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제이디솔루션 [1] 입체 음향 기술로 들려주는 IOT ‘SOT’ 시대 연다
[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팀이 서울산업진흥원(SBA)과 함께 ‘2022년 하반기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각각의 스타트업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사람은 정보를 얻을 때 주로 눈과 귀를 쓴다. 눈과 귀는 서로를 보완하며, 사람이 정보를 더 정확하게 보고 듣고 이해하도록 돕는다. 그래서 사람은 볼 수 없을 때에는 들어서, 듣지 못할 때에는 보면서 정보를 얻는다.
자연스레 눈과 귀가 정보를 더 원활하게, 쉽고 간편하게, 정확하게 얻도록 돕는 기술들이 많이 등장했다. 현대인의 생활 필수품인 스마트폰이 좋은 사례다. 스마트폰의 화면은 꾸준히 커져 풍부한 정보를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스마트폰은 스피커와 이어폰까지 갖춰 소리로도 정보를 전달한다.
눈이 정보를 더 많이 얻도록 돕는 시각 기술은 꾸준히 발전했다. 3D 입체 화면,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자동으로 변하는 화면 비율과 명암비, 각각 화면을 선명하게, 부드럽게 표현하는 고해상도 기술과 고주사율 기술 등이 그 사례다. 하지만, 귀가 정보를 더 많이 얻도록 하는 청각 기술은 시각 기술보다 발전하는 속도가 느렸다. 소리 정보는 스피커와 이어폰, 두 기기만으로도 원활하게 전달 가능하다. 장애물이나 잡음, 현장의 넓이 등 소리의 전달을 방해하는 요소들도 청각 기술의 발전을 방해했다.
그럼에도 청각 기술은 시각 기술과 대등한, 경우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큰 잠재력을 가졌다. 이 잠재력을 기술로 발굴, 극대화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 각오를 한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소리에 기술과 경험을 접목해 우리 생활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SOT(Sound of Things)’ 기술 스타트업 ‘제이디솔루션(대표 제영호)’이 주인공이다.
오디오 애호가, 입체 음향 기술에 눈 뜨다
제이디솔루션을 이끄는 제영호 대표는 대학생 시절 오디오 애호가였다. 학생이면서 오디오를 다루는 회사를 운영했을 정도다. 소리의 매력에 매료된 그는 특기를 살려, 대학교 졸업 후 가상현실 기술을 다루는 회사에 입사했다. 가상현실 하드웨어로 입체 음향 효과를 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정보통신기술이 가상현실의 시각 기술을 크게 강화한 것을 본 그는, 같은 원리로 정보통신기술로 청각 기술을 강화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가 떠올린 차세대 청각 기술은 입체 음향이었다. 당시에도 돌비(Dolby)를 포함한 입체 음향 기술은 있었다. 제영호 대표가 구상한 입체 음향은 공간감은 물론 소리를 더 선명하게, 여러 방향에서 들리는 소리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전달하는 기술이었다.
제영호 대표는 직접 기업을 차려서 이 기술을 연구 개발하려 마음 먹었다. 그는 2009년 창업 직후 입체 음향 기술의 핵심 특허를 기술 이전 받았고 기업 부설 연구소도 꾸렸다. 당시 제이디솔루션이 이전 받은 입체 음향 기술의 특허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이곳저곳에서 나왔다. 하지만, 제영호 대표는 이 기술을 개량하면 자신이 꿈꾸던 진정한 의미의 입체 음향을 만들 것으로 자신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제이디솔루션이 만든 새로운 소리의 세계의 원리, 활용 영역은?
제이디솔루션은 신호 변조 기술, 즉,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사람이 듣도록 변조하는 알고리듬 원천 특허를 가졌다. 초음파라고 부르는 고주파 영역은 직진성이 매우 강하지만 사람이 듣지 못하는 비가청 영역대다. 제이디솔루션은 이 비가청 영역대의 초음파를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변조하는 특허를 개발하고, 91건에 달하는 지식재산권도 확보했다. 해외 특허도 출원 중이다.
제영호 대표는 이 변조 알고리듬으로 크게 세 가지 음향 기술을 개발한다. 첫 번째, 소리의 방향성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두 번째, 깨끗한 소리를 더 멀리 보내는 기술이다. 세 번째, 소리에 데이터를 심어 전송하는 기술이다.
이들 기술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미 곳곳에서 긍정 영향을 주고 있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에 빨간 보행 금지 신호가 켜졌을 때, 사람이 신호등이나 횡단보도 가까이에 가면 간혹 ‘위험하오니 한 발 물러나 주세요’라는 방송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 방송은 잡음이 많아 시끄러운 도로의 환경 가운데에서도 유독 선명하고 크게 들리는데, 여기에 제이디솔루션의 음향 기술이 쓰인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몇몇 터널을 지나갈 때 유독 크게 들리는 ‘졸지 마세요’, '안전 주의'라는 방송을 하는 것도 제이디솔루션이 만든 기기다.
