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부지런컴퍼니 [2] “사회적 명분 추구와 사업 성장, 우선 순위는?”
[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팀이 서울산업진흥원(SBA)과 함께 ‘2022년 하반기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각각의 스타트업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22년 7월 법인을 설립한 부지런컴퍼니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미션을 제공해 우리 아이의 올바른 자산 관리 및 경제 활동을 교육할 수 있는 앱 ‘부지런(BuzyRun)’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입니다. 2021년 11월 부지런 앱 베타 버전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선보였고, 현재 초기 사용자로부터 받은 요구사항을 개선하고 있죠. 앱에 접속하는 부모와 자녀에 따라 달라지는 UI/UX를 바꾸고, 부지런 앱 내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는 앱 내 마켓과 부모 또는 자녀가 소통할 수 있는 앱 내 커뮤니티 등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부지런컴퍼니 김주환 대표는 “5살 딸을 키우고 있는데, 우리 아이가 경제와 금융에 밝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산 관리, 금융 관리, 재테크 등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잖아요”라며, “아이가 경제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이라면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요”라고 진심을 담았죠.
하지만, 고민입니다. 사용자 피드백과 시장 조사 등을 통해 개선할 점을 찾아 업데이트할 예정이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부지런컴퍼니가 의도한 대로 사용자가 반응할지 걱정입니다. 국내에서 자녀를 위한 용돈, 자산 관리 서비스가 좋은 성과를 거둔 사례도 많지 않죠.
이에 스케일업팀은 패스파인더넷 강재상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강재상 대표는 커리어 관리, 인재 육성, 직무 교육, 사내 스타트업 육성, ‘Corporate Venturing’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스타트업 육성 폐쇄형 네트워킹 그룹 알렉스넷의 공동대표이자 비즈니스 기반 마케팅과 브랜딩 관련 종합 컨설팅, 코칭 등을 제공하는 매드해터 마케팅 이사로 활동하는 전문가입니다.
- 아래 기사는 패스파인더넷 강재상 대표와 부지런컴퍼니 김주환 대표가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사업 아이템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강재상 대표(이하 강 대표): 오늘 만남 전에 스케일업 소개 기사와 미리 전달받은 자료 등을 확인했다. 부지런컴퍼니가 추구하는 목표에 공감하는 바도 크다. 다만,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기 전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영유아, 청소년 자녀의 용돈, 자산 관리를 돕는 앱 또는 서비스는 매년 2~3개의 스타트업이 선보이는 아이템 중 하나다. 국내에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핀테크 관련해 등장하는 단골(?)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렇다 할 성과까지 올린 스타트업은 그리 많지 않다. ‘어린 자녀를 교육한다’는 사회적 명분은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만, 이 아이템만으로 스타트업이 자립하기 위해 필요한 시장 규모를 키우는 일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김주환 대표님이 부지런컴퍼니를 통해 정말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솔직한 답변부터 듣고 싶다.
김주환 대표(이하 김 대표):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궁극적으로 부지런컴퍼니는 우리 아이가 영유아 때부터 초중고 길게는 대학교, 성인에 이르기까지 올바른 금융 활동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추구한다. 어릴 때 받는 용돈 관리를 시작으로, 사회에 진출할 때까지 각 상황에 맞춰 필요한 다양한 금융 상품을 연계해 돕길 원한다.
강 대표: 맞다. 자녀의 용돈 관리는 시작점일 뿐이다. 이를 시작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성인을 위한 금융 상품을 추천할 수 있는, 사업의 장기적인 연속성을 확보해야 하는 사업 아이템이다. 때문에 단순히 영유아, 청소년에 묶여 있는 지금의 사업 아이템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 아이템 관점에서 조금 더 큰 그림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만약 영유아, 청소년의 용돈 관리라는 경제 교육 관점으로만 접근한다면 지금의 모습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장기적인 영유아부터 시작해 성인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인 금융 플랫폼으로 규모를 키워가고자 한다면, 여기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
은행, 보험 등 금융사와도 한 번은 만나야 한다. 부지런컴퍼니가 직접 금융 상품을 판매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용돈 관리만으로는 자립할 수 있는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 초중고를 지나 대학교, 직장인까지 포괄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어야 한다. 물론, 지금은 영유아, 청소년에 맞춰 서비스를 기획하고 앱을 개발하는 것이 맞다. 지금 단계 이후, 시장 확대에 대한 모습을 담아야 한다. 이 부분을 우선 얘기하고 싶었다(웃음).
