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케이파워 [3] “케이파워의 본질은 연료 사업입니다”
[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팀이 서울산업진흥원(SBA)과 함께 ‘2022년 하반기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각각의 스타트업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2018년 설립한 케이파워는 바이오매스 연료 기반의 산업용 스팀 보일러(이하 산업용 보일러)를 연구개발하고 생산하는 제조 스타트업입니다. 바이오매스 연료의 열효율을 기존 화석연료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산업용 보일러 연소로 기술을 개발한 뒤, 탄소배출권도 획득했죠. 이를 통해 환경에 유해한 화석연료 대신 바이오매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장점을 바탕으로 산업 현장에서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케이파워는 이노윌과 협력해 산업용 보일러로 스팀뿐만 아니라 보조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국민대과 협력해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바이오차(biochar)로 새로운 시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스케일업팀은 이러한 케이파워의 모습을 지난 ‘[스케일업] 케이파워 [1], [2]’ 기사를 통해 소개했죠.
마지막으로 스케일업팀은 케이파워 김지훈 사장과 함께 한국기업평가 사업가치평가본부의 염성오 본부장을 만났습니다. 산업 현장에서 탄소중립이라는, 다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하는 케이파워의 시장 가치를 확인해보기 위해서인데요. 한국기업평가는 국내 유일 코스닥 상장 신용평가회사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신용평가의 표준을 지향하며, 에너지/인프라, 부동산, 기업인수, 기업진단, 기업가치평가 등의 영역에서 2,500여건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한 사업성평가 전문기관입니다.
- 아래 기사는 케이파워 김지훈 사장과 한국기업평가 사업가치평가본부 염성오 본부장이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케이파워의 본질은 연료 사업입니다
염성오 본부장(이아 염 본부장): 스케일업팀을 통해 케이파워와의 만남을 요청받고, 지난 2011년 SK그룹의 도시가스 지주회사인 SK E&S와 발전 계열사인 케이파워의 합병을 떠올렸었다. 당시 합병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으로 신용 등급 상향도 검토했을 정도였다. 에너지 업계에서 케이파워하면 많이 떠올리는 기억이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케이파워도 그렇게 낯설지 않다. 사명을 참 잘 정하신 것 같다(웃음).
김지훈 사장(이하 김 사장): 하하. 케이파워라는 사명과 사업 영역 때문인지 안 그래도 염 본부장님과 같은 얘기를 종종 듣는다. 사실 염 본부장님 얘기처럼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케이파워의 걸음을 뒤따르고 싶다(웃음).
먼저 간단하게 케이파워를 소개하자면,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 보일러의 연료를 왕겨팰릿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산업용 보일러 연소로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이를 통해 산업 현장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실 우드팰릿과 같은 바이오매스를 활용하기 위한 시도는 이전부터 계속했었다. 다만, 화석연료와 비교해 충분한 에너지를 발휘할 수 없어 많이 활용되지 못했다. 경제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화석연료만큼 효율이 좋더라도 바이오매스 가격이 화석연료보다 비싸면 시장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케이파워는 이러한 문제에 도전하고 있다. 2021년 4월, 바이오매스를 사용하는 5톤 규모의 산업용 보일러를 선보이기도 했고… 지속가능한 바이오매스 산업용 보일러를 실제 현장에 구축했다. 특히, 베트남에서 높은 관심도를 확인했다. 석탄에 많이 의존하는 베트남 산업용 보일러를 친환경 바이오매스로 전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보다 많은 쌀을 생산하는 베트남 특성상 왕겨를 보다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염 본부장: 왕겨 생산량이 많은 베트남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점은 이해한다.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지점이다. 한번 정리해 보자. 기본적으로 케이파워는 연료 사업이다. 친환경이라는 메시지를 추가로 전달하고 있지만, 경쟁 대상은 화석연료다. 왕겨팰릿이라는 바이오매스의 경쟁력을 화석연료와 비교해야 한다.
사실 바이오매스 관련 연료 사업 모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다만, 바이오매스의 경제성, 활용도, 사업 지속성 등 여러 이유로 활성화되지 못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주기적으로 바뀌는 화석연료의 가격으로 인한 시장성 문제에서 매번 부딪혔다.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고유가 시대라 바이오매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이전에도 지금 같은 상황은 있었다. 고유가, 저유가는 계속 반복된다.
