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IT] 오늘맑음 장수문 대표, “물만 부으면 김치양념을 만들 수 있는 블록입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서울먹거리창업센터는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설립한 농식품 분야 특화 창업보육센터입니다. 국제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서울’이 보유한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1,000만 명 규모의 거대한 소비시장을 바탕으로, 농식품 분야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전통과 첨단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도록 돕는데요.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입주 스타트업의 의견을 반영해 실제 필요로 하는 부분을 해결해주는데 집중하는 '네트워크'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해 판로개척을 다각화했고(유통 대기업 협업 및 크라우드펀딩 지원 등), 식품 디자인, 홍보 영상 촬영, 특허 출원 등 이종 기업을 연계해 지원하죠. 센터와 입주기업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에 IT동아가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을 만나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경험을 전달하고, 어떤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스타트업은 종이컵 물 1컵 용량만 부으면 김치를 만들 수 있는 양념 블록을 개발한 오늘맑음입니다.
고체육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IT동아: 그… 오해 아니라면, 분명 구면인 것 같다. 예전에 만났던 것 같은데, 맞는지?
장수문 대표(이하 장 대표): 아마 2년 전이었던 것 같다. 고체육수 ‘순간’을 개발했던 델리스를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델리스!’라고 작게 외친 기자를 보고 웃으며)
하하. 기억하시는 것 같다. 오랜 친구인 김희곤 대표와 함께 델리스를 창업했던 멤버였다. IT동아와는 인터뷰와 스케일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여러 번 만났었다(웃음).
IT동아: 기억한다. 델리스 이전 기사에도 여러 번 등장하셨던 장 이사님 아니신가.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하다.
장 대표: 2년 전 스케일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부터 고체육수 순간 판매량은 꾸준하게 증가했었다. 식당, 대형 식품 업체 등 B2B 영역에서 계속 찾았다. 이에 약 1년 전 제품 판매 증대, 안정적인 운영 등 규모 확대를 위해 김 대표와 함께 자금을 투자, 직접 공장을 차렸다.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원료, 생산 설비, 사무실 장비 등을 모두 옮긴 그날 저녁, 공장에 불이 났다.
2021년 4월말이었다. 당일 이사를 끝내고, 사업자 주소도 아직 이전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찾아 온 사고였다. 집에서 지친 몸을 막 뉘였을 때, 김 대표의 다급했던 전화가 기억난다. 그때는 ‘무슨 일인가’ 싶었다. 현장에 도착하고 아연했다. 그렇게 많은 소방차와 경찰차, 응급차는 처음 봤다.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소방관들 사이로 보였던 공장은 원형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 타버렸다.
경찰 감식, 소방 감식 등을 모두 거쳤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확인하지 못했다. 사업자 주소도 옮기지 못한 상태라 화재 보험 등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없었고… 그랬다.
IT동아: 그… 몰랐다. 전혀 소식을 듣지 못했었는데.
징 대표: 공장 화재로 사업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투자한 자금은 둘째치고 뒷감당을 하기 어려웠다. 이전에 수주한 주문 물량을 도저히 맞추기가 어려웠다. 제품 생산 공장에서 어떤 이유든 주문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커다란 이슈다. 해외에서 순간을 많이 주문했었는데, 40피트 컨테이너로 10개 분량이었다. 직접 공장을 건설한 이유기도 했고….
제품 납품은 업체와 업체 간 신뢰 문제 아닌가. 긴급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찾았고, 빠르게 제품을 생산해 다시 납품하려고 했지만, 주문 건수는 예전 같지 않았다. 이후 김 대표는 다시 공장을 복구해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려고 일어섰지만…, 그때 김 대표와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IT동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장 대표: 지금은 괜찮은데, 가끔 울컥울컥한다. 그날 불난 현장에서 정말 엉엉 울었다. 정리하자면, 델리스는 공장을 다시 복구하고, 순간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김 대표와 얘기를 나눈 뒤 몸만 나왔다. 당시 순간을 생산하며 다음 제품을 개발한 것이 있었는데, 이걸 가지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게 지금의 ‘오늘맑음’이다.
종이컵 1컵 분량 물만 넣으면, 김치양념을 만들 수 있습니다
IT동아: 일단… 알겠다. 오늘 이 자리에서 이전 화재 사고는 그만 얘기하겠다. 그러니까 오늘맑음은 순간을 생산하며 개발했던, 다음 제품을 메인으로 설립한 것인가.
