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쉐어박스 신연식 대표, “가상과 현실의 만남을 준비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22년 10월, 메타(구 페이스북)가 서울 성수동 카페거리에 ‘모든 것이 내 세상, 밋 메타(Meet Meta)’ 팝업 공간을 열었다. 당시 메타는 메타버스로 확장되는 일상과 비즈니스 가치 등을 누구나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함께 만드는 내 세상’, ‘모든 것이 내 세상’, ‘함께 보는 내 세상’ 등 총 여섯 개 구역으로 구성한 공간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등 차세대 기술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메타의 밋 메타 팝업 공간은 체험이다. 더 이상 일상생활(실제 세계)과 가상 세계(디지털 세계)를 구분하지 않고, 두 세계를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는 연결을 강조했다.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닌, 우리 일상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시도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등 각각의 기술적 특성과 쓰임새에 따라 다양한 말로 불리지만, 지향하는 바는 같다. 어디까지나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풍부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데 있다.
이러한 차세대 기술, 차세대 콘텐츠, 차세대 미디어는 계속 발전해 왔다. 오큐러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가상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미래를 엿봤고, 구글이 구글글래스를 선보였을 때 일상 속에 찾아 온 가상세계를 엿봤다. MS가 홀로렌즈를 선보이며 가상세계를 활용한 비즈니스 가치를 알렸고, 이제는 메타가 일상과 가상세계를 연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른바 메타버스다.
초월 또는 그 이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더한 메타버스(metaverse)는, 온라인 공간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온라인 공간을 구성하고 활용했다. 인터넷 등장 초기에는 텍스트 기반의 채팅, 게시판을 통해 소통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정보, 이미지 기반의 홈페이지와 블로그로 확장했으며, 지구 반대편의 소식을 빠르게 실시간 동영상으로 접한다.
이러한 방식들은 대부분 사실, 생각, 감정 등의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이와 달리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동일하게 또는 변형해서 구현하는 목적으로 온라인 공간을 활용한다. 학교, 회사, 공연장, 공원 등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온라인에 입체적으로 만들어 모인다. 그리고 사람들이 아바타(avatar)를 이용해 온라인 공간에 입장,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적 활동을 이어간다. 사람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조정하여 다른 사람의 아바타와 함께 입학식・졸업식・회의 같은 공동 활동을 하고, 공연을 관람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공간 자체는 가상적이지만 경험의 효과는 실제적이다. 정리하자면, 실제세계에서 가상세계를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메타버스다.
지난 2018년 설립한 쉐어박스는 메타버스 속 콘텐츠(실감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새로운 영상기술과 생각, 다양한 시도를 통한 경험을 융합해 세대와 언어를 초월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T동아는 쉐어박스의 지난 2020년 말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약 2년 만에 쉐어박스를 다시 만났다. 쉐어박스는 여전히 실감미디어 콘텐츠를 실제 세계로 가져오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었다.
기존 콘텐츠를 한층 더 인터렉션하게 업그레이드했습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2년 만에 만났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아 이상하다(웃음).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한데, 쉐어박스는 이전처럼 가상현실 콘텐츠(이하 실감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것인지?
신연식 대표(이하 신 대표): 하하. 다시 만나서 반갑다. 쉐어박스는 지난 2년 동안 조금 바뀌었다. 이전에는 오큘러스, 바이브 등 가상현실 HMD용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실감 콘텐츠 개발과 함께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제품까지 기획, 개발하고 있다. 음… 실감 콘텐츠라는 소프트웨어와 제품이라는 하드웨어를 같이 개발한다.
2021년 에트리홀딩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고, 2021년 11월에 팁스에 선정됐다. 2022년 5월에는 연구소 기업 역량 강화 RnBD 사업에도 참여해 실행 중이다. 에트리홀딩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뒤 대전시에 위치한 ETRI에 본사를 두고, 이곳 서울시 상남 누리꿈스퀘어에 연구소를, 서울시 성북구에 거점센터를 조성해 운영 중이다.