제이디솔루션의 음향 기술은 소리의 방향을 한 곳으로 모으고, 깨끗한 소리를 더 멀리 보낸다. 그 덕분에 온갖 잡음 때문에 시끄러운 횡단보도 신호등, 혹은 자동차의 주행음과 풍절음 때문에 소리가 좀처럼 들리지 않는 터널 안에서도 선명한 소리로 메시지를 전한다. 제이디솔루션은 이 원리를 활용해 인천공항이나 전국 곳곳의 태양광 패널에서 새를 쫒아내는 기기도 보급했다. 스마트 시티에 활용할 음향 기술도 가졌다. 예를 들어 쓰레기장 주변에 움직임 센서와 초지향 스피커를 설치하고,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려는 사람의 움직임을 보면 그 사람에게만 들리도록 방송을 하는 원리다. 그러면 사람들이 한밤중에 경고 방송 소리를 들으며 고통 받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 영화관 곳곳에서도 제이디솔루션의 음향 기술을 체험 가능하다. 상영 예정 작품을 소개하는 대형 화면 입간판에 가면, 화면과 소리가 방향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역시 제이디솔루션이 만들어 보급한 기기다. 이 기술은 일본의 무인 마트, 패밀리마트 편의점에서도 활약 중이다. CCTV로 매장 안을 보고 있다가 물건을 훔치려는 사람, 혹은 상품이나 계산대를 찾는 사람이 보이면 그 사람에게만 명확히 들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음성 경고 방송을 하는 기술을 공급했다.
제이디솔루션은 나아가 이 기술을 키오스크에 적용하려 한다. 그러면 패스트푸드 매장이나 푸드코트 등 잡음이 많은 공간에서 오로지 사용자의 귀에만 선명하게 들리는 음향을 전달 가능하다. 키오스크를 다루기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마치 바로 옆에서 직접 말 해주듯 사용법을 설명하는 기술로 활용 가능하다. 이미 LG유플러스 무인매장 키오스크에 이 기술이 적용돼 가동 중이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도 곧 제이디솔루션의 입체 음향 기술이 적용된다. 내비게이션의 길안내 혹은 음악 소리를 오로지 운전자에게만 들리도록 조절하는 기술이다. 일본, 독일의 주요 자동차 기업과 이미 이 기술을 공동 연구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 주요 가전 기업과는 사운드바를 만든다. 이 사운드바는 여러 방향에서 나는 소리를 그대로 재현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음향의 반사까지 고려해 더욱 실감 나는 음향을 만든다. OTT별 특성에 최적화된 사운드바도 등장한다. 제영호 대표는 이들 기술을 2024년 CES에 출품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제이디솔루션의 기술과 기기에는 한 가지, 놀라운 공통점이 있다. 이 기술은 입체 음향을 내는 기술임에도 ‘스피커 단 한 개’로 구현한다. 지금까지 입체 음향은 스피커를 채널이나 소리의 방향별로 여러 개 사용했다. 반면, 제이디솔루션은 스피커 한 개만으로 입체 음향을 구현한다는 점이 놀랍다.
주요 기술 세 가지와 이를 활용해 만든 다양한 B2B·B2G·B2C 사례를 앞세워, 제이디솔루션은 차근차근 성장 중이다. 2023년에는 기술특례상장도 검토한다.
세계 음향 기술 리더로 함께 성장할 연구 인력, 파트너 기업과 홍보 전략 원한다
독보적인 음향 기술을 우리 삶의 현장 곳곳에 이식, 편의를 준 제이디솔루션이지만 지금까지 성장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수 년 전 맞은 재무 부담의 파고의 후유증이 특히 컸다. 제영호 대표는 당시 제이디솔루션의 기술력을 인정한, 음향 기술에 대한 비전을 이해한 금융권과 주주 덕분에 위기를 벗어났다며 이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반드시 세계를 주도하는 음향 기술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위기를 벗어나면 경험이 되고, 경험은 기회를 만든다. 실제로 제이디솔루션은 이후 투자금을 순조롭게 유치하고 증자도 마무리했다. 도약을 준비하는 지금, 제영호 대표는 함께 ‘음향 기술의 혁신을 시도할 연구자’를 모으려 한다.
