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 공유에 돈 내라는 넷플릭스, 어떻게 바뀌나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넷플릭스가 3월말 무렵부터 계정 공유를 유료화하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20일 지난해 4분기 실적 공개 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1분기 말부터 계정 공유 유료화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가구 내 계정 공유는 여전히 무료…가구 외 공유는 추가 요금

넷플릭스 계정은 지금도 약관상으로는 한 가구 내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한 지붕 아래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법적인 가족 여부와 무관하다. 만약 가족이 아니라도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문제없이 계정을 함께 쓸 수 있다. 반대로 가족이라도 한 집에 함께 사는 게 아니라면 계정 공유 대상이 아니다.

이번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은 가구 외 구성원들에게 공유할 경우 적용된다. 따로 사는 가족이나, 친구 등이 가구 외 구성원에 해당된다. 앞으로는 이러한 가구 외 구성원들에게 계정을 공유하고자 할 때 ‘추가 회원’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이 추가 회원 기능을 지난해부터 일부 남미 국가에서 시범 운영한 바 있다.

넷플릭스는 지금도 가구 내 구성원들만 계정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출처=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넷플릭스는 지금도 가구 내 구성원들만 계정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출처=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추가 회원은 기존 계정에 추가할 수 있는 일종의 하위 계정이다. 별도의 비밀번호와 프로필을 설정할 수 있다. 스탠다드 요금제 가입자와 프리미엄 요금제 가입자라면 최대 2명까지 추가할 수 있다. 시범 운영 당시 가격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계정 하나당 우리 돈으로 2000원에서 4000원 사이가 될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지역별 가격이나 도입 시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같은 가구인지 어떻게 알까?

넷플릭스는 현재 접속 기기의 IP 주소, 기기 ID, 계정 활동 정보 등을 사용해 같은 접속자의 동거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을 밝히진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IP를 기반으로 동일 가구 여부를 판단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같은 가구 이용자들이라도 모바일 기기로 외부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하거나, 여행이나 출장 중 이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다른 IP로 접속하는 걸 모두 제한하지는 않는다. 다만 다른 지역 IP로 반복적인 접속이 이뤄진다면 이를 가구 외 이용으로 판단해 본인 인증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계정 소유자의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로 인증 코드가 전송되며, 이를 15분 내 입력해야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구 외 구성원으로 의심될 경우 표시되는 인증 화면. 이같은 인증 절차 자체는 지난 2021년 도입됐으나, 아직 적극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출처=chante most 트위터
가구 외 구성원으로 의심될 경우 표시되는 인증 화면. 이같은 인증 절차 자체는 지난 2021년 도입됐으나, 아직 적극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출처=chante most 트위터

계정 공유 유료화 배경은?

엄밀히 말하면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갑자기 금지하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대부분 국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들은 가구 혹은 가족 외 구성원과 계정을 함께 쓰는 걸 금지하는 약관을 이미 두고 있다. 하지만 OTT가 한창 성장하던 시기에는 계정 공유가 이용자를 늘리는 효과도 있었기 때문에 업계에선 이를 오랜 기간 묵인해왔다.

실제로 넷플릭스 창립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지난 2016년 “우리는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며 “그건 부정적인 일이 아니라 긍정적인 일”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공식 트위터 계정도 지난 2017년 “비밀번호 공유는 사랑”이라며 계정 공유를 긍정하는 트윗을 남겼다.

6~7년 전만 해도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를 묵인하는 걸 넘어 장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출처=넷플릭스 공식 트위터 캡처
6~7년 전만 해도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를 묵인하는 걸 넘어 장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출처=넷플릭스 공식 트위터 캡처

넷플릭스가 태도를 바꾼 건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계정을 공유하는 이용자 숫자가 1억 명에 달하며, 이처럼 광범위한 계정 공유가 회사가 서비스에 투자하고 개선하는 장기적 능력을 악화시킨다고 설명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계정 공유로 인한 득보다 실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기존 요금제보다 저렴한 광고 요금제를 출시하며 가입자 증가와 수익성 개선을 노리기도 했다. 광고요금제 출시에 힘입어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지난해 4분기 766만 명 늘어, 월가 예상치인 457만 명을 크게 웃돌았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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