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품격 있는 세단에 경제성을 더하다...'볼보 신형 S60'
[IT동아 김동진 기자] 볼보자동차는 크기별 ‘40, 60, 90’ 세 개의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40클러스터(C40 리차지, XC40)는 컴팩트 ▲60 클러스터(S60, XC60, V60 크로스컨트리)는 프리미엄 중형 ▲90 클러스터(S90, XC90, V90 크로스컨트리)는 스웨디시 럭셔리를 지향하는 라인업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22년 1~10월 기준 볼보의 국내 판매량은 1만3대다. 2019년부터 1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린 볼보는 올해도 국내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클러스터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90클러스터의 판매량이 4,107대로, 볼보 전체 판매량의 41%를 차지했다. 60클러스터(3431대, 34%)와 40클러스터(2465대, 25%)가 뒤를 이었다. 판매량을 기준으로 보면 60클러스터는 볼보의 허리를 책임지는 셈이다.
볼보 신형 S60은 브랜드 라인업 허리를 책임지는 60클러스터에 속한 중형 세단이다. 전장(자동차 길이)은 4,780㎜, 전폭(자동차 폭)은 1,850㎜, 전고(자동차 높이)는 1,430㎜, 축거(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 거리)는 2,872㎜다. 공차중량은 1,750kg이며, 배기량은 1,969cc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6.7초다.
볼보 신형 S60은 여러 경쟁사의 중형 세단을 두고 고심하는 소비자를 공략하라는 사명을 띤 전략 모델이다. 이에 볼보는 신형 S60의 뼈대를 90클러스터와 동일한 SPA(Scalable Product Architecture) 플랫폼으로 채택했으며, 동력을 전달하는 파워트레인으로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 품격을 갖춘 세단에 경제성을 더해 타깃층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서울-여수를 14시간 30분 동안 왕복하며, 볼보 신형 S60을 시승했다.
T맵의 편의성과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경제성 돋보여
수입차로 장거리 주행에 나서면, 애플 카플레이 또는 안드로이드 오토 연동 여부를 먼저 살피게 된다. 수입차 순정 내비게이션은 지도와 정보량, 반응속도 등 기능상 호평받지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업데이트도 더디고 불편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소비자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3년 내 새 차를 구입한 소비자 2만4619명에게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입차 보유자 중 순정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는 운전자는 38%에 불과하다. 이에 볼보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티맵 모빌리티와 협업해 300억원을 투자,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전 차종에 기본 탑재했다.
덕분에 휴대폰을 차량과 연동하지 않아도 티맵을 바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게 목적지까지 최단 경로를 살필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실내는 브랜드 여느 라인업과 마찬가지로 단정하다. 볼보는 S60의 파워트레인으로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의 중간 단계에 속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에 더해 배터리를 외부 충전 장치로 충전할 수 있으며, 전기만으로 일정 거리를 달릴 수 있다. 반면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전기 모터가 엔진 동력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뿐 전기만으로 달릴 수 없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보다 필요한 부품 수가 적어 제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제동 시 생성한 에너지를 회수해 48볼트 배터리에 저장한다. 이후 차량이 출발하거나 가속할 때 저장한 에너지로 엔진 출력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연료 소비는 줄이고 효율은 높인다. 볼보 신형 S60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도 이 같은 방식으로 최고출력 250마력(5,700rpm), 최대토크 35.7kg∙m(1,800-4,800rpm)를 발휘하는 2.0리터 가솔린 엔진에 약 14마력의 추가 출력을 지원한다. 덕분에 연료를 가득 채운 볼보 S60 계기판에 670km 안팎의 주행가능 거리가 찍혔다.
서울 양천구에서 목적지인 전라남도 여수까지 거리는 약 360km(최단거리 기준). 주유 없이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연료가 남는다. 연비 측정을 위해 주행거리와 평균 연비, 평균 속도, 주행 시간 등을 초기화하고 목적지로 출발했다. 주행모드는 컴포트, 공조시스템은 오토로 23.5℃를 설정했다.
