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으로 만든 육포, 지역 상생과 환경 보호 가치를 담았습니다”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독일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은 버려진 방수포로 만들어졌지만 명품처럼 인기를 끈다. 이처럼 버려지는 물건이나 자원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걸 업사이클링이라고 한다. 단순 재활용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업사이클링은 새로운 시장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식품업계에도 ‘푸드 업사이클링’이 있다. 식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나 시장 수요와 다소 동떨어진 식재료를 새로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재탄생시킨다. 맥주 부산물로 에너지바를 만들거나, 콩 비지로 과자를 만드는 등의 시도가 대표적이다. 못난이 당근을 깎아 한 입 거리 크기로 만든 미국의 ‘베이비 캐럿’도 푸드 업사이클링의 성공 사례다. 자원 순환은 물론, 수요 증진을 통한 지역 농·어가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창바우마을에서 생산되는 자연산 돌미역. 제공=HN노바텍
창바우마을에서 생산되는 자연산 돌미역. 제공=HN노바텍

미역 수요 감소로 골머리를 앓던 경북 포항 창바우마을도 푸드 업사이클링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대체식품 전문 푸드테크 스타트업 HN노바텍은 포항 창바우마을과 업무 협약을 맺고 개발한 ‘동해해녀 곽포 돌메육’ 출시를 준비 중이다. 창바우마을의 질 좋은 미역을 육포처럼 술 안주거리나 간식으로 가공한 제품이다. 고기가 아닌 미역을 썼다고 하여 육포가 아닌 ‘곽포’다.

HN노바텍과 창바우 마을의 협업은 소셜캠퍼스 온 경북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소셜캠퍼스 온 경북은 지역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의 육성과 성장을 돕는 기관이다.

HN노바텍의 '동해해녀 곽포 돌메육'. 돌메육이란 이름은 돌미역을 일컫는 옛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제공=HN노바텍
HN노바텍의 '동해해녀 곽포 돌메육'. 돌메육이란 이름은 돌미역을 일컫는 옛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제공=HN노바텍

창바우마을에서 나는 돌미역은 양식이 아니라 해녀들이 손수 채취해 해풍에 말린 자연산 돌미역이다. 품질이 뛰어나지만 자연산 특성상 가격도 비교적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가격 경쟁력에서 양식 미역에 밀려 점차 입지가 줄어드는 실정이었다.

이처럼 줄어드는 돌미역 소비 문제에 소셜캠퍼스 온 경북이 주목한 건 미역 채취 어가의 생계 문제뿐만 아니라 생태계 문제도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박철훈 소셜캠퍼스 온 경북 센터장은 “미역은 바다에서 광합성을 하며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자연산 미역과 해녀들이 사라지면 바다 생태계의 ‘블루카본’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한다. 블루카본은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말한다.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바다가 차지하는 만큼, 육상 생태계보다 훨씬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흡수 속도도 더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포항 창바우마을. 제공=HN노바텍
포항 창바우마을. 제공=HN노바텍

해녀들 또한 이러한 해양 생태계를 지탱하는 일원이다. 해녀들이 바다에서 절로 자라는 미역을 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미역이 잘 자랄 수 있는 해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위에서 따개비, 불가사리 등을 제거하는 ‘기세 작업’이 대표적이다. 해녀가 해양 생태계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청소부 역할도 하는 셈이다. 만약 돌미역 채취가 줄어들면 해녀들의 활동도 줄어들 것이고, 해녀들이 해왔던 생태계 유지 역할에도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소셜캠퍼스 온 경북은 미역을 활용한 가공 식품 개발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거라 봤다. 김은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개발되며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건강 간식거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미역은 주로 미역국으로 소비되며 이를 활용한 간식도 튀각 정도 밖에 없다.

지난해 열린 HN노바텍, 창바우마을, 소셜 캠퍼스 온 경북의 업무협약식. 제공=HN노바텍
지난해 열린 HN노바텍, 창바우마을, 소셜 캠퍼스 온 경북의 업무협약식. 제공=HN노바텍

미역을 활용한 새로운 식품 개발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기업으로 HN노바텍이 낙점된 건 당연한 결과였다. HN노바텍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에서 고기 맛을 내는 아미노산 복합체(ACOM-S)를 추출해, 이를 활용한 대체육을 비롯한 다양한 대체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미역을 비롯한 해조류를 다뤄본 경험이 풍부한데다 친환경, 가치소비라는 최근 소비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제품을 개발할 역량도 갖추고 있다. HN노바텍도 지역 상생과 생태계 보호라는 취지에 공감해 기꺼이 손을 잡았다.

'동해해녀 곽포 돌메육'은 오는 3월 시판을 앞두고 있다. 출처=HN노바텍
'동해해녀 곽포 돌메육'은 오는 3월 시판을 앞두고 있다. 출처=HN노바텍

HN노바텍은 지난해 11월 서울 잠실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해양수산과학기술주간’을 비롯한 내외부 시식 행사를 통해 곽포 제품 경쟁력과 완성도 검증을 마치고 현재 오는 3월 시판을 목적으로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술안주, 건강 간식을 찾는 수요는 물론, 이색 선물을 찾는 수요를 겨냥한 고급 선물 세트로도 제품을 준비 중이다.

소셜캠퍼스 온 경북은 플래그십숍, 팝업 스토어 등 B2C 판로와 더불어 학교 급식 등의 B2B, G2B 판로 또한 발굴해 지원할 계획이다. 박철훈 센터장은 “곽포 소비가 늘면 앞으로 창바우마을 뿐만 아니라 경북 지역 150여 어촌공동체 모두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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