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지 않은데 자꾸 떠요"... 음란물에 노출되는 아이들, 어떻게 막아야 하나?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음란물을 접하는 나이가 어려지면서 콘텐츠 필터링 기능을 찾는 부모들도 점점 늘고 있다. 부모의 개입 없이는 아이들을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국가기관인 아동위원회는 전국 16~21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뒤 이들이 음란물에 노출되는 평균 나이가 13세였다고 밝혔다. 미국 비영리단체 커먼센스미디어가 지난해 13~17세 135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이들 중 15%가 10살 혹은 더 어렸을 때 음란물을 처음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 출처=여성가족부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 출처=여성가족부

한국 청소년들의 음란물 시청 실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가족부의 ‘2020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1만 4536명(초등학생은 4~6학년만 참여) 중 37.4%가 지난 1년 동안 성인용 영상을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이 성인용 영상을 접하는 주요 경로인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성인 인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39.8%였다. 초・중・고생의 16.0%가 성인용 간행물을 접하는 인터넷 만화(웹툰)가 나이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이는 36.4%에 달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음란물을 찾아서 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전체 응답자의 18.1%가 ‘스스로 성인용 영상물을 보지 않으려 해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노출된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성인용 간행물의 경우에도 스스로 보지 않으려고 해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노출된다고 답한 응답자가 16.3%였다.

아이들로부터 유해콘텐츠를 ‘차단’

애플의 아동보호기능, 출처=애플코리아
애플의 아동보호기능, 출처=애플코리아

최근 애플코리아는 iOS 15.2업데이트를 통해 공개했던 아동 보호 기능을 국내에서도 다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능이 작동하면 아동이 유해 콘텐츠를 받을 때 콘텐츠가 블러 처리되며 경고 알림이 나타난다. 기기에는 부적절한 콘텐츠를 거부해도 괜찮다고 아동을 안심시키는 안내문도 뜬다. 아동이 타인에게 부적절한 사진을 전송할 때도 경고 알림을 받게 된다.

아동 보호 기능은 부모가 직접 옵트인(사용자가 동의를 해야 작동한다)을 해야만 자녀 계정에 적용된다. 메시지 앱은 발송 시 첨부된 사진을 분석해 부적절한 요소가 있는지 감지한다. 애플코리아는 데이터 보관과 전달과정에서 데이터가 암호화된 형태로 유지되는 종단간 암호화 기술을 적용했다고 전했다. 기록이 기기 밖으로 유출되지 않으며, 해킹되더라도 암호화된 데이터를 읽을 수 없다는 뜻이다. 애플도 메시지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으며,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부모에게도 알림이 전송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키즈모드,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키즈모드,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키즈모드 서비스를 통해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부모들이 이 기능을 통해서 유해 콘텐츠 앱을 사전에 제한할 수 있다. 빠른 설정창에서 더보기를 누른 뒤 ‘Kids’를 추가한 뒤 이를 바로 실행할 수 있다.

이동통신3사도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 37조의10’에 따라 청소년이 청소년유해매체물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수단을 제공한다. 통신 3사 모두 콜센터나 대리점에서 바로 가입이 가능하다.통신3사는 자녀보호 앱이 설치된 경우 앱 작동이 15일 이상 되지 않거나, 앱이 삭제됐을 때 법정대리인에게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에 대한 정기 점검 의무가 있다.

SK텔레콤 고객은 음란물, 도박, 폭력성 게임 등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콘텐츠를 차단하는 ‘청소년안심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KT의 ‘KT안심박스 프리’는 유해 사이트 및 유해 앱을 차단하는 무료 서비스다. 자녀의 스마트폰에만 설치하면 된다. LG유플러스는 자녀폰지킴이를 통해서 고객이 유해물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안드로이드 버전이다. 애플 정책상 개인정보 수집을 허용하지 않아서 앱을 개발할 수 없다. 보통 제공되는 iOS 앱은 부모용 앱이다”라고 전했다.

제도적인 보완과 함께 부모와 자녀 간 대화 필요해

고객은 통신3사의 대리점에서 자녀 보호 기능에 대한 설명을 들어도 이를 설치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 현장에선 앱 설치율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정필모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통신 3사의 평균 유해물 차단 앱 설치율은 38%에 불과했다.

여성가족부의 ‘2020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는 앱 설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청소년이 통신사 가입을 할 때 프로그램 설치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통신3사가 청소년유해콘텐츠 차단수단에 대한 고지 규정 등을 어겨도 이를 처벌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보고서는 통신사의 의무를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어, 보고서는 기기 판매 시 청소년 유해차단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 설치하도록 할 것을 권했다. 이후로 성인 인증을 하면 차단 프로그램이 제거되게 설정하라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충분한 대화 없이 자녀의 행동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의 이장주 소장은 “아이들이 성에 갖는 관심을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성욕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 어떠한 대상에 대한 관심을 건강한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가 좋다면 그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같이 대화하고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어떤 행동이 필요할지 진솔하게 얘기한다면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도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