를 뜻하는 영단어 ‘카본’에 공룡을 의미하는 ‘사우루스’를 쓴 이유는 절체절명의 기후위기가 공룡이 멸종했던 시기와 비슷하고, 이를 이겨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최 대표가 탄소회계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IT동아
최 대표가 탄소회계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IT동아

최 대표에게 기업을 설립한 계기부터 사업 분야의 배경까지 포괄적인 설명을 부탁했다. 최 대표는 “카본사우루스의 설립 이력이 길지는 않지만, 사업 구상 자체는 에너지 분야 등에 종사하며 꾸준히 생각해 왔다. 특히 과거에 일하면서 다양한 기업들을 많이 만났지만 의외로 탄소중립 및 에너지 전환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기업이 적다는 걸 느꼈다. 다만 친환경 기업으로의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의지는 분명하고, 이를 플랫폼으로 구현해 돕는다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보고 회사를 설립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카본사우루스가 선보이는 솔루션이 바로 ‘탄소회계’다. 탄소회계란 재무회계처럼 탄소를 관리하고 집계하는 절차로, GHG프로토콜(온실가스 회계 처리 및 보고 기준)에서 정의된 스코프(Scope, 유효 범위) 1, 2, 3을 기준으로 탄소 배출을 측정한다. 스코프 1은 기업이 소유하고 사용하는 자원에서 직접 방출되는 탄소를 기준으로 하며, 스코프 2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간접적인 탄소까지 모두 집계한다. 스코프 3는 기업이 소유, 통제하지 않더라도 기업과 관계된 모든 자산이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모든 탄소를 집계한다. 따라서, 데이터의 관리 범위가 매우 넓어 디지털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기업 대다수는 스코프 1, 2단계를 충족하는 수준이고, 애플이 현 상황에서 스코프 3에 가장 가까운 기업이다.

카본사우루스는 탄소배출량 산정 솔루션인 카본 어카운팅과 탄소감축 사업화 플랫폼 DaaS 두 가지 솔루션을를 주력으로 한다. 출처=IT동아
카본사우루스는 탄소배출량 산정 솔루션인 카본 어카운팅과 탄소감축 사업화 플랫폼 DaaS 두 가지 솔루션을를 주력으로 한다. 출처=IT동아

카본사우루스는 현재 탄소배출량 산정 솔루션 ‘카본 어카운팅’과 탄소감축 사업화 플랫폼 ‘DaaS(Decarbonization-as-a-Service Platform)’ 솔루션을 활용한다. 최 대표는 이 두 아이템을 합쳐서 설명했다. 그는 “카본사우루스의 솔루션은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량을 정량화하는 과정을 돕는다. 산출된 데이터는 내부에서 탄소중립 전략에 활용하고,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조율에도 쓰인다. 탄소감축 기술 기업과 중개하는 모든 과정도 솔루션에 포함된다. DaaS는 특히나 웹앱 형태로 제공되며, 탄소중립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탄소 저감 프로젝트를 계약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마켓 플레이스 역할을 한다”고 정리했다.

다만 탄소중립이 우리나라만의 움직임은 아닌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경쟁 기업이 있을 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점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을까? 최 대표는 “2020년 이후 글로벌에서 워터섀드(Watershed)나 펄세포니(Persefoni)같은 탄소중립 플랫폼들이 등장해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탄소중립에 발맞춰 우리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의 플랫폼들과 비교하면 탄소회계 자체는 비슷하지만, 카본사우루스의 솔루션은 탄소의 정량적 회계뿐만 아니라 결과를 분석해 탄소 감축 기술을 가진 공급 업체를 연결하고 체계적으로 감축 사업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고 말했다.

KESIA, 카본사우루스 솔루션의 깊이 높게 평가한 듯

카본사우루스의 솔루션은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가 추진하는 시드팁스 사업에 선정돼 지원을 받았다. 시드팁스를 지원하게 된 계기와 주관적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KESIA 측에서 카본사우루스의 문제의식이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점 등을 높이 평가한 듯 하다”라고 답했다. 특히 초기 기업의 자금력만으로는 구축하기 어려웠을 탄소회계와 DaaS 플랫폼을 IT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시드팁스의 지원은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미 투자사 세 곳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까지 완료한 상태다.

운영사인 엑셀러레이터 프라이머 역시 카본사우루스의 성장에 이바지하고 있다. 최 대표는 “컨설팅과 대기업에 재직한 동안 이미 플랜트 수준의 대규모 사업을 주도하는 등의 비즈니스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창업을 계획했을 때는 막막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수많은 스타트업 보육 경험을 갖춘 프라이머의 도움 덕분에 시행착오 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KESIA와 함께 법률 자문이나 정부지원금 활용 전략 등에 대한 조언도 받고 있으며, 1:1 멘토링 세션을 통한 의사결정 등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시드팁스와 프라이머 덕분에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출처=IT동아
최 대표는 시드팁스와 프라이머 덕분에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출처=IT동아

초기 단계지만 성과와 목표에 대해서도 물었다. 최 대표는 “아직까지 재무적으로 성과를 올린 상황은 아니지만, 2분기부터는 기업 대상으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여러 기업들과 논의하고 있다. 또한 기술적 배경이 되는 특허들을 출원 중에 있으며 공격적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면서, “이어서 기후기술과 탄소중립 기술을 갖춘 기업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은 이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넘어 인류가 존속하기 위한 시대적 사명이 되고 있다. 최 대표 역시 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인류 전체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궁극적 가치라고 말한다. 시드팁스의 투자가 곧 우리 사회 전체에 보탬이 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최현준 대표는 “시드팁스는 막연하게 생각으로만 구상했던 사업을 실천할 수 있도록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도움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그만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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