IT동아: 맞다. 이전에도 들었지만, 다양한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 대표: 2018년 설립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업에 참여하며 메타버스에 필요한 콘텐츠와 기기, 제품 등을 개발해왔다고 생각해 달라. 2018년 4월 K-Global ICT 재도전 패키지, 2018년 8월 ‘S.T.A.R(Seoul TopArVr)’ 기업 선정, 2019년 9월 서울 VR/AR 제작 거점 센터 수요처 연계형 사업 선정, 2020년 6월 창업도약패키지, 2021년 5월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2021년 7월 해외 마케팅 지원 사업, 2021년 11월 팁스 R&D 프로그램, 2022년 KB 국민은행 VR 브랜치, 2022년 4월 ‘문화 콘텐츠 신규 창출 사업’, 2022년 5월 ‘연구소 기업 역량 강화 RnBD 사업’, 2022년 5월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 지원 사업’ 등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실감 콘텐츠를 개발하고, 우리가 개발한 실감 콘텐츠를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공간 또는 제품 등을 기획했다. 2023년부터는 실감 콘텐츠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개발한 서비스, 제품 등을 누구나 체험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쇼룸도 준비하고 있고, 당장 12월 말부터 내년까지 서울 성북구에 실감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구조물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IT동아: …뭔가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전에 만났을 때는 클래식 공연에 3면으로 설치한 스크린을 활용, 관객들이 보다 공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제공했던 ‘내 사랑 클라라’와 어린이를 위한 VR/AR 천문그룹 교육 콘텐츠, 그리고 아이들이 가상현실 HMD를 착용하고 태양계 등 우주를 배울 수 있는 ‘우주야 놀자’ 시리즈를 개발했었는데.
신 대표: ‘우주야 놀자’ 시리즈는 계속 업그레이드했다. 이전에는 HMD를 착용하고 우주 관련 지식을 간단하게 체험하는 VR 콘텐츠였다면, 이제는 게이미피케이션을 가미해 보다 더 역동적이고 활동적인 체험을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음… 단순히 우주를 듣는 강의에서 직접 우주선 안으로 들어가 움직일 수 있는, 인터랙티브한 콘텐츠로 업그레이드했다.
인터렉션 체험형 XR 콘텐츠 ‘우주탐험대’다. 우주로 보내진 수행원이 되어 우주정거장에서 각종 임무를 수행하고 지구로 귀환하는 스토리를 담았다. 다소 인터렉션이 부족했던 이전 콘텐츠를 발전시켰다. 우주에서 불꽃이나 액체, 식물 바양 등을 직접 수행하는 ‘과학 실험 인터렉션’, 사용자가 달의 표면을 체험할 수 있는 ‘월면도 제작’, 궤도 밖으로 우주 쓰레기를 밀어내는 ‘우주 쓰레기 청소’ 등을 담았다. ‘우주 탐험대’는 저작권 등록도 완료했다. 향후에는 ‘우주야 놀자’, ‘우주 탐험대’를 모두 체험할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이다. 가상 우주 공간을 구축해 게임처럼 배울 수 있는 VR 콘텐츠다(웃음).
사용자의 동작은 인식하는 ‘5면 오감 인터렉션 체험존’
IT동아: 이전부터 우주를 체험하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배우는 실감 콘텐츠를 개발했고, 이를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팁스로 수행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신 대표: ‘규격화된 5면 오감 인터렉션 XR 체험존’이다.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빔프로젝터를 이용한 방탈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체험자가 하는 행동과 벽면 또는 바닥의 터치를 인식하고, 이를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작했다. 또한, 서로 다른 크기의 다양한 공간(방)에서 많은 체험자(최대 10명)를 동시에 인식한다. 이를 활용해 5면(바닥과 앞뒤 양옆의 벽면)을 이용한 ‘체험형 XR 인터렉션 존’을 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아무 것도 없는 방이 하나 있다. 여기에 쉐어박스의 5면 인터렉션 체험존을 설치하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방이나 복잡한 퍼즐을 풀어야 탈출할 수 있는 방으로 바뀐다. 아이들이 뛰면서 책장을 건드리면 책이 와르르 쏟아지고,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액자를 건드리면 없던 그림이 나타난다. 한쪽에 설치되어 있는 북을 두드리면 북소리가 들리고, 피아노를 건드리면 노래가 나온다.
5면 인터렉션 체험존에 필요한 콘텐츠는 쉐어박스가 개발하고 있지만, 다른 서드파티도 참여할 수 있다. 즉,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 셈이다. 빔프로젝터로 콘텐츠를 쏘고,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의 동작을 인식하기 때문에 쉐어박스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몇몇 아파트 건설사와 얘기하며 입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에 5면 인터렉션 XR 체험존을 제공할 예정이며, 많은 사람이 체험할 수 있도록 쇼룸도 준비 중이다. 콘텐츠 변환은 그리 어렵지 않으며, 이전 콘텐츠도 보다 쉽게 변환할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이다.