다음 업데이트를 위해 몇 가지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모와 자녀에 따라 보이는 앱 화면이 달라지고, 앱 내 마켓과 커뮤니티 공간을 추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모와 아이를 위한 기능, 누구를 우선해야 할까?
김 대표: 맞다. 부지런 앱에서 자녀가 용돈으로 받은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는 마켓과 부모 또는 자녀가 서로 의견이나 팁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부모와 자녀가 앱을 통해 원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에 착안해 보이는 UI/UX에도 변화를 줬다.
강 대표: 부모와 자녀가 접속할 때 다른 화면을 제공하고, 기능을 분리한 것에 공감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부지런 앱을 사용하는 부모와 자녀의 목적은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는 관리자다. 자녀에게 미션을 주고, 올바른 경제관념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일종의 감시자인 셈이다.
자녀는 다르다. 부지런 포인트를 모으는데 재미를 느끼면 다행이지만…, 부지런컴퍼니의 의도대로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용돈을 받기 위한 목적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럼, 관리자인 부모는 과연 만족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자녀는 부모가 내주는 미션을 귀찮아할 수도 있다.
때문에 부지런컴퍼니는 1차적으로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고, 부모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부지런컴퍼니가 추구하는 목표가 좋은 것이더라도 부모가 별로라고 느끼면 전체 사용자는 늘어나지 않는다. 부모가 자녀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하려는 기능이나 서비스를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가 원하는 것은 ‘교육적 효과’다. 하지만, 묻고 싶다. 영유아 시절부터 용돈을 관리하면, 나중에 자녀가 커서 올바른 경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 어렵다. 마땅한 기준이 없다. 즉, 부지런 앱을 사용하면 왜 자녀에게 좋은지를 부모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부모를 위한 기능을 많이 신경 써야 한다. 교육 업계에서 부모와 자녀 중 누구를 우선 대상으로 홍보하고 마케팅하는지 떠올려 보자. 대부분 부모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우선한다.
스케일업팀: 대화 도중에 궁금한 것이 생겼다. 아이의 마음도 중요하지 않을까? 아이가 부지런 앱을 사용해 보고, 부모님에게 미션을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을 텐데.
강 대표: 아이가 부지런 앱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용돈이다(웃음). 다음 부지런 앱 업데이트에 마켓을 추가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용돈을 받고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제공하기 위함일 테다. 하지만, 만약 부지런 마켓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부모 입장에서 껄끄러운 것이라면 어떨까? 과연 부모는 반길 수 있을까? 이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부지런 마켓은 결국 이커머스다. 부모와 자녀 모두 공감하는 상품은 학용품일 텐데, 이건 다른 곳에서도 판매한다. 부지런 마켓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부모와 아이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단독 상품을 제공할 수 없다면, 다른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마켓과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어보자. 부지런 마켓에 아이가 정말 가지고 싶은 장난감이 있다. 다행히 이 장난감은 부모도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마트, 쿠팡 등에서도 판매하는 장난감이다. 그럼 소비자는 어디서 구매할까? 오늘 주문하면 내일 새벽에 배송해 주는 다른 온라인 마켓이 편하지 않을까? 마켓, 이커머스는 이러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핵심 기능으로 어필할 수 있다.
부지런 마켓에서만 판매하는 단독 상품이라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럼 다른 온라인 마켓과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어야 한다. 마켓 운영, 이커머스는 정말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하는 아이템이라는 것을 이해했으면 한다.
마켓보다는 커뮤니티에 집중했으면 한다. 부모가 자녀 교육에 대한 내용으로 서로 팁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길 바란다. 또는 부모를 위해 아이가 커뮤니티에서 어떤 내용을 주고받는지, 다른 또래 친구들과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을 수 있다. 즉, 자녀의 교육을 원하는 부모를 위한 기능인 셈이다.
