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라이드 “반도체 초미세 결함 잡는다"...‘차세대 전자빔’ 상용화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한 장의 웨이퍼(원형의 반도체 기판)로 얼마나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지 여부는 반도체 업계 핵심 화두다. 작은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그릴 수 있으면, 반도체 크기를 줄이면서도 성능은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생산성이 높아지고 가격은 내려가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반도체 칩 안에서 전기 회로들이 다니는 길인 ‘선폭’을 얼마나 더 좁게 구현할 수 있느냐로 기술력을 평가한다. 이때 사용하는 단위가 나노미터(nm)다. 1나노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으로, 반도체 기업들은 나노미터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선폭이 좁아질수록 표면과 기저부 결함을 검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검출 작업은 점점 어려워진다. 초미세 공정으로 결함도 초미세하게 나타나는 탓이다. 아무리 작은 결함이라도 제품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므로 나노미터 단위의 결함에 대한 검출이 필수다. 이에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차세대 전자빔(eBeam) 기술인 ‘냉전계방출(CFE, Cold Field Emission)’ 기술로 나노미터 단위 결함을 검출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사장. 출처=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박광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사장. 출처=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기존 전자빔 한계 극복한 ‘차세대 전자빔’으로 초미세 결함 검출

기존에는 반도체 결함을 검출할 때 광학 시스템(Optical)을 주로 사용했다. 반도체 웨이퍼에 빛을 조사한 후 반사돼 돌아오는 데이터를 분석해 결함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웨이퍼의 넓은 면을 검사할 수 있지만, 그만큼 해상도가 떨어져 초미세 회로의 결함을 자세히 살필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광학식 결함 검출 방식과 전자빔 결함 검출 방식 차이. 출처=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광학식 결함 검출 방식과 전자빔 결함 검출 방식 차이. 출처=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반면, 전자빔을 활용하면 광학 시스템만큼 넓은 면을 조사할 수는 없어도, 깊이 있게 웨이퍼를 살필 수 있어 광학 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없는 초미세 결함을 검출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업계에서 주로 활용하는 기술은 고온전계 방출형(TFE, Thermal Field Emission)이라 불리는 섭씨 1,500도 이상에서 작동하는 전자빔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은 높은 작동 온도 때문에 결함 검출을 위해 전자빔을 쏘는 건(Gun)의 끝부분뿐만 아니라 주변부에서도 전자가 퍼져 나오는 한계를 지닌다. 전자빔을 깊이 조사하려면 빔의 폭을 좁게해야 하지만, 높은 작동 온도로 주변부가 반응해 조사 영역이 넓어지므로 컨트롤이 어려웠다.

CFE 기술 원리와 작동 온도, 이미징 속도 등을 나타낸 표. 출처=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CFE 기술 원리와 작동 온도, 이미징 속도 등을 나타낸 표. 출처=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CFE 기술 개요도. 출처=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CFE 기술 개요도. 출처=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반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상용화에 성공한 ‘냉전계방출(CFE, Cold Field Emission)’ 기술은 상온에서 전자빔을 조사하는 덕분에 전자가 퍼져나오지 않으므로, 빔 폭을 좁게 컨트롤하기 용이하다. 따라서 기존 TFE 전자빔 시스템보다 높은 해상도의 회로 결함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회사 측은 기존 TFE 전자빔보다 해상도가 약 50% 개선됐고, 이미지 처리 속도는 10배 빨라졌다고 강조했다.

CFE 기반 신제품 2종 출시…국내 R&D 센터 구축해 협력 강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차세대 전자빔인 CFE 전자빔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 2종 ‘SEM비전 G10’, ‘프라임비전 10’을 최근 출시해 관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SEM비전 G10’ 시스템(왼쪽)과 ‘프라임비전 10’ 시스템(오른쪽). 출처=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SEM비전 G10’ 시스템(왼쪽)과 ‘프라임비전 10’ 시스템(오른쪽). 출처=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이석우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기술 총괄. 출처=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이석우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기술 총괄. 출처=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13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한 신기술, 신제품 발표 기자 간담회 현장에서 이석우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기술 총괄은 “CFE 장비 안의 불순물이 전자빔 방출기에 축적돼 전자 흐름을 저해하는 문제를 자사 초고진공 전자빔 부품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자가 세정 모드로 해결했다”며 “차세대 전자빔인 CFE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 3나노미터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시스템과 3차원 낸드 플래시 등 초미세 반도체 공정의 결함 검출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사장은 “전자빔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경기도와 전공정 R&D 센터 신설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며 “자사 전공정 연구소를 해외에 짓는 첫 사례로 센터가 완공되면 한국 반도체 기업과 조금 더 유기적으로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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