고유가 시대가 끝난다면, 효율을 추구하는 산업 현장에서 바이오매스에 대한 관심을 떨어질 수 있다. 즉, 고유가 시대든, 저유가 시대든, 바이오매스가 화석연료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안정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바이오매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케이파워의 직접적인 경쟁은 화석연료의 가격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케이파워는 왕겨팰릿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만약 팰릿의 가격이 비싸진다면 어쩌나. 실제도 지금도 우드팰릿을 연료로 사용하는 유럽이나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는 장기화되고 있는 고유가 때문에 우드팰릿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은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즉, 화석연료의 에너지 효율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라도 안정적인 가격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아무리 에너지 효율이 좋은 바이오매스라도 화석연료만큼 비싸면 굳이 현장에서 자금을 투자해 장비를 바꿀 이유가 없다. 친환경, 탄소중립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제적인 측면을 모두 설득하기에는 당위성이 떨어진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 친환경 연료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일종의 유행인 것인가에 대한 확답이 필요하다.
연료 사업의 필수조건은 안정적인 연료 확보
김 사장: 맞다. 실제로 우드팰릿 가격이 상승해 다소 고민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에서 왕겨는 처분하기 어려운 폐기물에 가까웠다. 왕겨를 팰릿으로 만들어 가져간다면, 공짜로 주겠다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우드팰릿 가격이 상승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염 본부장: 케이파워가 해결해야 할 큰 아젠다(Agenda, 안건)이자, 숙제다. 지금까지 없었던 좋은 바이오매스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산업용 보일러를 개발했다지만, 정작 시장 반응은 예상과 다를 수도 있다. 유가라는, 화석연료 가격의 변동성에 영향을 받는 사업 모델이지 않나. 저렴했던 우드팰릿이 유가 영향으로 변화해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특히, 안정적인 바이오매스 공급을 약속하고, 이를 바탕으로 바이오매스 산업용 보일러를 구독 모델로 판매하는 케이파워는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바이오매스를 공급하기 위한 인프라다.
케이파워가 A라는 산업단지에 위치한 공장 10여 곳과 계약했다고 가정하자. 이후 과제는 안정적인 우드팰릿 공급인데, 우드팰릿 생산 지역이 A 산업단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즉, 우드팰릿을 A 산업단지로 옮기기 위한 물류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지역 특성도 영향을 끼친다. 베트남은 1년에 이모작, 삼모작을 할 정도로 많은 왕겨를 생산하는 곳이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왕겨팰릿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따져야 한다.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수송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로지스틱스(Logistics)다. 원료 준비, 생산, 보관,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물적 유통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종합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다.
스케일업팀: 지역에 따라 로지스틱스 비용이 달라진다는 뜻인가.
염 본부장: 그렇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보자. 만약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 생산한 우드팰릿을 전라도나 강원도로 옮겨야 한다고 가정하자. 강원도 지역에서 10원이었던 우드팰릿 가격은 물류비용 때문에 전라도나 강원도에서 100원으로 비싸질 수 있다. 또한, 1년 열두 달 거의 같은 기후를 지닌 동남아와 달리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을 지낸다. 달라지는 기후에 따라 어떻게 우드팰릿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물리적인 로지스틱스를 어디까지 구축할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
조금 더 이해를 돕기 위해 탄소중립이라는 환경 규제마저 없다고 생각하자. 그렇다면 산업 현장에서 이미 잘 사용하고 있는 화석연료를 바꾸기 위한 조건은, 경제적인 이득밖에 없다. 때문에 화석연료의 가격과 바이오매스의 가격을 비교하며 안정적인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
과거 중국 섬서성 지역은 서울시 면적만큼 사과나무를 재배했다. 그리고 사과나무를 가지치기하며 나온 나무를 아궁이 땔감으로 사용하며 생활 용도로 사용했다. 이때 발생하는 연기 때문에 인근 공항에서 비행기 이착륙에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웃음). 이에 사과나무를 바이오매스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하지만, 매년 사과나무 재배를 계속한다는 보장은 있었을까? 중국 산둥성 인근에 대규모 목화밭이 있었는데, 중국 정부가 목화밭을 다른 산업 지역으로 바꾸면서 사라지는 일이 있었다.