지금까지 제이디솔루션의 기술 개발과 상품 기획, 영업과 홍보는 제영호 대표가 혼자 맡았다. 이에 기술 개발과 기구 설계, 제품 디자이너 등 기술과 기기의 경쟁력을 높일 인재를 원한다. 하지만, 연구자를 섭외하는 것은 모든 기업이 어려워하는 일이다. 그는 제이디솔루션의 기술과 성과를 활용해 함께 SOT 세계를 일굴 연구자를 언제나 환영한다고 말한다.
상생하면서 다양한 산업 부문에 음향 기술을 이식할 ‘파트너 기업’도 찾는다. 제이디솔루션이 입체 음향 기술과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파트너 기업이 상품 디자인과 개발을 맡는 것이다. 제영호 대표는 관심을 가진 기업이나 연구자라면 제이디솔루션의 사무실에 언제든 방문해, 자사의 입체 음향 기술의 완성도와 활용 사례를 체험해보라고 자신한다. 기존 기술과 기기의 성능을 개량할 방법, 기존에 없던 음향 기기를 만들 방법을 엿볼 수 있다고도 말한다.
제이디솔루션의 첨단 음향 기술과 기기를 알기 쉽게 알릴 ‘홍보 전략’의 확보도 도전 과제다. 이들이 가진 입체 음향 기술은 아주 신기하고 다방면에 적용하기 좋다. 문제는, 이 장점을 깨달으려면 반드시 체험해야 하는 점이다. 제이디솔루션은 입체 음향 기술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가져다줄 제품을 구상 중이다. 이들 제품과 기술을 소비자와 기업에 알리고 협업을 이끌 전문가를 섭외하기를 원한다.
2023년, 공공 시설에 이어 가정에서도 제이디솔루션 입체음향 즐긴다
2023년 제이디솔루션은 새로운 기술인 ‘사운드 태그’를 개발해 보급한다. 소리의 주파수 안에 데이터를 담아 전송하는 음파통신 기술이다. 이 기술은 10년 전에도 있었지만, 한계 때문에 상용화되지는 않았다. 데이터의 무결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소음이 아주 조금만 들어가도 주파수가 왜곡돼 통신이 불가능했다.
제이디솔루션은 고주파·초음파와 소리를 모으는 지향성 기술을 활용해 이 단점을 해결했다. 데이터의 무결성도 확보했고 소음이 있어도 통신 가능하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앱)으로 구현 가능하다. 제영호 대표는 이 기술을 API로 만들어 다른 앱에 손쉽게 적용하도록 돕는다. 그러면 임의의 스마트폰 한 대가 다른 여러 명의 스마트폰으로 동시에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물론, 한계는 있다. 사운드 태그는 음파 통신이기에 대용량 데이터를 보내기는 어렵다. 사진, 영상 등 대용량 데이터보다는 URL이나 인증 코드, 결제 암호나 OTP 등 저용량 데이터를 주고 받는데 알맞다. 제이디솔루션은 사운드 태그가 여러 앱의 인증 기능을 개량하는데 좋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주요 가전 기업에 이어 일본 기업과도 입체 음향 사운드바를 개발, 판매할 예정이다. 사운드바의 스피커 하나로 4채널, 스피커 네 개의 효과를 만들고 반사 음향 기술을 더해 공간 음향을 만든다. 일본 기업의 투자도 이어졌다고 한다.
제이디솔루션은 입체 음향 기술을 응용해 사회 곳곳에 전파, 적재적소에 가장 알맞은 음향을 전달하도록 돕는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을 세웠다. 대부분 음향공학이나 컴퓨터공학, 이동통신 부호와 사운드 디자인의 석사 혹은 박사 학위를 가진 연구소 연구자들과 함께다. 이들과 함께 고유의 입체 음향 기술을 만들고, 이를 인증으로 만들어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도록 이끄는 것도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2026년경 매출 1,100억원 규모의 중견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제영호 대표는 최근 든든한 원군 SBA와 손을 잡았다. SBA는 초중기 스타트업 외에도 기술력, 성장 가능성을 갖춘 중소 기업도 지원한다. 덕분에 제이디솔루션은 IR과 각종 지원 사업에 참가했고, 스케일업코리아 스케일업과 같은 홍보 마케팅 도움을 받았다. SBA가 연 2022 서울 오픈이노베이션 성과 발표회에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기술력과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 그는 SBA가 가져다 준 이들 기회를 더 많은 기업이 받아 성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제영호 대표는 “소리는 소음이 아니다. 소리를 활용하면 여러 안전 사고를 줄이고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일 기술을 만든다. 이미 횡단보도와 터널을 포함한 여러 현장에 제이디솔루션의 음향 기술을 적용, 사고를 줄인 것이 그 증거다. 소리의 활용 범위와 가능성은 어떤 제품과 서비스에든 적용 가능할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소리와 관계된 모든 부문에 혁신 기술을 도입, 품질을 높이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