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스타트업 in 홍릉] 트윈피그 바이오랩 “풍부한 연구 성과·IP로 혁신 면역항암제 선도”
[IT동아 차주경 기자] 세계 의학계는 암을 극복하려고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다. 덕분에 좋은 효과를 내는 암 진단과 치료 기술, 약물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에 따라 암도 꾸준히 모습과 성질을 바꾸는 탓에 이들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세계 의학계는 암에 맞설 무기로, 우선 암세포를 공격해 없애는 화학 항암제를 개발했다. 화학 항암제는 독성이 강해 암세포뿐만 아니라 다른 세포를 공격, 여러 부작용을 낳는 단점이 있다. 이어 등장한 것이 2세대 항암제인 표적 항암제다. 표적 항암제는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지만, 오래 쓰면 내성이 생겨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최근 등장한 3세대 항암제는 면역 항암제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력 자체를 강화해서 면역 세포가 암세포와 싸워 이기도록, 없애도록 유도한다.
면역 항암제는 부작용도, 내성도 덜하다. 한 다국적 제약 기업이 개발한 면역 항암제는 효과가 좋은 덕분에 매년 20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단, 면역 항암제도 단점은 있다. 고형암(세포와 혈관으로 만들어진 덩어리 형태의 암)의 치료 효과가 다소 낮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한 의학자는 면역 항암제가 고형암을 잘 치료하지 못하는 이유를 10년 이상 연구, 유효한 해법을 찾았다. 그는 대학교와 병원에서 오랜 기간 연구를 거듭해 자료를 모으고, 실험으로 이론을 고도화했다. 이 성과를 토대로 의료·바이오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효과 좋은 면역 항암제의 상품화를 눈 앞에 뒀다. ‘트윈피그 바이오랩’를 세운 강문규 대표와 배현수 공동창업자의 이야기다.
트윈피그 바이오랩은 암, 종양의 미세환경 속 특정 세포를 표적 제거하는 기술을 가졌다. 암세포는 우리 몸 속에 종양을 만들 때 주변의 세포를 활용한다. 주변의 세포를 변형해 자신을 보호하는 장벽을 만들고 이 장벽을 계속 두껍게, 크게 만든다. 이 과정을 거듭하면 종양이 커지고 다른 장기로도 쉽게 옮겨간다.
우리 몸 속에는 암세포를 공격해 없애는 세포가 있다. 하지만, 암세포가 이렇게 장벽을 두껍게 만들면 장벽을 부수지도, 암세포를 공격하지도 못한다. 트윈피그 바이오랩이 만든 항암제는 암세포가 만든 장벽을 뚫고, 종양 미세환경에서 암세포를 돕는 세포를 없앤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장벽이 무너지고, 우리 몸 속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해 없앤다.
이 기술에 꼭 필요한 것은 특정 세포를 알아채는 '펩타이드'다. 유도 미사일을 떠올리면 된다. 펩타이드로 특정 세포를 찾고, 펩타이드에 연결된 약물이 그 세포를 공격하는 원리다.
트윈피그 바이오랩은 이러한 원리로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10여 종 만들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망하고 일찍 등장할 것은 ‘TB511’이다. 종양 관련 대식세포인 TAM(Tumor Associated Macrophage)을 없애는 약물이다. TAM은 암 세포의 성장과 혈관 생성을 유도하고 전이를 이끈다. 우리 몸의 면역 조절과 화학 저항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면역 항암제가 고형암을 잘 치료하지 못하는 이유도 TAM 때문이다. TAM이 암세포를 둘러싼 장벽을 아주 두껍게 만들고(성장과 혈관 생성 유도), 면역 조절과 화학 저항에 관여해서 항암제 혹은 면역 세포가 암세포까지 닿지 못하게 방해한다.
트윈피그 바이오랩의 TB511은 항암제나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TAM, 그리고 암세포가 만든 혈관들을 제거한다. 이 방식은 고형암 치료에 유리하게 작용하며 부작용도 적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덕분이다. 강문규 대표는 TAM을 없애는 방식의 항암제는 세계에서 오로지 TB511뿐이라고 강조한다.
강문규 대표와 배현수 공동창업자는 TB511 개발 후 약물 타겟인 결합 수용체 CD1010도 찾아냈다. 바이오 마커(약물의 반응을 예측하는 지표)인 CD1010은, 약물이 다른 대식세포는 공격하지 않고 TAM만 찾아 효력을 내도록 유도한다. 나아가 약물이 TAM을 뚫고 종양 세포 안으로 들어가 활발히 동작하는 것까지 관여한다.
트윈피그 바이오랩은 TB511과 CD1010의 효능을 검증할 동물 실험을 거듭했다. 먼저 일반 쥐의 폐에 암 세포를 이식, 비소세포폐암의 치료 효능을 검증했다. 결과는 70% 이상, 면역 항암제와 대등한 효능을 발휘했다. 더 고무적인 것은, TB511과 CD1010은 단독 투여로도 효능이 좋지만, 기존 면역 항암제와 함께 투여하면 효능이 증폭되는 점이다.
강문규 대표는 이 성과를 거둔 후, 이번에는 사람의 암세포와 면역 세포를 이식한 인간화 쥐를 대상으로 효능을 검증했다. 사람과 최대한 같은 모델을 만들어 실험 성과를 얻을 목적에서다. 이 실험의 결과도 좋았다. 현재 세계 1위인 면역 항암제와 대등한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
다음 실험 대상은 폐암이 아닌 전립선암이다. 전립선암은 면역 항암제가 효능을 잘 발휘하지 못하는 고형암의 대표다. 일반 쥐와 인간화 쥐 실험 결과, 트윈피그 바이오랩의 기술은 전립선의 암세포를 90% 이상 사멸하는 효과를 냈다. 이어 실행한 대장암, 유방암 실험에서도 비슷한 성과를 거뒀다.