안정적인 바이오매스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한 조건까지 갖춰야 한다. 이미 있던 바이오매스 생산지역이 사라지는 일도 준비해야 한다. 전 세계 유가가 상승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유럽/미국 지역에서 우드팰릿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전 세계 우드팰릿 가격이 상승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드팰릿을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 염 본부장님의 의견에 동의한다. 이미 여러 곳에서 비슷한 얘기를 듣고 있다. 이에 지금 이 자리에서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우드팰릿을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를 준비하고 있다. 소, 돼지, 닭 등 가축의 분뇨를 활용한 바이오매스다. 모든 것을 공개할 수 없지만, 국내 한 곳과 협약을 맺고 안정적인 가축분뇨 바이오매스 공급을 약속하고 있다.
염 본부장: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김 사장: 우리나라는 가축분뇨를 바이오매스로 전환하기 위한 사업을 꾸준히 지속했다. 정부 주도의 개발 사업부터 민간이 참여한 지원 사업 등이 이어졌다. 최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한곳과 긴밀하게 협력을 이야기 중이다. 왕겨팰릿 바이오매스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케이파워의 산업용 보일러에 가축분뇨 바이오매스를 적용하는 실증 테스트도 곧 실행할 예정이다.
또한, 염 본부장님이 지적하신 로지스틱스도 해당 지역의 산업 단지와 연계하는 형태로 제한을 두고자 한다.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기존에 폐기물이었던 가축분뇨를 재활용한다는 점까지 여러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기사에서 밝힐 수 없지만, 케이파워 김 사장은 가축분뇨 관련 바이오매스 동향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염 본부장: 김 사장님 얘기대로라면 충분히 사업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역 제한이라는 로지스틱스 확보, 안정적인 공급도 해결할 수 있다. 다만, 가축분뇨 바이오매스는 식물을 사용한 바이오매스와 비교해 연소했을 경우 염소(Cl) 등과 같은 유해 물질이 나올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가축분뇨는 사회적 통념상 대부분의 사람이 상당히 꺼려 하는 성분 아닌가. 누구도 활용하기 싫어하는, 접근조차 하기 싫어하는 폐기물에 가깝다. 이러한 인식을 바이오매스 연료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김 사장: 맞다. 그래서 염 본부장님이 염려하고 있는 부분을 테스트하기 위해 실증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기술적으로 유해 물질 발생과 유해 물질로 인한 산업용 보일러 부식 등에 대해서 대비했다(웃음).
염 본부장: 긍정적인 것은 지금 김 사장님이 얘기한 가축분뇨 바이오매스 생산 지역 인근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지역이다. 가축분뇨라는 기존에 확실하게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친환경 연료라는 사회적 가치로 바꾸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 사장: 사회적 가치와 명분, 실제 얻을 수 있는 이득 등을 종합적으로 테스트할 예정이다. 아직 공개 전이지만, 알게 모르게 여러 곳에서 많은 연락을 받고 있다. 그동안 가축분뇨를 활용하기 위한 해결 방안을 많이 연구개발했지만, 실제 현장까지 이어진 경우가 거의 없었던 현실도 케이파워에게 긍정적이다. 쌓여있는 가축분뇨 바이오매스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빠르면 4월초, 늦어도 5월이면 실증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다(웃음).
염 본부장: 가축분뇨 바이오매스는, 가축분뇨 고형화 연료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가치는 분명하다. 기존에 폐기물로 처리에 곤욕을 겪는 가축분뇨 아닌가. 쓰레기라고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조차 규제로 제한되어 있는 가축분뇨를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사육하는 가축이 늘어날수록 증가하는 분뇨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가축분뇨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메탄가스, 암모니아 등 유해물질을 선순환할 수 있는 환경적 가치도 있다. 폐기물을 에너지(연료)로 변환하는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는 일이지 않나. 실증 테스트를 통해 상용화할 수 있는 가치를 증명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를 통해 국내 배출권거래제 외부 사업으로 인정 받는다면, 예상하건대 온실가스 상쇄배출권(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가 외부 배출시설 등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한 경우 이에 대한 실적을 인증받아 배출권으로 전환한 것)을 획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기존에 유해했던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가축분뇨라는 폐기물을 연료로 전환해 경제적인 추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폐기물로 처리해야 했던 비용을 상쇄하는 측면도 있다. 아직 테스트는 필요하지만, 케이파워의 시도가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지길 바라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