장 대표: 맞다. 지난 2021년 2월, 샘플까지 만들었던 제품으로 보다 쉽게 만들 수 있는 김치양념 블록이다. 다만, 당시에는 사업화까지 생산하지 않았었는데, 시장에 비슷한 제품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에 집중하던 시기이기도 했고(웃음).
우리나라는 겨울철 김장을 담그지 않나.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만든 뒤, 김장김치를 담근다. 양념 만드는 일은 꽤 중노동이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찹쌀 풀, 고춧가루, 새우젓, 멸치 액젓, 다진 마늘, 채 썬 무 등을 버무려 만든다. 여기에 배즙이나 사과즙을 넣기도 하고, 배나 사과를 갈아 넣기도 한다. 쪽파나 미나리 등도 다듬어 넣기도 하고, 굴이나 밴댕이 등 지역 특산물도 넣는다. 이렇게 갖은 재료를 버무려 양념을 만든다.
IT동아: 맞다. 알배추를 소금에 절인 뒤, 양념에 따라 맛이 달라졌던 기억이다. 어릴 때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김장김치를 담그는 날이면 온 가족이 모여 반나절 이상 시간을 보냈었다.
장 대표: 우리가 개발한 제품은 김치양념을 동결건조한 블록이다. 무게는 30g 정도로 크기는 가로세로 5cm, 두께는 1cm 정도다. 블록 1개에 종이컵 1컵 분량 물을 넣어 버무리면, 알배추 1포기를 김치로 만들 수 있는 양념으로 바뀐다. 무엇보다 동결건조하기 전 약 일주일 정도 저온 숙성해 김치를 맛있게 숙성할 수 있는 유산균을 배양한다.
김치양념을 블록으로 동결건조할 때 유산균이 죽지 않는 기술을 이전 받았다. 동결건조 후 실온 상태에서 블록을 확인한 뒤 유산균이 살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제품의 유산균은 물이 없는 상태에서는 마치 동면 같은 상태로 살아 있다가, 물을 만난 뒤 살아난다.
IT동아: 종이컵 1컵 분량의 물만 있으면 배추 1포기를 김치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인가.
장 대표: 맞다. 정확하다. 만들어서 바로 먹으면 겉절이처럼 즐길 수 있고, 그대로 김장김치처럼 보관해 숙성시킬 수도 있다. 오이김치, 깍두기 등도 만들 수 있다. 다양한 김치를 만들 수 있는 양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제품 이름은 ‘김치선생 큐브(Kimchi sunseng Cube)’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판매하는 수출 상품이다.
6개월 동안 해외 바이어 100여 명을 만났습니다
IT동아: 언제 설립했는지 궁금하다.
장 대표: 지난 2021년 6월 23일 설립했다. 공장 화재 사고를 수습하고 나와서 법인을 설립했다. 기 개발했던 샘플을 가지고 2021년 11월 해피빈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며 시장에서 반응을 살폈다. 소비자 피드백과 전문가(MD 등) 의견을 받아들여 지금 제품으로 발전시켰다.
김치선생 큐브는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국내에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바로 친정, 시댁이다. 김치는 1인 가구에서 직접 담가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결혼한 가정에서 김치를 담그는데, 이때도 직접 담그는 일도 많이 없다. 결혼한 부부의 양가 부모님에게 많이 받아 온다. 그렇게 받아 온 김치를 1년 동안 김치냉장고에 보관해 먹는다. 시장이나 김치 생산 업체에서 사 먹는 경우도 많고. 즉, 우리의 가장 큰 경쟁자는 소비자다.
국내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치는 손맛이라고 하지 않나(웃음). 양념을 직접 사다가 김치는 담그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IT동아: 아… 어떤 뜻인지 잘 알겠다.
장 대표: 반대로 해외는 어떨까. 김치를 구하기 어렵다. 비닐이나 캔, 병 등에 포장되어 있는 김치를 살 수는 있지만, 배추 포기 단위로 직접 만들기에는 양념 재료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애초에 우리나라처럼 김치를 담그기 위해서 구할 수 있는 재료가 한정적이다.
오늘맑음 설립 후, 올해 6월부터 지금까지 해외 바이어만 약 100명을 만났다. 그렇게 바이어를 만나면서 그들이 원하는 김치양념 형태는 무엇인지, 현지에서 원하는 형태는 무엇인지 의견을 들었다. 무엇보다 해외 각 지역마다 다른 식문화에 맞춰 김치양념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유통 관련 MD, 해외 바이어의 의견을 받아들여 제품을 완성했다.
IT동아: 6개월 동안 바이어 100여 명과 만났다? 거의 2, 3일에 한 명을 만났다는 것 아닌가. 엄청난 일정인데.