트윈피그 바이오랩의 TB511의 또 다른 장점은, 투여 후 불과 30분 만에 종양을 추적해 달라붙는 점이다. 그리고 72시간 동안 종양에 축적된다. 즉, 암세포와 종양을 잘 찾으며, 한 번 찾으면 오래 달라붙어 효능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비임상 단계까지의 독성 테스트 결과도 아주 우수해 부작용 우려가 적은 것을 확인했다.
강문규 대표와 배현수 공동창업자는 지금까지 12년 이상 쌓은 연구 개발 경력을 토대로 이들 기술을 완성했다. 배현수 공동창업자는 미국 일리노이 시카고 주립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 박사 취득 후, 하버드 및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이후 경희대학교 교수로 지금까지 재직하며 수십 건의 국책 과제에 참여했다. 논문도 320여 편 냈다. 그러다가 종양의 미세환경 속 TAM을 없애는,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항암 기술을 발견했다.
배현수 공동창업자는 이 항암 기술이 암 대부분을 치료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고 트윈피그 바이오랩을 설립,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세계 최초의 기전을 토대로 획기적인 항암제를 만든다는 비전 아래 임직원들이 속속 모였다.
미국 미시시피 주립대학교 의과대학 약리독성학 박사이자 20여년 이상 국내외 유수의 제약 기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강문규 대표, 수많은 의료·바이오 기업의 기술평가와 상장을 도운 전문가 박웅갑 부사장이 합류했다. 우리나라의 주요 제약사와 병원, 대학교 의과대학과 연구 기관도 트윈피그 바이오랩의 파트너다. 나아가 이들은 해외의 주요 의약품 기업, 기술이전 기업과의 네트워킹을 마치는 등 해외 진출의 토대도 굳게 마련했다.
헬스케어 메디클러스터 홍릉강소연구특구도 트윈피그 바이오랩의 성장을 도왔다. 연구실, 사무 공간을 지원하고 업계 전문가와 투자사와의 연계도 주선했다. 홍릉 지역 내 의료·바이오 기술과 임상 연구자와의 협업도 이끌었다. 그 결과, 트윈피그 바이오랩은 TIPS 과제를 포함해 다양한 연구 사업을 수주했다.
오랜 기간 연구를 거듭해 실험 지표를, 든든한 파트너사와 함께 좋은 성과를 확보한 트윈피그 바이오랩. 이들은 먼저 전립선암의 면역 항암제를 개발한다. 다른 암에는 유용한 항암제가 많지만, 전립선암은 그렇지 않아서다. 이 암은 항암제와 치료제가 거의 없다. 전립선암 면역 항암제의 효능을 인정 받은 후에는, 동물 실험에서 얻은 결과를 앞세워 다른 암의 치료제 등록도 시도한다.
면역 항암제 개발을 오래 했기에, 트윈피그 바이오랩은 제약화 로드맵을 튼튼히 세우고 준비도 착실히 마쳤다. 이미 2019년 창업 후 국내외에 36건의 특허 출원을 마쳤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의 특허도 이미 수십 건 이상 개별 출원했고, 이 가운데 2건은 등록 완료했다. 해외로의 기술이전 혹은 세계 수준의 제약 기업과의 협업을 대비해 FTO 특허침해분석 보고서도 완성했다.
이어 임상 진입 후 바이오 마커 CD1010을 활용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바이오 마커를 사용하는 임상은 일반 임상보다 비용도 적고 성공 가능성도 10배 이상 높다. 고유의 특성을 활용해 항암제뿐만 아니라 암 진단시약으로 쓸 가능성도 마련하는 한편, 인공지능으로 물질 도출 과정을 분석해 가장 효능이 우수한 펩타이드 전달체를 찾는다.
의료·바이오 스타트업은 성장하다가 반드시 자금 확보라는 난관을 만난다. 수많은 실험을 거쳐 임상을 할 자료를 모으는 것, 임상을 여러 차례 거듭해 효능을 증명하는 것, 원료 물질을 만들어 제약까지의 절차를 밟는 것. 모두 하기 어렵고 자금이 많이 든다. 십수 년 동안 기술을 고도화하고 연구 성과를 낸 트윈피그 바이오랩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트윈피그 바이오랩 임직원들은 지금까지 만든 연구 성과와 지식재산권을 설명하면서 자신감을 보인다. 3월 IND(신약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서)승인을 거쳐 올해 안에 임상 1상과 2상a를 진행 후, 2024년 이 결과를 토대로 세계 기업으로의 기술이전을 시도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이를 상정해 세계 수준의 검증과 기술을 가진 약물 원료 제조 CMC(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s, 의약품 생산제조공정) 파트너를 섭외했다.
강문규 대표는 “10년 이상 연구한 결과와 실험으로 검증한 성과가 있기에, 혁신 면역 항암제 개발을 자신한다. 국내외 제약 기업으로의 기술이전 논의도 순조롭고, 세계 제약 업계와의 연구와 협업도 강화 예정이다. 성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투자금 유치 후 자문 위원, 파트너 기업과 함께 암 극복에 앞장 서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