추가로 KB 국민은행과 함께 기존 금융 서비스를 VR 메타버스 환경에서 제공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브랜치를 만드는 데 협업했다. ‘KB 메타버스 VR 브랜치’는 가상공간에 실감 나는 영업점을 구축하고, HMD 기반의 UI와 인터렉션을 개발해 고객과 직원 아바타를 이용한 1:1 자산 상담 기능 등을 제공했다.
IT동아: 확실히… 많은 것을 준비한 것 같다.
신 대표: 또 있다(웃음). 서울산업진흥원, 서울시 성북구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테스트 베드 사업이다. 성북미디어마루 앞에 설치하는 LED 구조물인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LED 속 콘텐츠를 연동해 상호작용할 수 있다. 구조물은 올해 말 설치해 내년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그냥 전광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르다.
예를 들어, 연말연시를 맞이해 LED 구조물에 커다란 나무와 함께 엽서를 보여준다. 지나가는 사람이 스마트폰에 메시지를 적으면 LED 속 나무에 엽서에 걸린다. LED 화면을 유명 여행지 배경으로 바꾸고, 그 앞에 사람들이 서서 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다. 카메라로 촬영한 사람들의 모습이 LED 구조물 화면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내년부터는 거리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거리 공연하는 내용에 맞춰 LED에 필요한 콘텐츠를 상호작용한다. 미술 전시도 준비 중으로, 한 달에 2번 음악 공연과 미술 전시를 제공하는 미디어아트 공연을 제공할 예정이다. 일종의 XR 랜드마크다.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하나의 상징처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일상 속으로 가져오고 있습니다
IT동아: 직접 사용자들이 체험할 수 있는 구조물은 화면 속 콘텐츠와 달리 확실히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어느새 7년 차다. 이젠 스타트업이라는 명함은 떼야 하는 것 아닌가(웃음).
신 대표: 맞다. 이제는 시장에 나가 직접 경쟁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실을 다지고, 역량을 강화하는 시기였다면, 사업해 나가야 하는 시기다.
(많이 어렵지 않았나? 라는 질문에)
재미있다. 어렵지만, 재미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저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생각하던 것들을 현실로 구현하는 작업이지 않나. 꿈을 좇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공감하고, 같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을 개발하고 보여준다는 것이 즐겁다. 여러 기술을 활용하면서, 하나의 서비스로 완성하는 것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람들이 쉐어박스하면 떠오르는 다른 업체보다 우리를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모든 제품과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이미 시장에서 열심히 사업하고 있는 많은 업체와 함께해야(쉐어해야) 한다.
IT동아: 쉐어박스 인원도 많이 늘었을 것 같다.
신 대표: 현재 17명이 함께하고 있다. 메타버스 스튜디오, 전략 기획부, XR 개발부, XR 콘텐츠 제작부 등으로 나뉘어 있다. 해외에서 마케팅 인력이 2명 있다. 대전 본사, 서울 상암 연구소, 스위스 등 흩어져 있지만, 모두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를 알리는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전시회에도 많이 참여했다. CES 2022, MWC 라스베가스, 두바이의 GITEX 등에 참여했고,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전자박람회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태국과 베트남에서도 초청해 다녀왔었다. 태국, 베트남과는 코로나19로 인해 얘기를 나누는 도중 잠시 끊긴 상황이지만, 다시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해외에 집중했다. 비대면 미팅만 80~90번 정도 진행한 것 같다.
실감 콘텐츠와 함께 관련 제품을 제공하는, 하나의 서비스로 메타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특히, 실감 콘텐츠는 실제 세계와 소통하며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저 단순하게 지식을 전달하는 형태의 교육 콘텐츠는 효과가 높지 않은 것과 같다. 아이, 학생에게 지루한 내용을 읽어주기만 한다면, 어느 누가 집중할 수 있겠나. 인터렉션을 가미해 직접 체험하고,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흥미 요소가 중요하다.
실감 콘텐츠, 메타버스는 빠르게 찾아오고 있는 미래다. 우리 일상생활 속으로 많이 찾아왔다. 우리가 개발한 서비스를 통해 여러 업체와 협력하며 하나의 메타버스를 만들고 싶다. 그렇게 구축한 메타버스를 누구나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도 우리 쉐어박스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