장 대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무역협회(KITA) 등이 주관해 개최하는, 해외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네트워킹, 비즈니스 행사, 수출상담회 등에 계속 참여했다. 현장에서 보통 바이어 1명당 10~15분의 시간을 제공하는데, 미팅을 끝내고 혼자 앉아있는 바이어가 있으면 그냥 찾아가서 우리를 알렸다. 제품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냥 막무가내처럼 찾아갔다.
그렇게 계속 바이어를 만나며 나름의 노하우를 쌓았다. 이제는 5분만 얘기하면, 바이어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제품 동영상을 보여 주면서 설명하고, 되는 영어 안 되는 영어 끌어와 열심히 부딪혔다. 주관사가 정해 준 일정에 맞춰 행사에 참여하면, 절대 6개월 동안 바이어 100여 명을 못 만난다. 그렇게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우리 제품 샘플을 원하는 곳에 계속 보냈다. 오늘도 인도네시아 바이어에게 샘플을 보냈는데, 미국, 동남아, 중동, 유럽 등 15개 국가에 샘플을 보냈다(웃음).
IT동아: 시베리아에서 냉장고를 팔고, 아프리카 사막에서 난로를 팔았다는 80~90년대 무역 상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장 대표: 하하. 북미, 동남아, 유럽 등의 바이어에게 샘플을 보내며 현지 바이어로부터 반응을 확인했다. 그리고 현재, 북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9월 말에 아마존 입점을 완료했고, 제품을 북미 현지(아마존 창고)로 보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10월부터 김치선생 큐브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한인마트에서 입점을 제안해 오기도 했는데, 지금은 미루고 있다. 월마트에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와 월마트 입점을 조율하고 있기 때문인데, 한인마트에 우선 입점하면 월마트 입점에 불리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월마트뿐만 아니라 코스트코 입점도 조율 중이다. 다만, 월마트와 코스트코는 북미 시장에서 워낙 큰 오프라인 매장이자 물류업체이기 때문에 여러 조건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조건을 맞추는 상황이라고 이해해달라.
IT동아: 아마존 입점은 월마트, 코스트코 입점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지.
장 대표: 아마존은 괜찮다. 특히, 아마존은 북미 시장 이외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북미 아마존에서 제품을 판매하며 현지 소비자들이 리뷰를 등록하고 있는데, 이 리뷰는 추후 영국, 독일, 호주 등 다른 지역의 아마존에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 소비자 반응을 쌓아가며 우리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쌓아갈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해외 진출 거점지로 작용할 수 있다. 즉, 해외 현지 바이어와 B2B 접근을 아마존을 통해 B2C 접근을 같이 하는 중이다.
김치선생 큐브는, 현지에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김치양념입니다
IT동아: 아마존 리뷰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장 대표: 좋다. 괜찮다. 다만, 간혹 비린 맛이 난다는 의견을 접했다. 멸치 액젓의 비린 맛을 어색하게 느끼는 현지 의견이었다. 이에 멸치 액젓을 뺀, 비건 버전의 제품도 준비해 판매 중이다. 주 구매층은 현지에서 거주하는 한국인이 아닌 현지인이다. 재구매율이나 구매 연령, 주 구매 지역 등은 데이터를 파악 중이다. 판매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직 실질적인 판매는 2개월을 조금 넘긴 시점이라 유의미한 데이터라고 할 수 없지만, 일간/주간 판매량은 꾸준하게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IT동아: 현지에서 원하는 맛, 현지에서 싫어하는 재료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 될 것 같다.
장 대표: 현지 반응을 많이 살피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바이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한류에 맞춰 김치를 만드는 쿠킹 클래스에 우리 제품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간혹 동남아의 리조트나 호텔 등에서 떡볶이 쿠킹 클래스를 제공하는데, 고추장, 생강, 마늘 등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져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제품을 이용해 김치를 만들면 어느 정도 맛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기도 하고.
맛은 계속 의견을 받아들이며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현지 기준에 맞춰서 맵기 등을 조절하려고 생각 중이다. 특히, 우리 제품은 현지에서 재료를 더해 김치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김치양념 아닌가. 이를 우리가 지닌 장점으로 소개하고 있다.
잊을 수 없는 사고를 겪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다만, 이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사고로 인한 금전적 손해도 이제는 웃으면서 대할 수 있다. 김치선생 큐브는 우리의 김치를 해외에서 쉽게 직접 담가 먹을 수 있는 장점을 갖춘 제품이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우리 김치를 알릴 수 있는 오늘맑음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겠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