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 갈수록 싸지는데…' 엑스박스 이용자들, 비싼 저장공간 가격에 울상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9세대 거치형 가정용 게임기의 저장공간 확장 비용 문제로 이용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5(이하 PS5) 확장 비용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지만, 엑스박스 시리즈X·S는 출시 초기 형성된 높은 가격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월 현재 9세대 콘솔의 저장공간을 증설할 때 드는 비용은 1TB 기준으로 소니 PS5의 경우 10만 원대 중후반에서 20만 원대 수준이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S의 경우는 1TB 기준으로 최소 30만 원이 넘는다.

엑스박스 전용 스토리지 확장 카드. 출처=엑스박스 와이어
엑스박스 전용 스토리지 확장 카드. 출처=엑스박스 와이어

이같은 가격 차이는 두 콘솔의 저장공간 확장 방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9세대 콘솔은 처음으로 하드디스크가 아닌 SSD를 기본 저장 매체로 채택한 콘솔 세대다. SSD는 속도는 빠르지만 용량 대비 단가가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두 제조사는 용량별로 여러 모델을 출시했던 이전과 달리 단일 모델에 저장공간을 추가할 수 있는 확장성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본적인 방향은 같지만 방법에서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소니는 PC 부품으로 흔히 사용되는 M.2 NVMe 규격 SSD를 자유롭게 달 수 있도록 했다. 읽기, 쓰기 속도 등의 성능 지표가 소니가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기만 하면 어느 제조사 제품이건 큰 문제없이 호환된다.

소니 PS5는 이용자가 직접 PC용 SSD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용량을 자유롭게 증설할 수 있다
소니 PS5는 이용자가 직접 PC용 SSD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용량을 자유롭게 증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PS5 이용자는 자유롭게 SSD를 구매해서 설치할 수 있으며, PC에 쓰던 SSD를 재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다가 PS5 호환성을 갖춘 PCIe 4.0 SSD 가격은 꾸준히 내려가는 추세라 1TB 기준 10만 원대 후반 제품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직구와 할인행사 등의 조건을 더하면 10만 원 중반 이하 가격도 불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용 스토리지 확장 카드를 이용하도록 했다. 씨게이트가 전담해서 생산하고 있는 이 확장 카드는 1TB 기준 220달러에 출시됐으며, 국내 판매가는 39만 900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엑스박스 시리즈 S 가격인 39만 8000원보다도 비싼 가격이다.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인 셈이다.

씨게이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엑스박스 전용 스토리지 확장 카드. 출처=씨게이트
씨게이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엑스박스 전용 스토리지 확장 카드. 출처=씨게이트

이처럼 비싼 가격 때문에 전용 제품 사용을 강제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은 출시 초기에도 논란이 됐지만, 최근에는 국내외 이용자들 불만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플레이스테이션은 SSD 가격 하락에 힘입어 꾸준히 용량 업그레이드 비용이 낮아지고 있지만, 엑스박스는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현재 1TB 확장 카드의 실구매가는 30만 원 초반이다. 출시 초기에 비하면 싸졌지만, PS5와 비교하면 용량 증설 비용이 두 배에 가깝다. 부품 시세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는 게 아니라 제조사의 권장소비자가에 따라 판매되는 방식이라 가격 변동폭이 크지 않은 까닭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마이크로소프트 공인 XBOX 전문가(XBOX MVP)로 활동 중인 김유정 씨는 트위터에서 전용 스토리지 확장 카드가 “엑스박스 시리즈 X/S의 최대 실패 사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엑스박스의 전용 스토리지 확장 카드에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분해 및 조립 과정이 필요한 PS5와 달리, 카드를 후면 슬롯에 삽입하기만 하면 되는 형태라 설치가 훨씬 편하다. 게다가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 카드를 삽입하거나, 다른 카드로 교체하는 핫스왑 기능도 지원한다.

다만 콘솔 스토리지에서 핫스왑이 필요하거나 유용한 상황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라 비싼 가격을 상쇄할만한 장점이라고 보긴 어렵다. 확장 카드 가격 자체가 워낙 비싸 이를 여러 개 구매해두고 핫스왑해가며 쓰는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일부 중국 업체들이  M.2 2230 규격 SSD를 엑스박스 스토리지 확장 카드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비공식 어댑터 제품을 판매 중이다. 출처=알리익스프레스
일부 중국 업체들이 M.2 2230 규격 SSD를 엑스박스 스토리지 확장 카드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비공식 어댑터 제품을 판매 중이다. 출처=알리익스프레스

저렴한 대안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현재 일부 중국 업체들이 내부에 M.2 2230 규격 SSD를 장착해 확장 카드로 쓸 수 있게 하는 어댑터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2230 규격 SSD는 흔하지 않을뿐더러, 호한되는 SSD 모델도 매우 한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제품 가격을 시장 상황에 맞춰 현실화하거나, 씨게이트 이외 업체들도 확장 스토리지 카드를 출시할 수 있도록 규격을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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