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밋모빌리티 "모빌리티에 대한 기대감 전세계적으로 커지는 중... 효율화 필요한 시점"
[IT동아 정연호 기자] 대한민국은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 시장도 크지 않은 편이다. 때문에 많은 국내 기업들은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있다. 다만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특히 그 중에서도 상당수 스타트업은 참신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이나 인력,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해외진출을 주저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선 유망한 스타트업을 육성해 해외진출의 길을 열어주는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산업진흥원(이하 SBA) 서울창업허브의 ‘우수스타트업 글로벌 진출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는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인 스타트업을 발굴해 컨설팅 및 투자유치, 판로지원 등의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모빌리티 효율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위밋모빌리티는 SBA 서울창업허브의 우수스타트업 글로벌 진출프로그램에 선정돼 시애틀 진출 관련된 지원을 받고 있다. 위밋모빌리티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중간 지점을 찾는 ‘위밋플레이스’를 개발한 기업으로, 이 기술을 활용해 현재는 모빌리티 효율화 솔루션 ‘루티’를 제공하고 있다. 위밋모빌리티의 강귀선 대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모빌리티에 대한 높아진 기대감… 물류 효율화 솔루션 필요해”
강귀선 대표는 위밋모빌리티를 “이동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목표지로 가는 최단 거리를 찾는 것은 서비스의 기본 전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비용 최적화와 관련된 기능이 들어간다. 배달 기사는 교통 데이터 등을 통해 실시간 교통 상황을 확인하고, 여러 장소를 돌아야 한다면 목적지를 모두 고려한 최적의 동선을 짤 수 있다. 가령, 킥보드 공유 업체에서 여러 장소에 흩어진 킥보드를 수거할 때, 전체 킥보드 위치를 확인해 동선을 짤 수 있는 것이다.
강 대표는 “차량이 움직이면서 화물을 내리기도 하지만, 이를 내리면서 동시에 수거하기도 한다. 각 지점에서 차량의 남은 화물 용량이 어떻게 되는지 배차 전에 미리 계산해, 효율적인 차량 배차를 만들 수 있다. 최근엔 드라이버들의 점심시간 등 노무 이슈도 고려해서 동선을 짜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모두 고려해 최적의 라우팅을 제공하는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모빌리티 효율화가 크게 일어날 수 있는 구간을 라스트마일로 꼽았다. 라스트마일은 물건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최종 구간을 말한다. 이 구간은 소비자의 주문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날마다 경로가 바뀌면서 운전자들이 매번 다른 경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매일 이동 동선이 달라지기 때문에 효율적인 경로를 찾기가 어렵다. 강 대표는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은 택배 기사뿐 아니라 킥보드나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는 긱워커(초단기근로자)까지 다양하다”라고 설명했다.
고객사 반응을 묻자 강 대표는 “올해 말 서비스를 출시하고, 지금은 사업화 가능성을 알아보는 컨셉증명(POC) 단계에 있다. 별도의 영업이 없었는데도 서비스 출시 후 고객들로부터 많은 연락이 왔다. 대기업에서도 컨셉증명 하는데 반응이 좋다”고 답했다.
강 대표 설명에 따르면, 물류 기업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최적화 알고리즘에 리소스를 많이 투입하지 못한다. 개발자를 구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며, 모빌리티 최적화 외에도 개발 및 관리할 IT서비스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보통 외주 개발을 맡기는 데 문제는 비용이다. 강 대표는 “루티는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 방식이라 도입 비용이 들지 않고, 사용에 따른 비용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규제로 인해 비해 다양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빠르게 성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모빌리티에 기대하는 게 크지 않았다. 지금은 새벽 배송이나 몇 시간 내 배송 등의 개념이 생기면서, 고객들이 기대하는 바가 높아졌다. 이러한 요구에 맞춰 기업들도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시작했고,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티도 모빌리티 서비스가 발전하게 됨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충분할 거란 뜻.
“서비스를 출시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반응이 좋다. 최근에 경제적인 상황이 안 좋다 보니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는 기업들이 많다. 루티를 통해선 차량 대수를 줄여 인건비를 낮추고, 경로를 최적화해 연료 사용을 아낄 수 있다. 또, 차량 운행이 줄어들면 연료 사용이 최소화돼 탄소 절감도 가능하다”
위밋모빌리티의 초기 사업 모델은 중간 지점을 찾는 위밋플레이스였다. 경로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모빌리티 시장에도 진출하게 됐다.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중간 지점 찾기 솔루션에 관심을 보이면서, 강 대표는 “이러한 기술이 다른 회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 개발 과정이 쉬웠던 건 아니다. 경로를 분석하려면 많은 도로 데이터가 필요하다. 또한, 경로를 짜고 효율적인 배차를 하려면 미래 교통량을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교통량 예측 시스템 등의 AI엔진이 요구된다. 초기엔 공공 데이터를 사용하면서 서비스를 개발했고, 이제 고객사로부터 쌓인 데이터 등 다양한 자료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주력 사업을 ‘루티’로 변경할 때 직원들도 이를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다. 위밋플레이스는 수익모델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동을 효율화한다'는 비전은 그대로다. 직원들이 물류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물류 업체들은 루티의 필요성과 효율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강 대표는 “서비스 개발 전엔 물류 전문가들이 루티에 대한 수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로켓을 쏘겠다고 할 때도 전문가들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이러한 사업이 가능하다는 걸 입증했다. 이처럼 물류 분야에 익숙하지 않아 도전에 대한 용기가 있었던 거 같다. 앞으로는 물류 전문가들을 더 채용해 서비스의 전문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강 대표는 “글로벌 고객들을 모으고 싶다. 최근 현대글로비스가 후원하는 물류 경진대회에서 1등이 됐고, 이외에도 물류 이커머스 쪽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인정을 받고 있다. 기술을 고도화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위밋모빌리티는 미국 시애틀에서 컨셉증명을 진행하며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SBA의 서울창업허브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맨땅에 헤딩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서울창업허브에서 시애틀 기업들에 시장 관련 서베이를 진행하고, 위밋모빌리티의 콜드 메일(협업 제안서) 작성 등을 지원했다. 강 대표는 “서울창업허브에서 반응이 오는 현지 기업과 대신 연락하고, 이들을 위밋모빌리티와 연결했다. 미국에 위밋모빌리티 인력이 없으니 현지 조사가 어려웠는데 서베이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유럽이나 미국은 도로 인프라도 잘 돼 있고, 물류분야에서 IT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지금도 글로벌 지도에 기반해서 데이터를 쌓고 있어서, 국내에서 솔루션을 개발한 경험을 해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