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고등어 대신 ‘식물성 고등어’ 어떠세요?” 세계 최초 대체 고등어 시식회 가보니
[IT동아 권택경 기자]
“이건 대체 뭐로 만든 건가요?”
지난 28일 서울 강동구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서 열린 대체 고등어 시식회에서 한 참가자가 놀란 눈으로 질문을 던졌다. 세계 최초로 식물성 대체 고등어를 개발한 HN노바텍은 이날 일반인 30여 명을 초청해 시제품 시식 기회를 제공했다. 동물성 재료나 화학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실제 고등어와 유사한 풍미를 내는 제품을 맛본 일부 참가자들은 재료나 영양성분을 물으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HN노바텍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에서 고기 맛을 내는 아미노산 복합체 ‘ACOM-S’로 대표되는 대체육 소재 기업이다. 이번 대체 고등어는 해조류 등에서 필요한 성분만 추출하는 핵심 기술력을 응용해 만든 제품이다.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에서 추출한 아미노산과 지방산을 기본으로, 쇠비름나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더했다. 식감을 책임지는 역할은 밀단백 등이 맡는다.
대체 생선은 대체육처럼 생선의 맛과 모양, 식감을 구현한 대체 단백질 식품을 말한다. 식물성 재료로 만든 식물성 참치나 식물성 새우, 식물성 연어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에서는 네슬레, 국내에서는 오뚜기가 식물성 참치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고등어를 대체 생선으로 구현한 건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HN노바텍이 최초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체육이 친환경, 동물복지 문제로 주목받는 것처럼 대체 생선도 비슷한 이유로 주목받는다. 남획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나 해양 오염 문제로부터 자유롭다는 게 대표적인 장점이다. 게다가 비린내나 구울 때 발생하는 연기 문제도 없고, 가시가 없어 먹기도 편해 편의성도 높다. 업계에서는 환경이나 편의성 문제로 생선을 꺼리던 소비자들에게도 충분히 소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체 고등어는 고등어 수요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고등어는 국민 생선으로 불릴 정도로 수요가 꾸준해, 어획량이 줄 경우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고등어 가격은 어획량 감소로 지난해보다 22%나 비싸졌다. 노르웨이산 고등어 등 수입산이 일부 수요를 대체할 수 있지만 해마다 가격이 오르는 추세인데다 유류비나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다.
HN노바텍은 지난 10일 해양수산부가 서울 잠실 롯데타워 SKY31 컨벤션 센터에서 연 ‘해양수산과학기술주간’에 참가해 첫 대체 고등어 시식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시식회에서는 첫 시식회 때 나온 의견들을 반영해 맛과 향을 한층 강화하고, 식감도 개선했다.
이날 두 번째 시식회에서 대체 고등어를 맛본 참가자들은 대체로 맛과 향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행사에 참여한 20대 여성 김 모 씨는 “대체 생선은 생소해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향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고등어와 유사했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박 모 씨도 “맛이 나쁘지 않았다. 고등어와 비슷했다”고 말했다.
식감에 관해서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30대 여성 참가자 최 모 씨는 “향은 비슷하다고 느꼈지만 식감은 고등어보다 생선 완자나 떡 같은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40대 여성 김 모 씨도 “생선이라기보다는 간식류 느낌이 강했다”고 평가했다.
제품으로 출시될 경우,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참가자들은 대체로 호기심에라도 한 번쯤 사 먹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손질이 필요 없고, 뒤처리가 간편한 점, 전자레인지에 가열하기만 하면 되는 조리 편의성 등은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호평했다. 비린내나 가시 때문에 생선을 꺼리는 아이들에게 급여하기도 적절하다는 평가다.
다만 가격이 좀 더 저렴하거나 동등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뒤따랐다. 참가자들은 영양성분 면에서도 실제 고등어에 뒤지지 않는 이점을 지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HN노바텍은 판매가는 수입산 고등어보다도 더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라 가격 경쟁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양성분 또한 재료를 배합해 만드는 대체 생선 특성상 원하는 성분을 얼마든지 첨가할 수 있어 소비자들 요구에 얼마든지 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시제품의 경우 비타민C와 오메가3를 고등어 대비 각각 50배, 3.6배 수준으로 대폭 강화한 레시피로 제조되고 있다.
HN노바텍은 이번 시식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반영해 제품을 더욱 개선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잠재 소비자들과 대기업 관계자 등을 상대로 시식회를 진행하여, 제품화 전까지 제품 완성도를 계속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모 대기업이 이미 관심을 보이며 제품화를 협의 중인 단계다.
HN노바텍 김양희 대표는 “대체육을 넘어서 대체 생선까지 아우르는 대체식품기업으로 발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