혹시 다른 금융사와 만나거나 얘기를 나눠본 적은 있는지 궁금하다.
민간 기업과의 협업은, 윈윈할 수 있는 가치를 파악해야
김 대표: 몇 번 금융사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과거 한 은행이 개최한 오픈 이노베이션에 참여했던 경험도 있다. 당시 발표에 참여하고, 심사 받는 자리까지 올라갔었다.
강 대표: 처음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지금 부지런컴퍼니는 은행 또는 카드사 등과 같은 금융 업체와 만나야 한다. 첫 번째는 은행이고, 두 번째는 카드사를 추천한다. 다행히 이러한 금융사는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나 투자 지원 프로그램 등을 많이 운영한다. 지금 김 대표님이 얘기한 대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길 바란다.
다만, 해당 금융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지자체나 정부 등이 주관하는 스타트업 지원 사업과는 다르다. 이 차이점을 파악해야 한다. 정부 지원 사업은 지금 부지런컴퍼니가 추구하는 사회적 명분으로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초기 지원 사업 선정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은 이야기가 다르다. 사회적 명분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 명확해야 한다.
부지런컴퍼니가 기업에게 제공할 수 있는 매력은 영유아 고객 유치다. 곧 신규 고객 유치다. 금융사들이 수십, 수백억 원을 사용하는 시장이다. 여기에 의미 있는 정보,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면, 매력적인 스타트업으로 어필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10대, 20대를 거쳐 성인이 되어 자기만의 통장을 만들고, 투자 상품에 가입할 때, 금융사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김 대표: 공감한다. 지난 오픈 이노베이션에 참여한 뒤, 그 부분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은행에게 제공할 수 있는 우리의 가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강 대표: 정부 지원 사업과 민간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다르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아이템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은 예비창업자나 초기 스타트업이 많이 겪는 실수 중 하나다(웃음).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대부분 사업기획서나 IR 자료에 ‘우리는 이런 것을 할 겁니다’라는 목표를 적는다. 정부 지원 사업은 이걸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기업은 ‘그래서 우리랑 뭘 할 건데?’라고 묻는다. 이는 ‘부지런컴퍼니와 함께하면 우리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데?’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국내 금융사의 동향은 부지런컴퍼니에게 나쁘지 않다. 스타트업과 협업하려는 시도와 진행 사항 등이 활발하다. 핵심 가치를 어필하고 제공할 수 있다면, 관심을 받을 수 있다. 금융사 이후에 교육 업계와 만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이때는 전달하는 메시지도 달라져야 한다.
김 대표: 민간 기업과의 협업은 서로에게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강 대표: 맞다. ‘우리가 만나는 기업이 어떤 기업인가?’에 따라 전달하는 메시지를 달리해야 한다. 금융사가 원하는 것은 신규 고객이겠지만, 교육 업체는 다르다. 앞서 설명했지만, 부지런컴퍼니가 추구하는 교육 효과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교육 업체가 아이들의 생활 습관, 교육적 성과를 알려주기 위해 유명한 전문가의 강의나 대학교수의 논문 등을 인용하는 이유다. ‘우리 교육 서비스를 이용하면 학생이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라고 어필하지만, 부모는 의심부터 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첫째, 부모와 자녀 중 누구를 우선해야 하는지부터 정하길 바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지런컴퍼니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다. 부지런 마켓에서 물건을 살 때, 교육적 효과를 확인한 뒤 결제를 하는 것은 누구일까? 둘째, 스타트업에게 민간 기업과의 협업 기회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핀테크 스타트업은 기존 금융사와의 협업은 가히 필수적이다. 때문에 금융사와의 만남에서 서로의 협업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제대로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부지런컴퍼니가 제시하는 사회적 명분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회적 명분 추구와 사업 성장 사이에서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고민이 부지런컴퍼니가 추구하는 자녀의 올바른 생활 습관과 경제 교육 앱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부지런 앱의 성장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