주말을 맞아 서울을 빠져나가는 차량이 몰리면서 도심에서 극심한 정체가 이어졌다. 하지만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맞물린 8단 기어트로닉 변속기 덕분에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에서도 주행감은 매끄러웠다. 12.3인치 계기판이 티맵과 연동한 내비게이션으로 경로를 제시했으며,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주행 정보를 더해 시선 분산을 막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주행 속도와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기능) 덕분에 정체 시에도 한결 주행이 수월했다.
각종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장거리 운행에도 피로 덜어
볼보 신형 S60에는 각종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이 장착됐다. 앞차와 간격 제어뿐 아니라 차선 유지까지 돕는 ‘파일럿 어시스트’를 비롯해 ‘전방 충돌 경보 및 긴급제동 서포트’, ‘사각지대 경보 및 조향 어시스트’, ‘후측방 경보 및 후방 추돌 경고' 등이다.
파일럿 어시스트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 자동 조향 기능을 합친 개념이다. 설정된 속도로 앞 차와 간격을 유지하는 동시에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운전대를 움직여 운전자를 돕는다. 도심을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진입한 후 파일럿 어시스트를 켰다. 파일럿 어시스트는 차선 유지 기능이 있는 탓에 차선이 뚜렷하게 보이고, 차량 흐름이 원활한 고속도로에서 작동하기 적합하다.
볼보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은 끼어드는 차가 있어도 예민하게 반응해 속도를 줄였고, 앞 차가 차선에서 벗어나면, 다시 가속하며 목적지로 향하도록 도왔다. 파일럿 어시스트가 간섭해도, 가속과 감속이 급작스럽지 않아 안정감을 줬다. 덕분에 7시간에 가까운 장거리 운행에도 피로감이 적었다. 가속 시 치고 나가는 힘이 부족하지 않았고, 고속 주행 시에도 차체의 흔들림이 적었다.
해가 지고 나니, 낮에는 볼 수 없던 실내 디자인 포인트가 몇몇 눈에 띄었다. 은은한 조명이 들어오는 크리스탈 기어노브에 시선이 닿는다. 바워스&윌킨스(B&W, Bowers&Wilkins) 사운드 시스템의 풍부한 출력도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덜어주는 요소였다.
서울 양천구를 출발해 목적지인 여수에 도착했다. 주행 시간은 7시간 9분, 평균 속도는 시속 63km, 연비는 리터당 12.5km가 찍혔다. 남은 주행가능 거리는 약 220km. 다시 여수에서 서울을 향하기 전 고급유 6만원을 주유하자 주행가능 거리 580km가 찍혔다. 여수에서 서울로 복귀하기 위해 7시간 30분을 달리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13.3km다.
서울-여수를 오가며 총합 14시간 38분 동안 858km를 운행했다. 평균 연비는 리터당 12.9km로, 볼보가 제시한 복합연비 11.3km보다 높은 효율을 보였다.
아쉬운 전동트렁크 미적용…긴 출고 대기시간
볼보 신형 S60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차로 정리할 수 있다. 다수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꼼꼼히 적용한 반면, 편의 기능에서 다소 아쉬운 점을 보였다. 일례로 전동트렁크 미적용을 꼽을 수 있다.
버튼 하나로 트렁크를 닫을 수 있는 유용한 기능인 전통트렁크를 적용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이 때문에 차량을 받은 일부 소비자는 따로 공업사에 전동트렁크를 시공하기도 한다. 볼보 신형 S60의 트렁크 용량은 442리터다.
다른 제조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볼보의 출고 대기기간은 1년을 훌쩍 넘긴다. 일부 제조사는 몇몇 옵션을 제외하고 출고 시기를 앞당기기도 하지만, 안전의 볼보는 옵션을 두고 타협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보인다. 칭찬받을 만한 자세지만, 인내심이 부족한 일부 소비자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 겪어본 볼보 신형 S60은 품격 있는 세단을 경제성을 갖춰 타고 싶은 소비자에 안성맞춤인 차량이었다. 볼보 신형 S60의 국내 판매가는 판매가는 5,610만원(Ultimate Bright 트림)이다. 5년 또는 10만km까지 워런티와 주요 소모품을 지원하는 조건이며, 워런티 종료 이후, 유상으로 교체된 순정 부품을 횟수와 상관 없이 보증하는 ‘평생 부품 보증(Customer Lifetime Parts Warranty)’제도도 운영한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