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포함' 드라마·영화 요약 영상에 울상인 콘텐츠 업계
[IT동아 정연호 기자] 드라마와 영화를 요약해 보여주는 ‘패스트무비’가 OTT 업체들의 속을 썩이고 있다. 결말과 반전까지 포함된 1시간짜리 패스트무비 영상만 봐도 전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 이로 인한 유입이 OTT서비스 구독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문제는 유튜브 등에 올라오는 패스트무비 중엔 저작권자 허락 없이 올라오는 콘텐츠도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에 화제 작품을 검색하면 패스트무비 콘텐츠가 검색창 상위권에 뜨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자극적인 섬네일로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핵심 내용만 편집해 보여주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어 패스트무비를 즐겨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중간중간 들리는 유투버의 내레이션이 설명을 더해줘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도 없다.
화제가 되는 드라마를 검색해보니 내용 요약 외에도 ‘악역의 미친 연기 모음’, ‘웃긴 장면 몰아보기’, ‘핵 사이다 장면’처럼 주제에 맞춰 정리된 10분~20분 분량의 콘텐츠도 나왔다. 화제작은 패스트무비 콘텐츠 조회수만 천만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OTT업계 한 관계자는 “영상을 요약해 보여주는 건 과거부터 인기를 끌었던 방식이다. TV에서도 영화를 요약해 설명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최근 콘텐츠의 문제는 결말까지 다 보여준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OTT 업체도 바이럴이 필요해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나 유튜버와 협의를 통해 마케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드라마의 일부 내용만 요약해서 보여주고 화제를 끄는 사례도 있다.
다만, 영상 소개란이나 영상에서 “저작권자 허락을 받았다”는 내용을 안내하는 콘텐츠를 찾기는 어려웠다.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에 따르면, 경제적 이해관계는 제목이나 영상 내에 표시돼야 한다. 동영상 내에 표시 문구를 넣는다면 시작부분과 끝부분에 표시문구를 삽입하며 영상 중에 반복적으로 이를 표시해야 한다. 마케팅 용도로 제작비를 지원받았다면 이에 대한 고지를 해야 하는 것이다. 제작비 지원이 없었더라도 저작권 사용에 대해서 제작사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는 내용을 안내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다른 OTT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마케팅적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사전 합의를 거치지 않고 올리는 콘텐츠도 있다. 이를 발견하면 불법으로 간주하고 대응에 필요한 준비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튜버로부터 콘텐츠 사용에 대한 허락 요청이 올 때 일정 부분 허락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허락 없이 올리는 콘텐츠 요약 영상을 올리는 사례가 있는데 이를 모두 모니터링하고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모든 경우에 대응을 할 수는 없지만, 지나친 스포가 들어가면 제재 신청을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튜브는 특정 영상을 등록하고 화이트리스트를 지정할 수 있다. 특정 계정에서만 해당 콘텐츠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영상의 일정 분량 이상이 나오면 이를 차단하는 기술도 있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는 플랫폼이나 서버에서 불법으로 올라오는 콘텐츠”라고 전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영화나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편집, 요약, 축약할 때 동일성 유지권과 2차적저작물작성권이 침해될 수 있다. 이를 무단으로 업로드 할 땐 복제권과 전송권을 침해해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선 영화사와 배급사가 유튜버를 상대로 패스트무비와 관련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에 일본 도쿄 지방재판소는 스포일러가 있는 영화 리뷰를 무단제작한 유튜버에게 5억 엔을 영화사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이수지 법무법인 창경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저작권법으로 세상 읽기]에서 “영화 제작사들이 처음으로 패스트무비 유튜버에게 강경 대응한 사례”라면서 “우리나라의 영화제작사 및 저작권자들이 향후 패스트무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데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수지 변호사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단속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나 인기 있는 미디어와 법정 분쟁이 흥행에 방해가 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제작사가 소극적인 대응을 했다고 한다.
다만, 패스트무비가 홍보에 도움이 되고, 내용 중 일부만 소개하기 때문에 저작권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입장도 있다. 저작권법에선 이용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공정이용’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용 목적(상업적인지 교육 목적인지) △저작물 종류 및 용도(본래 용도와 겹치지 않는지) △이용된 저작물이 전체 저작물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 △저작물 이용이 현재 가치나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통해 공정이용에 포함되는지를 따진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공정이용에 포함되는지 확인하려면 “사안의 구체적인 쟁점을 따져야 한다”고 말한다. 패스트무비처럼 영상 전체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것은 기존 저작물을 대체하는 성격이 있어서 공정이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결말이나 반전이 포함될 때도 공정이용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한다. 원저작물 내용을 일부 인용해 반전이나 결말은 밝히지 않는다면 공정이용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